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밀면, 야구장 봉지모자, 목욕탕 때밀이 기계, 여기에다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하드코어 사투리까지…. 장르 불문하고 희한한 게 많은 부산에서도 대학생들만 아는 것이 따로 있으니, 그것은 바로 ‘부산 4대 바보’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부산에서는 이런 사람이 ‘바보’로 불린다카이~



부산대 축제에 가는 사람
[Campus Issue] 들어는 봤나? 부산 4大 바보
대학 생활에서 중요한 행사이자 설렘과 볼거리가 가득하기 마련인 대학 축제. 그러나 부산대 축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 그 정도로 재미없는 축제라는 뜻이기에 부산대 축제에 가는 사람을 ‘바보’라고 하는 것이다. 김동우(부산대 경제 3) 씨는 “축제에 연예인을 초청하지 않는 게 재미없다는 소문이 난 원인인 것 같다”면서 “유명 연예인이 오지 않는 데다 특별한 재밋거리도 없으니 학생들의 참여도가 낮고, 그래서 볼 게 없다는 소문이 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대 축제는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는 항변도 있다. 연예인을 부르지 않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꾸미는 순수한 의미의 축제 무대가 많다는 것. 김 씨는 “인디밴드 공연, 학내 동아리 공연이나 문화 행사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특별한 대학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경대 여학생과 사귀는 사람

부산에는 14개의 4년제 대학과 9개의 전문대학이 존재한다. 많은 학교 중에서 왜 하필 부경대 여학생과 사귀는 것이 바보가 될까. 부경대는 1996년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통합되면서 생긴 학교로, 공학계열 비중이 높아 유난히 남학생이 많았다. 따라서 여학생 비율이 낮았고, 여학생을 찾기 힘들다는 속설도 떠돌았다. 이렇다 보니 ‘부경대 여학생’이 소문의 중심이 된 것. 이에 대해 여학생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재학생 J씨는 “부경대에도 외모가 빼어나고 학업에 충실한 여학생이 많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남학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배경준(부경대 국어국문 2) 씨는 “예쁜 여학생이 많은데 우리가 눈이 낮은 것인지 소문이 잘못된 것인지 친구들과 가끔 의아해하며 웃어넘긴다”면서 ‘부산 3대 바보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부경대 여학생과 CC인 정영헌(부경대 국제통상 4·사진 오른쪽) 씨는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학생이 많다”면서 “소문처럼 바보가 되어도 상관없다”며 호방한 모습을 보였다.



동의대 자전거 타고 올라가는 사람
[Campus Issue] 들어는 봤나? 부산 4大 바보
이번은 객관적으로 봐도 충분히 바보가 될 수 있는 이유를 가졌다. 왜냐하면 동의대 캠퍼스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가파른 경사가 유명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 비 오는 날이면 안개 때문에 한 치 아래가 보이지 않는 곳, 캠퍼스에 눈이 온다면 산 아래인 동의대 지하철역엔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아다닐 만큼 산 중턱에 위치한 곳, 동의대 가야캠퍼스다.

동의대 가야캠퍼스는 사방이 숲으로 덮여 있고 그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이곳을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는 박수영(동의대 신문방송 2) 씨는 “고향이 경남 합천이라서 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부산 3대 바보에 대해 들었다”며 “학교를 다닐수록 그 소문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학교가 정말로 산에 있다’는 점과 ‘공기가 참 좋고 운동도 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가야캠퍼스의 경사도는 하이힐을 신으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하이힐을 신고 경사면과 같은 방향으로 서면 수평이 맞을 만큼 짜릿한 각도를 자랑한다. 덕분에 지하철역, 버스정류장을 연결하는 순환버스를 놓치면 그 순간 등산 모드로 변경이다.



동아대 하이힐 신고 다니는 사람
[Campus Issue] 들어는 봤나? 부산 4大 바보
동의대에서 산을 넘으면 동아대가 나온다. 여기서 머리가 좋은 사람은 짐작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동아대도 ‘산’이다. 동의대 뺨치는 급한 경사를 자랑하는 학교가 동아대다. 3개나 되는 동아대 캠퍼스 중 승학캠퍼스가 동의대 이웃이다. 이곳을 하이힐 신고 다니는 여학생이 부산 4대 바보다.

동의대가 급경사의 쭉 뻗은 길로 위협한다면, 동아대는 입구부터 ‘바보계단’으로 불리는 108 계단이 있다. 폭은 넓은데 높이는 낮아서 오르기가 더욱 힘든 게 특징이다. 설상가상으로 돌로 만든 계단이라 울퉁불퉁하다. 간혹 빠진 돌까지 있어서 운동화를 신고 걸어도 넘어지기 쉽다. 이곳을 하이힐로 도전하는 순간, 걸음이 조신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하이힐 숭배자가 있는 법. 강성희(동아대 화학공학 3) 씨가 그런 사람이다. 강 씨는 “건물 간 통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주로 통로로 이동하며 학교를 다닌다”면서 “어쩔 수 없이 경사로를 이용해야 되는 경우엔 반드시 혼자 다니지 않고 옆 사람을 꼭 붙잡고 걷는다”며 경사로 걷기 노하우를 밝혔다.


※ 원래 부산 대학가에서는 ‘3대 바보’가 정설이다. 4대 바보를 언급한 것은 학교마다 꼽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 주로 말하는 이가 어느 학교 학생인지에 따라 다르다. 동의대 학생은 부산대, 부경대, 동의대를 꼽고 동아대 학생은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를 3대 바보로 꼽는다.


글·사진 엄진희 대학생 기자(동의대 문헌정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