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허브 홍콩의 코리안 파워,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김중훈·김수현 사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대학생 홍보대사 4총사가 홍콩을 찾았다. 넉 달여의 활동 끝에 ‘영스탠다드차타드(YSC)’ 7기 우수 홍보대사 팀으로 선정된 인재들이다. 홍콩은 스탠다드차타드의 아시아 본부가 자리한, 명실상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 이곳에서도 한국인들의 열정과 능력을 뽐내는 이들이 있었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중훈, 김수현 매니저를 YSC 멤버들이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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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C 먼저 홍콩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김중훈 작년 4월에 홍콩에 왔으니, 함께 있는 김수현 씨에 비하면 일천한 경력이에요.(웃음) 그전에는 한국 스탠다드차타드 인사과에 있었고요. 홍콩에선 성과 평가 보상, 사원 복지 관리 등을 맡고 있어요. 인센티브 같은 보상은 어떻게 적절히 적용하나, 그러면서도 외부 규제·시선 등을 얼마큼 고려하나 등을 고민하는 부서예요.

김수현 저는 홍콩 생활 5년차예요. 이곳의 IG(International Graduate) 프로그램에 지원해 인사과 업무를 시작했어요. 첫 1년 근무 후 릴레이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어요. 사원 채용 이후의 매니지먼트죠. 이와 별도로 홀세일뱅킹(기업금융)도 담당해요.



YSC 김중훈 님은 학부 기계 전공, 석사 통역, 지금은 글로벌 은행의 HR 부서에서 일하고 계세요. 경력이 다채로우신데요.
김중훈 대학 전공을 누구보다 좋아했어요. 어릴 적 꿈이 로봇 제작이었거든요. 제가 97학번인데,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채용 규모가 확 꺾였던 시절이죠. 그래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군 제대 후 통역대학원을 알아본 건 카투사 경험이 컸어요. 그곳에서 의무병으로 일하며 한국인 군무원들의 통역을 맡았는데,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일이었죠. 그러다 2008년 스탠다드차타드에 입사해 HR 통역을 맡게 됐어요. 외국계 직원,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맡았죠. 언어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극복해야 했는데, 그걸 계기로 홍콩에서도 일하게 된 거예요.


YSC 김수현 님은 홍콩 스탠다드차타드에 직접 지원하셨는데,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김수현 일단은 관심이에요. 제 경우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와 국어였어요. 완전 문과 체질이죠.(웃음) 우연찮게도 대학 절친 중에 재외동포 전형자가 많았어요. 그 친구들이 서로 영어로 대화하는 순간, 작아지는 제 모습을 느꼈죠. 당시만 해도 수능식 영어가 전부라 일단 외국인 친구를 사귀자, 그러려면 해외로 나가자 결심했어요. 그렇게 캐나다 어학연수를 1년 다녀왔는데, 사실 그것만으론 많이 늘지 않아요. 오히려 다녀와서 이상한 짓을 많이 했죠. 일부러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한국어 강습)에 자청하는 식이에요. 서로 랭귀지 익스체인지가 가능했죠. 영어 관련 수업은 수강신청을 안 해도 무조건 들었어요. 스스로 얼마만큼 알아듣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심심하면 외국어 방송을 들었어요. 알아듣든 아니든. 그렇게 1년쯤 지나니 자신감이 조금 생기더군요. 홍콩에 올 때도 스트레스가 많고 걱정도 컸어요. 하지만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느 정도 실수하고, 틀려도 상관없죠. 말하고자 하는 것만 표현하면 돼요.


YSC 홍콩과 한국에서 모두 일해보셨는데, 특별히 느낀 차이점이 있나요?
김중훈 금융산업 자체가 규제 산업이죠.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예요. 여기도 어떤 사안이든 홍콩 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에요. 하나만 어긋나도 당장 라이선스 취소 처분을 받게 돼요. 다른 산업과는 굉장히 다른 부분이죠. 준법감시제도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관련 부서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 안에서 경쟁력을 찾고, 다른 은행들과 경쟁해야 해요. 그런 점이 가장 인상 깊어요.

