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많은 사람이, 아주 흔하게 하는 착각이 하나 있습니다. 보편적인 착각이란 뜻이죠. 그 착각이란 다름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보여야 나를 좋아해줄 거라는 겁니다.

실제로 악한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대부분 본심은 착합니다.―혹은 착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여기서 착한 것과 착하게 보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입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대개의 경우 착한 것과 착해 보이는 것을 동일하다고 여깁니다. 대부분이 착해 보이는 사회적 페르소나를 하나 더 만들죠. 그 페르소나는 다른 사람이 무심하게 던지는 모든 부탁에 꼭 ‘응’이나 ‘네’라고 대답해야 합니다. 행여나 거절을 할 참이면 등줄기로 땀방울이 서늘하게 흘러내릴 지경입니다.

거절하지 못하고 매번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착해 보이는 사람을 우리는 때로 ‘호구’라고 부릅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사람을 얄궂게 부르는 말 같습니다만, 어쩌면 호구는 바로 착하게 보이려고 만든 페르소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부르는 별칭이 아닌가 싶어요. 살펴보면 이런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거든요. 호구라는 시쳇말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우리 모두가 자조적으로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신주의 다상담’이라는 책을 봅니다. 제목은 분명 상담인데요, 이거 참, 내담자를 더 열 받게 하자는 건지, 상처를 입히자는 건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대놓고 독설을 쏴대고 돌직구를 날리는 이 거리의 철학자는 도무지 착해 보이지 않네요. 그렇습니다. 강신주는 절대로 착해 보이지 않아요.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꼭 필요한 이야기를, 그것이 다소 상처가 된다고 해도 말해준 경험이 있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많지 않네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착한 이미지를 구길 각오를 해야 하니까요. 강신주는 착해 보이지는 않지만 내담자에게 있는 그대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착해 보이려고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솔직한, 자신에게 적확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당신을 멀리하는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쭉 멀리해도 괜찮을 부류일 거예요. 솔직해지는 게 두렵다면 대학로 벙커원에서 열리는 ‘강신주의 다상담’ 행사에 한번 가보시죠. 독설에 가까운, 그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수많은 사람이 모입니다. 마치 부흥사나 고승의 설법을 듣는 것 같은 분위기예요. 우리 사회에는 솔직하고 진심 어린 말, 진정한 의미의 착함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착해 보이려 하지 말고 진짜 착해지세요.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착해 보이는 사람 말고 진짜 착한 사람
강신주의 다상담 1, 2
강신주|동녘

MBC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의 한 코너에서 시작, 대학로 벙커원의 간판 특강이 된 ‘강신주의 다상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동안 꺼내지 못한 많은 이들의 고민에 대해 철학자 강신주의 폐부를 찌르는 상담이 이어진다. 1권 ‘사랑, 몸, 고독’ 편은 개인적인 영역, 2권 ‘일, 정치, 쫄지 마’는 개인을 넘어 사회생활과 정치 영역을 다룬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착해 보이는 사람 말고 진짜 착한 사람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 갤리온

30년 넘게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저자가 동시대 ‘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대기업이 아니면 취직을 안 하겠다는 여대생, 불안정한 일자리에 결혼마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며 눈물을 그치지 못하던 여성 등 진료실에서 마음을 다친 젊은 여성들을 만나온 저자가 그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냈다. ‘지금 불안하다면 잘 살고 있다는 증거’라며 위로와 격려를 주고 내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조언을 전해준다.



신간 소개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착해 보이는 사람 말고 진짜 착한 사람
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 밝은세상

몇 편의 의미심장한 스릴러로 국내에서도 많은 고정 팬이 있는 더글러스 케네디의 새 장편. 구조조정, 빅딜, 적대적 M&A, 정리해고, 명예퇴직 등의 말이 일상이 됐던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잘나가는 광고영업자에서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주인공 네드 앨런은 돈 세탁과 관련한 검은 제의에 응하고 만다.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앨런이 복수와 반전의 마지막 패를 뒤집는 과정을 빠른 속도로 그려냈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착해 보이는 사람 말고 진짜 착한 사람
반기문과의 대화
톰 플레이트 | 알에이치코리아

반기문 UN 총장의 인터뷰. 인터뷰어는 미국 미디어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전 ‘LA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다. 반기문 총장과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 여섯 차례의 부부 동반 만남을 책으로 엮었다.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한국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반기문 총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착해 보이는 사람 말고 진짜 착한 사람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 | 청림출판

판다는 행위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책. 저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썼다. 저자는 우리의 일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활동이 넓은 의미의 판매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자신의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이런 광의의 판매 활동이 생존과 개인적 행복을 가름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새로운 세일즈의 세상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제언을 담았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착해 보이는 사람 말고 진짜 착한 사람
허영진(교보문고)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



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news.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