“남자, 많이 만나보는 게 좋은 건가요?”

각종 방송과 책을 통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 곽정은. 연애 때문에 눈물 흘리는 어린 양들에게 현실감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눈이 번쩍 뜨이는 비장의 연애 기술까지 전파하는 연애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 가을, 연애 때문에 싱숭생숭해진 마음을 가눌 길 없는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이 그녀를 찾아갔다. 연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죠?
[INTERVIEW] Welcome! 곽정은 기자의 달콤 살벌 연애담
q <캠퍼스 잡앤조이> 창간호부터 3년 3개월 동안 ‘LOVE’ 칼럼을 연재하셨죠? 성, 연애 분야에 집중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저의 정확한 정체성은 피처 에디터예요. 연애·성 분야는 피처 에디터가 다루는 것 중 일부인데, 저는 다른 것에 비해 연애 기사가 재밌더라고요. 연애·성 칼럼니스트가 돼야지 마음을 먹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고,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한 것뿐이죠. 저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잡지 기자로 일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처음으로 ‘SEX’라는 단어를 표지에 올린 잡지죠. 섹슈얼한 유전자를 가진 매체에서 9년을 일하다 보니 그 분야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여타 매체들이 성을 다루는 것과 달리 학술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전문가를 만나고, 많은 책을 읽고, 데이터도 보며 심층적인 취재를 해야 하죠. 단지 심심풀이 땅콩으로 볼 수 있는 ‘야설’ 같은 것이 아니란 거죠. 그런 매체에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이 제 일이었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해왔어요.
[INTERVIEW] Welcome! 곽정은 기자의 달콤 살벌 연애담
q 주변에 연애 상담을 원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요즘 연애 고민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말하면 되는데 말 못하고 끙끙거리는 것’이죠. 예전에는 그런 고민이 풋풋한 떨림 정도였는데, 이제는 갈등의 포인트가 ‘내가 쪽팔릴까 봐’로 바뀌고 있어요. 예를 들어 남녀가 잘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보죠. 먼저 “우리 사귈래?”라고 말하면 되는데, 굳이 상대방에게서 그 말을 들을 방법을 물어봐요. 답이 없죠. 제가 연애를 쉬지 않고 많이 했던 이유는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서예요.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며 속 끓이는 대신 내 매력을 키우고,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를 생각하고, 용감하게 표현했죠. 자신을 던져야 연애를 할 수 있어요. 상처받는 게 두려우면 죽어버려야죠.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상처예요. 우리가 계속 상처받으면서도 사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더 나은 단계로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연애칼럼을 풀어내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결혼 얘기도 쓰고 이혼 얘기도 다 써요. 자신의 바보 같은 경험조차도 나를 믿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죠. 요즘 친구들은 자기를 못 믿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INTERVIEW] Welcome! 곽정은 기자의 달콤 살벌 연애담
q 속 시원한 연애 상담이 필요해요. 남자친구가 있는데, 저보다 키가 작아요. 제가 큰 키도 아닌데 말이죠. 주변에서는 어서 헤어지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제 주변에는 연애를 많이 안 하고 결혼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제가 연애를 많이 하는 걸 부러워해요. 하지만 여자로서의 행복함, 즉 남편이나 가정, 아이 같은 부분에서는 저를 안타깝게 바라보죠. 저도 그 친구들을 볼 때 마찬가지고요. 행복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만약 남자친구가 자신의 작은 키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서 연애에 심한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키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라고 볼 수 있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키 크고 잘생기면 좋겠죠. 하지만 어떤 사람도 모든 걸 가질 수는 없잖아요. 외모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남들이 키를 가지고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지 키가 작다는 이유로 어리석은 결정을 한다면 후회할 수도 있죠.
[INTERVIEW] Welcome! 곽정은 기자의 달콤 살벌 연애담
q 한 남자와 5년 넘게 연애 중이에요. 다른 사람을 만나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걱정도 돼요. 부모님도 “남자는 많이 만나봐야 한다”며 은근히 헤어지길 바라는 눈치세요.

