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내 흡연 금지 10개월

2012년 12월부터 음식점과 카페, 대학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제한 또는 금지되었다. 한때 대학 캠퍼스는 흡연의 천국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잔디밭이나 벤치에 앉아 남녀불문 마음껏 끽연하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다. 흡연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금연법 시행 10개월, 흡연을 둘러싼 대학가 풍경을 들여다봤다.
[Campus Issue] 대학가는 담배 대란 중
※ 금연법(국민건강증진법)

150㎡(45평) 이상의 음식점, 호프집, 커피숍, 1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체육시설, 만화방, 300석 이상의 공연장, 학교, 고속도로 휴게소, 놀이터 등에서 전면 금연


흡연구역 있긴 한가요?
법 시행 10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흡연 부스를 설치한 음식점이나 술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있다고 해도 환기가 잘 되지 않아서 흡연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 이준영(신라대 사학 2) 씨는 “흡연 부스를 겨우 찾아서 들어가면 환기가 되지 않아 숨조차 쉬기 어렵다”며 “나도 흡연자이지만 담배 연기 가득 찬 흡연실은 정말 싫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 흡연 부스가 없어서 불만을 토로하는 흡연자도 있다. 한 대학생 흡연자는 “우리 학교에서는 흡연실을 본 적이 없다”며 “담배 피우려고 학교 밖으로 나가긴 귀찮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화장실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몰래 흡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흡연자도 배려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성 흡연자 다 어디 갔니?
지정된 흡연구역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보다 더 큰 장애가 있으니, 바로 여성 흡연자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다. 학교 안에 있는 흡연구역은 좁고, 남성 흡연자밖에 없어서 여성 흡연자는 더욱 도드라지기 마련. 여성 흡연자인 정 모 씨는 “흡연구역에 들어서는 순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면서 “그 따가운 시선이 싫어서 흡연구역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는 “결국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아서 흡연할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비흡연자 vs 흡연자 ‘모두가 불편해!’
비흡연자인 박재현(가야대 경찰행정 2) 씨는 금연법 시행 후 간접흡연에서 해방될 것이란 기대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고. 그는 “건물 밖으로 나와 흡연하는 사람들 때문에 길거리 간접흡연이 더 늘어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흡연자인 이경재(동서대 사회복지 4) 씨도 금연법 시행을 반기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막상 흡연구역을 찾기 어렵다 보니 매일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 그는 “최대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라 공공장소 금연을 찬성했지만, 흡연할 곳도 만들지 않고 무조건 금연을 외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길거리 흡연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불편함만 느끼고, 원래 취지인 국민건강을 위해 나아지는 것 하나 없는 현실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금연으로 유도하는 사회적 뒷받침 필요해
흡연자였던 박준범(상지대 법학 3) 씨는 어딜 가나 붙어 있는 금연 표시를 보며 담배를 끊기로 했다. 그는 “금연법 취지는 국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인 만큼 금연을 유도하는 쪽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금연 프로그램을 대학에서 실시해 장학금 등 보상을 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강력한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태현(동의대 경영 2) 씨는 “금연구역만 확대하고 금연과 관련한 효과적인 광고나 캠페인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며 “스스로 금연을 결정할 수 있도록 담뱃값 대폭 인상이나 담뱃값 경고 사진 삽입 등의 조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 엄진희(동의대 문헌정보 3)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