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은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로 들썩이고 있다. 칸, 베니스, 베를린, 토론토, 모스크바 등 세계 5대 영화제와 비교해도 상영작의 수나 규모 면에서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영화제가 된 BIFF. 올해는 95편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을 비롯 300여 편이 초청되었다.

이 중 20대 청춘을 위한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 영화 선정 : ‘씨네21’ 정한석 기자의 ‘칸영화제 에세이’, 미국 영화 사이트 ‘로튼토마토’ ‘IMDB’를 참고)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 간 : 2013년 10월 3일(목)~12일(토)
상영관 : 7개 극장 35개관(마켓과 비공식 상영작 상영관 제외)





CHAPTER 1 검증된 수작

아델의 이야기 1&2 (Blue Is Warmest Color)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멜로
제6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대상) 수상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10대 소녀들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다. 올해 BIFF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이며,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가 “위대한 러브 스토리”라고 평했다. 프랑스 5개 일간지에서 4점 만점에 3.8점을 받으며 일간지 별점 제도가 생긴 이후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평점을 받았다. 10여 분간 이어지는 동성애 장면은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최정점에 이르는 하이라이트. 하지만 무겁고 실험적이므로 가볍게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패스할 것.


호수의 이방인 (Stranger by the Lake)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멜로&스릴러
제6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감독상 수상

‘아델의 이야기 1&2’가 여성의 동성애를 그렸다면‘호수의 이방인’은 20대 남성들의 동성애를 그린 영화다. 인위적인 채광과 자연조명을 덧입혀 이미지를 투영한 멜로 장르에 히치콕식 서스펜스 스릴러를 동시에 가미한 훌륭한 작품이다. ‘씨네21’의 장영엽 기자는 “도무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과 간결하고 힘 있는 이미지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감독인 알랭 기로디 역시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한 리얼리티를 신뢰감 있게 쌓아간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Inside Llewyn Davis)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음악&드라마
제6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2등) 수상

1960년대 가난한 포크록 가수인 르윈 데이비스가 시카고에 있는 오디션에 참가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파고’ 등을 만든 스릴러 거장 코엔 형제의 신작. ‘씨네21’의 정한석 기자는 “빈틈없이 짜임새 있게 직조된 이야기를 통해 감독의 지성과 집중력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음악을 꿈꾸는 젊은 청춘들은 물론이거니와 저스틴 팀버레이크, 케리 멀리건 등 유명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잔잔하지만 드라마적으로도 치밀하게 직조된 음악 영화다.



CHAPTER 2 묵직한 주제의식

마지막 부당한 자 (The Last of the Unjust)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다큐멘터리

필자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아야 할 단 한 편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작품을 추천할 것이다. 어쩌면 ‘쇼아’라는 556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를 들고 왔을 때부터 클로드 란즈만 감독은 영화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인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마지막 부당한 자’는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증언을 가장 훌륭하게 재연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쇼아’의 확장판이라고 불릴 만하다. 이 영화는 수십 명의 증언을 다룬 ‘쇼아’와는 다르게 베냐민 무어멜슈타인이라는 수용소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유대인 생존자를 다루고 있다. 올해 88세인 란즈만의 나이에 만들었다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판적 시선과 놀라운 통찰력이 담긴, ‘사유를 위한 영화’로 적격인 작품.


천주정 (Touch Of Sin)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액션&스릴러

숱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쥔 중국의 젊은 천재 감독 지아장커의 신작. 감독은 데뷔작 ‘소무’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는 등 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대부분의 작품이 천천히 서사를 쌓아가는 방식의 드라마적 구성을 추구했지만 이번 영화는 무협영화의 오마주가 느껴지는 폭력·액션 영화이니 ‘지아장커의 놀라운 변신’이라 불릴 만하다. 미국 유명 비평가인 칼럼 마셜은 “올해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아트영화적 액션”이라고 평가했다.


헬리 (Heli)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범죄&스릴러

칸영화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상 직후 논란이 되었던 작품이다. 5개 일간지 평점 4점 만점에 1.6점으로 평균치에도 모자란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들은 “그 끔찍한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군인인 10대 청년과 그의 여동생이 마약범죄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잔혹한 멕시코의 마약범죄를 비교적 잘 포착해냈다는 평가와 ‘실제’처럼 다룬 감독의 방법론에 비판이 공존한다.



CHAPTER 3 너와 나의 화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드라마 / 제6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3등) 수상

현시대 일본 감독 중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대표작으로 ‘아무도 모른다’ ‘공기인형’ ‘기적’ 등이 있다. 아들을 엄격하게 키우는 아버지가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6년 전 병원에서 뒤바뀐 실제 아들과 만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이야기다.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에게 내재된 가족주의와 가부장 제도의 명과 암을 전통적인 서사방식으로 이끌어 나간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단, 감독 특유의 잔잔함 때문에 영화적인 카타르시스는 부족한 편이라 긴박감을 원하는 관객은 고개를 흔들 수도 있다.


만찬 (The Dinner)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드라마 /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폐막일 단 하루만 상영한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내년 2월 개봉할 때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 되었다. ‘상어’ ‘처음 만난 사람들’ 등 꾸준히 독립영화를 연출해온 김동현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극적인 요소보다는 담담하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서사를 쌓아간다. 무심하지만 감싸안을 수밖에 없는 가족을 그린다.



CHAPTER 4 유쾌하다! 오락영화

족구왕 (The King of Jokgu)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코미디

제목만 들어도 유쾌함이 묻어 있을 것 같은 작품. 한국 신작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한국영화-비전’ 섹션에 초대된 작품이다. 한 복학생이 총장에게 족구장 설립을 건의하고, 설립 이후 족구 열풍이 불며 족구팀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최근 리얼리즘의 경향, 혹은 지나친 사회 의식화로 인해 어둡고 무거운 주제가 대부분이었던 한국 독립영화 중에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다. ‘이공계소년’ ‘몽구스피킹’ 등 다양한 단편영화를 연출해온 우문기 감독이 내놓는 첫 장편 영화로, 미리 열린 스크린 행사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나와 엄마 이야기 (Me, Myself and Mum)
[제18회 BIFF 가이드] 부산국제영화제(BIFF) 속 청춘 영화 베스트 10
장르 : 코미디 / 제66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대상

‘오픈 시네마’ 섹션 작품으로 5000석 가까이 되는 영화의 전당 야외전당에서 볼 수 있다. 제2의 미스터 빈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코미디언 기욤 갈리엔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위엄 높기로 유명한 칸영화제 심사위원단을 단숨에 웃겨버렸다는 후문이다. 엄마 밑에서 자란 여성스러운 기욤과 남성스러운 두 형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글 이동윤 대학생 기자(BIFF 시민평론가·동아대 신문방송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