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마지못해 정해주는 데로 가는 것보다 스스로 골라 기꺼이 가는 군대가 훨씬 매력적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자신의 전공, 관심사 등을 반영하면 ‘단절’ 없는 군생활을 할 수도 있다. 군미필은 눈 크게 뜨시라. ‘맞춤형 진짜 사나이 되는 법’을 공개한다.
part 1. 전공 살려 입대하기 징병검사를 통해 현역 판정을 받아 입대하면 일반병으로 간다. 일반병의 주특기는 훈련소에서 정해주는데 어떤 주특기를 부여받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모집병으로 입대하는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자격증이나 전공학과를 바탕으로 지원하는 것이 모집병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모집병에 지원하면 본인 적성을 살릴 수 있어서 21개월이라는 기간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해당 분야로 취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모집병 입대의 장점을 밝혔다. 육군에 존재하는 군사특기만 260여 개다. 이 가운데 자신의 전공, 적성에 맞는 분야가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인문대 : 토익, 텝스 등 높은 어학 점수를 보유했다면 카투사에 지원해볼 만하다. 외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제2외국어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어학병에 지원할 수 있다. 영어, 중국어, 일어, 프랑스어, 독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어학병이 있다. 희귀 언어일수록 모집인원이 적다. 고고학과, 역사학과 전공자라면 유해발굴병도 고려할 것.
체육대 : 체육학 조교병이란 사관생도들에게 테니스, 축구, 태권도 등을 가르치는 병사다. 각종 체육대회 입상 경험자나 스포츠 자격증을 보유한 이를 우대한다. 또 특공·수색병, 특전병 등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자리도 체대생에게 어울린다. 키가 크고 외모가 빼어나다면 의장병을 우선순위에 둘 것.
IT 관련 : 컴퓨터학과, 전산학과 등 IT 관련 전공자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해커를 예방하는 정보보호기술병, 전차 시뮬레이션을 담당하는 전차 시뮬레이터,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군내 범죄를 수사하는 사이버 수사병 등이 있다.
공과대 : 군에서 운용하는 각종 장비를 다루는 일은 오롯이 공대생의 몫이다. 전차병·장갑차병 등은 기계나 자동차정비 관련 학과 출신을, 목공병·측량병· 제도병 등은 건축학과와 토목학과 출신을 우대한다. 또 물리나 화학, 방사선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화학병, 방사능분석연구보조병, 화학연구보조병, 유해 발굴 감식병, 화생방병 등을 주특기로 지원할 수 있다.
언론정보&신문방송학 : 국군방송 촬영·연출을 돕는 방송병이나 육군 홍보용 동영상과 포스터를 제작하고 육군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육군 사이버 홍보병에 지원할 수 있다.
범죄수사&경찰학 : 경찰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귀빈을 경호하고 행사 경비, 대테러 임무 등을 수행하는 특수경호병에 지원해 해당 업무를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군내 회계, 마약, 건축 분야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전문병도 있다.
호텔경영학 : 호텔리어를 꿈꾼다면 국군 콘도·호텔 등 국군의 각종 휴양시설에 배치되어 웨이터, 프런티어 일을 하는 복지병에 지원할 만하다.
Tip
모집병 분야마다 전형 내용이나 과정이 다르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경우도 있고, 더 복잡한 전형을 치르는 분야도 있다. 모집병마다 지원 자격에 충족되지 않으면 지원이 불가능하다. 병무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모집병에 관심 있는 사람은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전공이나 주특기를 확인한 후 지원하라”고 조언했다.
주특기란?
병사 개인의 교육, 경험, 기술 등을 기초로 부여된 군사특기 중에 가장 적합한 근무 분야를 말한다. 병사를 배치할 때 주특기를 우선 고려한다.
part 2. 장교로 군생활 하기 장교는 위관급 이상 간부를 말한다. 흔히 소위 이상의 간부를 장교라고 하며, 부사관과 병사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멋진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나 군대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이라면 장교의 길을 고려할 만하다.
학사사관(복무기간 : 훈련 16주, 임관 후 3년 복무)
전 학년 지원 가능하다. 1·2·3학년 때 지원해 합격하면 ‘학사예비장교 후보생’이 되고, 4학년에 지원해 합격하면 바로 ‘학사장교’가 된다. 지원 시기에 따라 명칭이 다른 것일 뿐 대학 졸업 후 장교로 입대해 3년 복무하는 것은 같다. ‘학사예비장교 후보생’은 한 학기에 한 번 소집 교육이 있다. 후보생은 휴학할 수 없으며, 신병·유학의 경우에만 휴학을 허락한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복무기간 : 방학마다 2·4주의 훈련, 임관 후 2년 4개월 복무)
1·2학년 때 지원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체력단련을 하고 군사학 수업을 듣는 등 번거로움이 많지만 장점도 많다. 훈련비, 격려비 명목으로 각종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고유의 단복을 입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학군단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의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참고로 항공대·한서대(항공학부) 학생은 공군 학군단, 한국해양대·목포해양대 ·부경대·제주대 학생은 해군 학군단으로 입단 가능하다.
