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풍속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탓에, ‘전통’을 찾아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춘들의 여가 시간을 책임지는 대학가 상권에서도 ‘전통’은 사라졌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업종으로 간판이 바뀌는 통에 전통은커녕 가게 이름 외우기가 바쁠 정도.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아직도 선후배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어 줄 귀한 공간이 구석구석에 남아 있다. 20년 이상 한자리에서 문을 열고 있는 오래된 술집들이 그 주인공. 그 자체로 ‘전설’이 된 대학가의 오래된 술집들을 소개한다.



반달집 since 1976

건국대·세종대
화양동에서 고갈비 맛 모르면 간첩!
[GOURMET] 우리 아빠, 엄마도 단골이었어 대학가 오래된 술집들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곧장 가면 ‘반달집’이 나온다. 건국대 후문 쪽에 위치한 반달집은 1976년 처음 문을 열었다. 38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뚝심이 빛나는 명물 술집이다. 반달집은 눈에 띄는 인테리어도, 왁자지껄한 북적거림도 없는 평범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 집만의 시그너처 메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고갈비. 고등어구이를 뜻하는 고갈비는 이 집 단골들이 반드시 주문하는 특별한 메뉴다. 가게는 주인아주머니 혼자서 운영한다. 손님이 많을 때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리를 치우고 앉기도 한다고. 그럴 때는 학생들이 기특하고 고마워서 공짜 안주도 준다.

대표메뉴 고갈비(고등어구이), 계란말이, 닭볶음탕 위치 서울특별시 광진구 광나루로24길 2

연락처 (02)457-2808



옹고집 since 1992

서강대

장사가 아닌 정(情)을 주고받는 공간
[GOURMET] 우리 아빠, 엄마도 단골이었어 대학가 오래된 술집들
서강대 정문에서 신촌으로 올라가는 언덕에는 골목이 하나 있다. 들어가면 술을 엉망진창으로 먹는다고 해서 서강대생들은 이곳을 개골목이라고 부른다. ‘옹고집’은 1992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자리가 넓은 편이라 각종 모임 장소 1순위로 꼽힌다. 개강 총회, 동아리 모임 등이 몰려 있는 학기 초가 되면 옹고집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닭볶음탕. 평범해 보이지만 주인아주머니만의 특별 조리법으로 만들어 인기가 최고라고. 학생들은 주인 부부를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들, 딸로 생각해 하나라도 더 챙겨 주는 것은 인지상정. 서강대생들에겐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대표메뉴 닭볶음탕, 동그랑땡 위치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31-110 연락처 (02)706-9398

※ 옹고집이 위치한 개골목에는 오래된 술집들이 많다. 카스타운, 투다리, 레이더스 등 모두 20년 이상 된 장수 술집이다.



휘몰이 since 1992

고려대
어머니 뒤 이어 2대째 운영 중
[GOURMET] 우리 아빠, 엄마도 단골이었어 대학가 오래된 술집들
고려대 앞 안암역 3번 출구 근처에는 검은색 바탕에 빨간 글씨체로 써 놓은 강렬한 간판이 눈길을 끄는 ‘휘몰이’가 있다. 테이블이 일곱 개밖에 없는 미니 술집인 이곳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술 한잔하기 좋은 분위기. 가게 안은 벽부터 탁자까지 온통 낙서투성이다. 낙서를 보려고 일부러 찾는 손님들도 있다. 휘몰이의 대표메뉴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간장 소소를 바른 닭꼬치다.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린다고. 학생들의 먹성과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서 꽂은 게 특징. 20년 전 휘몰이를 처음 개업할 때는 현재 주인장의 어머니가 사장님이었다. 지금은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아들이 물려받았다.

대표메뉴 수제 소스를 바른 닭꼬치, 사과소주 위치 서울 성북구 안암동5가 연락처 (02)927-7665



반저 since 1989

대학로

25년 째 한 자리 지킨 터줏대감
[GOURMET] 우리 아빠, 엄마도 단골이었어 대학가 오래된 술집들
대학로에서 오래된 술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골목골목으로 상권이 확장되는 통에 그 어떤 지역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이곳에서 거의 유일하게 25년을 버텨 온 술집이 있다. 바로 ‘반저’. 상명대학교 디자인센터 맞은편에 있는 이곳은 ‘단호박 해물찜’과 소주에 과일을 넣어 만든 ‘과일소주’로 유명하다. 모든 메뉴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도 젊을 때부터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만들어 온 터라 ‘달인’에 가깝다고. 단골들과 재미있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격의 없이 지내는 것도 ‘장수’의 비결이다.

대표메뉴 과일소주, 단호박 해물찜 위치 서울 종로구 동숭동 1-49 연락처 (02)742-9779


글 장한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