부모님들이 많이 만나보라는 얘기를 하시잖아요. 그때는 한 명만 만나고 결혼하던 시절이었으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제 첫사랑이 네 살 연상의 좋은 오빠였는데 어린 마음에 다른 사람도 만나고 싶어 헤어졌어요.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더 좋은 것들을 나누고 성장할 수 있었는데 참을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이 만나는 게 정답은 아니에요.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도 ‘진상’만 만난다면 오히려 연애에 질려 버릴 수도 있어요.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진심으로 포용하고 사랑을 경험해 봤는지예요. 한 달을 만나더라도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를 만나든, 몇 명을 만나든 그건 자신의 몫이죠.
[INTERVIEW] Welcome! 곽정은 기자의 달콤 살벌 연애담
q 요즘 취업이 힘들잖아요. 그래서 연애하는 것도 부모님의 눈치가 보여요. “취업도 안 했는데 연애를 하느냐”고 안 좋은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부모님의 잔소리가 어느 정도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연애든 뭐든 내 삶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에요. 저는 부모님이 남자친구에 관해 물어보면 항상 “서울대 다니는 놈 만나니 걱정 말라”고 말씀드렸어요.(웃음) 몰래몰래 연애하면 되죠, 왜 그걸 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나요? 회사에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학생들 중에 “엄마가 하지 말래요” 하면서 그만두는 친구가 종종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버텨야 하는 게 맞죠. 저도 처음에 일을 할 때 야근이 너무 많으니 아버지께서 그만두라고 하셨어요. 단호하게 싫다고 했죠. 확신이 있다면 설득하고 버텨야 해요. 경제적인 독립도 중요하죠. 저는 취직하자마자 차를 사고 집을 나왔어요.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지하면 그것이 족쇄가 될 수 있어요. 경제적으로 지원받고 보호받길 원하면서 ‘연애는 제 뜻대로 할게요’는 어렵잖아요. 결혼할 때 부모님이 집 사줬는데,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겠다는 게 말이 되나요? 권리를 미루는 만큼 족쇄는 강하게 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INTERVIEW] Welcome! 곽정은 기자의 달콤 살벌 연애담
q 남자친구가 그냥 ‘친구’로 지내는 남자들조차도 만나는 것을 싫어해요. 남녀 사이는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요. 정말 이성끼리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우리 주변에는 남녀가 친구로 지내는 사례들이 있잖아요. 그러니 친구가 될 수는 있는 거죠. 하지만 애인이 싫어한다면 아무리 친구라 해도 만나지 않거나, 모르게 만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니면 애인을 설득하거나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은 자제할 줄도 알아야죠. 관계를 자를 수는 없겠지만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조절해야 할 것 같아요.



q 방송에서 공개한 ‘와인 잔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다른 ‘비장의 연애 기술’은 없을까요?

비장의 기술은 없어요. 와인 잔을 백날 만져봤자 관심 없는 남자가 갑자기 호감을 보일 리 없잖아요. 연애를 하고 싶다면 대단한 스킬보다 나에게 관심 갖게 만드는 호감의 요소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나는 이성 앞에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눈빛일 수도 있고, 옷을 잘 입는 것일 수도 있고, 데이트 고민을 안 하게 해 줄 준비성일 수도 있죠. 그런 장점을 어필하면 호감을 살 확률을 높일 수 있어요. 그게 연애를 잘하는 비장의 기술일 거예요. 자신의 매력을 잘 모르거나 매력을 개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고는 “내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사람을 원해”라고 말을 하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를 기반으로 한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자신감만 충만하다고 연애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q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지 고민이에요. ‘이런 남자는 절대 만나지 마라’ 조언을 해 주세요.

자신의 단점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사람과는 건강한 연애를 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예의 없는 남자는 피해야 해요. ‘감정 노동자’라고 부르는 서비스 직군의 여성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남자는 화가 났을 때 똑같은 멸시를 옆 사람에게도 할 수 있거든요. 자기 삶에 대한 계획이 없는 남자도 별로죠. 돈도 못 벌면서 좋은 차만 타는 남자들이 그런 유형이에요. 이런 남자를 만나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많거든요. 싸울 때 엄청 격해지는 남자도 피해야 해요. 좋을 때 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싸웠을 때 모습이 평소와 달리 안 좋다면 애초에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을 위해 연애와 대학 생활에 관한 조언을 해 준다면?

모범생만 살아남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사회는 다양한 경험을 한 친구들을 원해요. 저는 재미없게 대학 생활을 한 것이 후회가 돼요.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았거든요. 운 좋게 제 직업을 통해 그런 경험을 나중에 보충하긴 했지만 어릴 적에 경험했다면 제 생각의 폭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남들 따라 스펙 쌓는 것 말고 자신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연애도 마찬가지죠.‘사회의 기준에 맞춰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접근해 경험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연애도, 인생도 정답이 정해져 있는 사지선다 문항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