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한 소절을 알리고 동해를 알리기 위해 몇 걸음 걷는다고 해서 세계가 한국을 모두 알게 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언젠가는 한국의 멋과 진심을 세계가 알아줄 것이라 믿는 애국심 충만한 청년들이 있다. 그저 독특한 ‘스펙’으로 치부하기에는 눈물겨운 그들의 ‘애국’을 만났다.
[애국청년 열전] 잠시만요! 애국심 느끼고 가실게요~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아리랑
코리아 아유 레디

지난 3월 1일 6명의 청년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세계일주를 통해 한국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서다. 단장인 문현우(27·경기대 관광경영) 씨를 중심으로 이들의 활동을 영상에 담을 박준영(28·동의대 신문방송) 씨, 서예 전공자 이정화 (23·경기대 서예문자예술) 씨, 장구 전공자 김동국(26·한국예술종합학교 타악) 씨, 대금 전공자 임정민(23·서울대 국악) 씨, 판소리 전공자 신유진(21·서울대 국악) 씨가 모여 꾸린 ‘코리아 아유(아리랑 유랑단) 레디’의 첫발이었다.

“공모전에서 만난 멤버들과 상금을 들고 베트남으로 떠났어요. 그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했고, 이를 더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함께했던 멤버들이 계속해서 활동을 할 수 없게 돼서 그들이 소개해준 후배들과 팀을 꾸리기 시작했어요. 한국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멤버를 찾아다니다가 한국의 소리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났죠.”

다짜고짜 한국을 알리러 떠나자는 문현우 씨의 제안에 팀원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기획안과 취지를 알고 나서 함께 ‘애국청년’의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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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무수히 많은 ‘한국’ 중에 한국의 소리 ‘아리랑’을 들고 떠난 건 ‘모든 국민이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에게 전하는 백 마디 말보다 곡조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구와 대금, 판소리로 아리랑이 울려 펴지면 이정화 씨가 소리에 맞춰 서예를 하는 퍼포먼스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내 집에서도 반기지 않는 것을 과연 외국인들이 반겨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외국인들이 좋아해준다면 우리 국민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죠. 그래서 각국 학교 문화원이나 대사관, 한국어를 배우는 대학교에 가서 아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대학생이 세계일주 비용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일. 이들은 기획안을 들고 기업과 지자체를 다니며 후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거절당하길 수차례. 단장인 문현우 씨가 쌓아놓은 두둑한 신뢰와 탄탄한 기획안 덕분에 카페베네와 문경시, 노스케이프, 인텔코리아 4곳의 후원을 받아 길을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해외의 땅에서 아리랑의 감동을 전했다. “어떤 할머니께서 공연을 보시더니 살면서 가장 멋진 공연이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 관객은 10명 남짓이었거든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외국인들과 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활동하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국 전통의 멋보다는 한국이 K-POP으로만 알려져 있다는 것. 그래서 ‘코리아 아유 레디’를 하나의 민간 외교단체로 만들어 한국의 전통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장을 펼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Please, Remember East Sea&Dokdo
남석현

이름 석 자보다 ‘동해수문장’으로 더 잘 알려진 남석현(27·인제대 나노공학과 졸업) 씨는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엮은 책 ‘청춘발작’을 출간했다. 동해수문장에 이은 또 다른 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애국청년’이라는 말에 쑥스러워하는 남 씨의 ‘동해 알리기’ 활동은 2010년 대학 2학년 때 학교 연수를 통해 친동생과 떠난 10주간의 유럽여행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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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곤니치와’ 또는 ‘니하오마’였어요. 마음이 상했죠. 그때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얀색 티셔츠와 펜, 막대기를 구해서 그 위에 한반도를 그리고 ‘Please, Remember East Sea&Dokdo’를 그려 넣었죠. 여행하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티셔츠를 메고 다녔어요. 많은 외국인이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유럽에서 동해를 알리고 온 후 일본, 말레이시아 등에서 다도나 태권도를 가르치는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2012년 4월, 우연히 모나코에서 국제수로기구(IHO) 총회 개최 소식을 알게 됐다. ‘일본해’ 단독 표기를 바로잡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고 ‘동해수문장’팀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1월부터 3개월 동안 7개국을 방문해서 1만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어요. 그리고 IHO 회원국 담당자들에게 발송했죠. ‘동해’ 표기는 2017년으로 연기됐지만 이런 사실을 알린 것만으로도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처음이라 서툰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었던 ‘동해수문장’ 활동을 발판 삼아 최근 글로벌 청년문화 수교단인 ‘세이울’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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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잊고 있는 것이 있어요. 참전용사, 동해, 그리고 한류 팬이에요. 참전용사, 한류 팬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것을 말하기에 바쁘고 그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요. 일방적으로 우리 주장을 전하는 홍보 활동이 아닌 실질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차근차근 우리 문화와 동해·독도를 알리고 싶어요. 그 역할을 ‘세이울’이 하는 거죠.”

남 씨와 함께 4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세이울’은 지난 8월 16일, 10월 중순까지 두 달여에 걸쳐 유럽 8개국을 방문해 한국 문화와 독도 홍보 활동을 펼치기 위해 떠났다. 이들은 활동 기간 동안 한국어 말하기 대회, 투호·다도·대금 체험, 동해·독도 손수건 배포 등을 통해 한국과 교류가 많지 않은 동유럽 국가에 한국을 알리며 네트워크를 만들 예정이다.

“2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그들의 마음을 천천히 얻고 싶어요. 그래서 그들이 교과서에 ‘동해’라고 표기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나서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지금쯤 유럽에서 동해·독도 손수건을 나눠주고 있을 남 씨는 귀국하면 자신이 여행에서 찾은 꿈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동해·독도 지키기와 연계해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줄 계획이다.



한반도 곳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대학생들
나는 대한민국이다
글·사진 황초롱 대학생 기자(성신여대 경제 3)

지난 6월 6일 홍대 걷고싶은거리의 야외무대 앞, 시민 700여 명이 모였다. ‘순국선열의 뜻을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을 더 아름답게 가꾸고 지켜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캠페인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프로젝트팀 ‘나는 대한민국이다’의 대학생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더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며 지난 5월 1일 모인 대학생 3명이 꾸린 팀이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20여 명의 청년이 동참해 프로젝트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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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각종 프로그램과 더불어 택견, K-Pop, 한복 플래시몹 등 재능기부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대한민국이다’ 프로젝트팀의 윤지민(26) 팀장은 “글로벌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이미지”라며 “수많은 한국 사람이 어디에 있건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는 대한민국이다’는 페이스북(facebook.com/itsmekorea)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글 김은진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