김수현 조직 문화가 확실히 달라요. ‘위계질서’는 여기도 분명히 있죠. 하지만 아랫사람도 자기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어요. 오픈 커뮤니케이션이죠. 한국에선 쉽지 않은 부분이었어요. 여기 와서 “한국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넌 어쩔 수 없이 한국 사람이구나” 하더군요. 분위기 맞추는 ‘예스걸’이었던 거예요. 그런 피드백을 계속 받으면서 대안을 제시해 ‘No’를 얘기하다 보니 제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걸 알게 됐죠. 차츰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일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또 하나, 한국과는 달리 개인주의 성향이 굉장히 강해요. 장단점이 있는데, 한국은 팀 안에 잘 녹아드는 문화죠. 회식 같은 것도 그렇고요. 여긴 팀워크는 좋지만, 개인에 관계된 일은 터치하지 않아요. 내 일만 잘 해내면 되죠. 가끔은 야근 마치고 밥 먹고, 술 한잔하는 게 그립긴 해요.



YSC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인재들과 함께 일한다는 게 무척 매력적인 것 같아요.
김수현 맞아요, 일단 외국인 직원이 굉장히 많죠. 홍콩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도 그만큼 많이 사귈 수 있다는 뜻이에요. 흔히 홍콩을 ‘Come and Go’라고 불러요. 왔다 가는 떠돌이들이 많다는 의미예요. 반면 다양한 사람을 사귈 수 있어 지루한 느낌은 없죠. 저도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즐거워요. 홍콩에서 준비된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김중훈 한국도 주니어급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임원급이 프레젠테이션하면서 지휘봉을 잡는 경우가 많죠. 그런 문화에서는 말을 하려면 뭔가를 정확히 알아야만 해요. 여기선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가능한 게 다른 점이에요. 또 한국은 첫 직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홍콩은 금융 중심지라 그만큼 사람 이동도 잦아요. 자연히 기업도 인재를 붙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죠. 거의 매일 HR 전쟁이에요.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경쟁사에서 바로 콜이 오고, 미련 없이 떠나죠.
[해외 취업 멘토링] “다양한 경험만이 글로벌 인재의 조건”
YSC 평생직장 같은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겠어요.
김중훈 한국과는 분명 달라요. 한국은 여전히 평생고용 개념이 강하죠. 대기업에 한 번 입사하면 승진하면서 죽 가는 분위기잖아요. 여기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에요. ‘나는 자랑스러운 회사 사람이다’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단순한 잡(job) 개념이죠. 자신의 비전과 가치를 높이는 게 최고의 가치예요. 나와 회사의 비전이 맞지 않으면 떠나는 게 당연한 문화죠. 한국보다 노동자 보호 개념이 크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그보다는 ‘지속적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홍콩은 그게 가능하더군요. 이직이 잦고, 인력 마켓 자체가 작다 보니 ‘인재 스와프’가 된다고 할까요. 기업과 직원이 서로 선택하는 구조라고 보면 돼요.


YSC 해외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려요.
김수현 홍콩도 대졸 채용을 해요. 규모도 어마어마하죠. 학교 공부도 좋지만, 여러분처럼 다양한 경험을 통해 ‘팔방미인’이 된다면 좋겠어요. 사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이들에게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하진 않아요. 대신 자격증, 언어, 인턴십 등 다양한 활동 경험이 더 중요해요. 특히 팀워크를 경험할 수 있는 대외활동이 필요한데, ‘내가 적극적인 사람이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되죠. 저도 글로벌 취업만을 목표로 해서 이 자리에 온 건 아니에요. 대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알고 있어야죠. 외국 생활은 무엇보다 적극성이 최고의 덕목이에요. 영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한국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살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해요.

김중훈 한국에서도 잠시 같이 일했지만, 수현 씨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다음 주에 프로젝트 누가 할래” 하면 바로 손들던 사람이 수현 씨예요. 그렇게 성장하는 거죠. 저도 현재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홍콩에 온 여러분도 이 기억을 어떻게 자산으로 삼을지 생각해야 해요. 고민만 하고 행동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어요. 언어는 기본이고, 여기에 자기 표현력을 갖추도록 노력하세요. 이력서용 영어 실력이 아니라 지인에게 재미있는 책 한 권 권유할 수 있는 실력이 더 중요해요. 또 단순히 입사용 스펙이 아닌,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어 저도 검도를 하고 있는데, 항상 바른 정신을 갖게 해줘,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 역할을 하더군요.

김수현 영문 이력서에는 항상 취미란이 있어요. 공부 외에 다양한 경험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이에요. 취업을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쌓으세요.


글 장진원 기자│사진제공 스탠다드차타드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