전문사관(훈련을 제외한 복무기간 : 3년)
전문사관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임관하여 전투병과가 아닌 특수병과에서 복무하는 장교를 말한다. 재정사관, 통역사관, 의정사관, 법무행정사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군에서 사용하고 싶은 사람은 이 방법을 통해 장교로 입대하는 게 유리하다. 전문사관은 다른 전형과는 달리 전공 평가시험이 있다. 또 분야에 따라서 요구하는 필수 자격증이 있다. 이를테면 육군 법무행정 장교는 ‘학사 학위 이상에 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여야 지원할 수 있다.
대학 군장학생(복무기간 : 7년)
이 방법으로 장교를 가면 ‘효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면 4년간의 학비를 군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학사장교와 마찬가지로 대학 졸업 후에 복무를 한다. 단점이 있다면 복무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총 7년을 복무하기 때문에 ‘대위’로 전역을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른 장교들은 대개 중위로 전역한다.
part 3. 도시 한복판에서 복무하기
전환복무란 군복무를 하는 대신 의무경찰이나 의무소방원으로 복무를 하는 제도다. 사회와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며 입대 시기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환복무의 하나였던 경비교도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2012년 12월에 폐지되었고, 의무경찰과 의무소방원도 2015년 폐지된다. 몇 년 뒤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전환복무에 관심 있다면 서둘러 지원하자.
의무경찰(복무기간 : 21개월)
시위 진압, 교통 통제 등 사회에서 경찰의 임무를 수행한다. 간단한 체력 테스트와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서울기동대에 복무 중인 유 모(22) 일경은 “시위가 많으면 일이 바쁘지만, 외출·외박이 많아서 숨 돌릴 시간도 충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복무기간은 육군과 동일하며 매월 수시 모집한다.
의무소방원(복무기간 : 24개월)
소방관과 함께 재해·재난 현장에 나가 각종 구호 활동과 질서 유지를 돕는 임무를 맡는다. 의무경찰과 마찬가지로 선발시험을 거치는데 매년 4월과 11월 2회에 걸쳐 시행하고, 매 회 300명을 모집한다. 국사와 소방상식을 포함한 필기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복무기간은 24개월로 일반 병사보다 3개월이 길다.
미니 인터뷰 장교 복무의 일장일단
“나와 비슷한 사람들 지휘하기, 쉽지 않아”
이화평(학사장교로 2009년 10월 23일 임관, 2012년 11월 2일 전역)
장교는 일반 병사와 달리 선발 절차가 엄격하다. 필기시험, 체력 테스트 등 각종 선발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장교가 될 수 있다. 또 많은 혜택을 누리는 만큼 막중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Q. 장교로 군복무 시 장점은.
상급 간부들과 사병 사이를 조율하면서 사회성을 배울 수 있었다. 소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보니 리더십도 배웠다.
또 장교는 7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와 혜택을 받는다. 연봉 기준으로 2200만~2400만 원 선이다. 일반 사병 봉급의 약 80배다. 그 덕분에 목돈을 마련해 전역 후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Q. 어려움도 있을 텐데.
사실 사병이나 장교나 계급 차이일 뿐 생각이나 의식 수준은 비슷하다. 확연하게 높고 낮은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비슷한 사람들을 지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Q. 장교 지원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장교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훌륭한 장교가 되는 과정에서 실망하거나 넘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 성숙해지는 시기라고 생각하라. 리더로서 안목을 넓게 보고, 부족한 것을 깨닫고 노력해라. 그러면 괴롭거나 힘들지 않을 것이다.
예비역 형들이 들려주는 군생활 Tip
“군대의 실세는 상병!”
이등병 때는 말조심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사회에서 나오는 버릇 같은 것도 조심해야 하고. 일을 시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게 핵심이야. 잘 모르면 아는 척하지 말고 물어보는 것도 중요해. 선임들한테 잘 보이도록 늘 노력해야 할 거야. 보통 상병들이 ‘실세’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상병들에게 잘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차왕건(2013년 1월 전역)
“눈치코치·신속 행동이 최고야”
눈치가 빠르고 맡은 일을 척척 해내는 지혜를 가진 친구가 사랑받지. 스스로 생각하기에 눈치가 느린 사람이라면 선임의 패턴을 기억하고 행동에 옮기는 노력을 해야 해. 그리고 군대에서는 축구, 농구, 족구를 잘하는 게 최고야. 절대 느긋하게 행동하지도 말고 어리바리로 행동하지도 마. 눈치코치와 신속한 행동. 이게 군생활의 핵심 비법이라고!
오상훈(2011년 12월 전역)
글 전세훈(한신대 국제관계 4)·박혜민(국민대 정치외교 2) 대학생 기자· 장한별 인턴 기자
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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