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Q열전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2008년 계간 ‘시와 세계’로 등단한 시인.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문학도. 망했다는 사실조차 아는 사람 없는 앨범 몇 장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이제는 ‘뜨고 있는’ 뮤지션. 이것이 스물일곱 강백수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강백수 본인의 자기소개는 생각보다 심플하다.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입니다.”
[시인·인디 뮤지션 강백수] 문학과 음악의 요정
Music 1 하헌재 때문이다

내가 참치 못 사먹고 참치김밥 먹는 거 하헌재 때문이다.

비엠더블유 못 타고 똥차 타는 것도 다 하헌재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하자고 꼬시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난 공부해서 취직하고 떵떵거리며 살 텐데. (‘하헌재 때문이다’ 中)


강백수는 중학교 3학년 때 1박 2일 가출을 했다. 전교 11등이던 성적이 15등으로 떨어졌다고 엄마에게 야단맞은 게 억울해서다. 하지만 가출해서 학교 가고 학원에도 갔다. 공중전화 박스에 쪼그려 앉아 학원 숙제도 했다. 가출해도 갈 곳은 없었고, 학원을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순진하고 착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부만 열심히 하던 그가 밴드에 빠지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만난 친구 ‘하헌재’ 때문이다.

“아버지께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베이스 기타를 사달라고 했어요. 당시 록 음악을 좋아했거든요. 하헌재라는 친구는 고등학교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가서 ‘나 베이스 기타 있다’라고 자랑을 했죠. 그랬더니 밴드에 들어오라고 꼬이는 거예요. 밴드를 하면 근처 명일여고 축제에 공연을 갈 수 있다면서요.”

여고 축제를 갈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홀딱 넘어가 인터넷으로 베이스를 독학하며 밴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베이스에 재능이 없었고, 연주 실력이 형편없다고 소문나서인지 명일여고 축제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밴드에 취미를 붙인 그는 대학에 가서도 꾸준히 밴드 활동을 했고, 결국 정신 차리고 보니 뮤지션이 되어 있었다.

“포털 사이트에 강백수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하헌재가 나오거든요. 그 친구는 여자 꼬일 때마다 그거 보여주면서 자랑해요. 저는 이렇게 음악 하게 해놓고 본인은 정작 취업 준비하고 있어요. 그때 그 친구 때문에 밴드에 들어간 거 지금 정말 후회하죠. 아마 죽을 때까지 후회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밴드를 그만두고 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다가, 시간이 흘러 함께 음악 하던 친구들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어떨까요? 만약 그 상황이 오면 음악을 그만둔 걸 또 후회하겠죠? 그때 할 후회도 지금 하는 것 못지않을 거라 생각해요.”



Music 2 타임머신

어느 날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1991년으로 날아가 한창

잘나가던 30대의 우리 아버지를 만나 이 말만은 전할 거야.

제발 저를 너무 믿고 살지 말아요. 학교 때 공부는 좀 잘하겠지만 전 결국 아무짝에 쓸모없는 딴따라가 될 거예요.

못난 아들 용서하세요. (‘타임머신’ 中)



“초등학교 때 일기 쓰기가 싫어 잔머리를 굴려 동시를 썼어요. 야단맞을까 걱정했는데 선생님께서 칭찬해주시는 거예요. 그때부터 일기에 시를 썼고, 시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중학교 때는 같이 살던 사촌 누나의 영향을 받아 음악에 빠져 록스타가 되고 싶었죠. 그렇게 어릴 때부터 시인, 록스타를 꿈꿨지만 남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어요. 둘 다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가짜 장래희망을 만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카피라이터, 방송작가, 기자 같은 걸로요. 그래서 전공도 국어국문학을 선택한 거고요.”

그는 가짜 장래희망으로 연막을 치고는 시를 쓰고, 밴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정말로 시인이 되고 뮤지션이 될 줄은 몰랐다. 라틴음악을 들으며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지은 시 ‘멕시코에서 만난 여자’가 2008년 계간 ‘시와 세계’ 신인상 공모에 당선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남들 취업 준비하던 대학 4학년, 알바비 100만 원을 모아 찍었던 500장의 앨범(그중 300장은 집에 있다.)이 자신의 데뷔 앨범으로 포털 사이트에 오를 줄 누가 알았을까. 본인조차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놀란 것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음악을 하겠다고 말씀 드렸을 때 아버지가 걱정은 하셨지만 만류하지는 않으셨어요. 믿어주셨죠. 그래서 기사가 나오거나 방송에 출연하면 아버지에게 많이 자랑하려고 해요. 이번에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 ‘타임머신’이 부모님에 관한 노래잖아요. 듣고는 아무 말씀 안 하시더니 다음 날 고등어 굽고 찌개 끓여주시더라고요.”

지난 8월 발매된 그의 정규앨범 1집 ‘서툰 말’에 수록된 ‘타임머신’이란 곡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의 죄송스러운 마음이 녹아 있다. 특히 어머니를 향해 부르는 2절은 듣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한다. 2004년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인 1999년으로 돌아간다면 병원도 자주 가고 엄마 몸 좀 챙기며 살라는 말을 전하겠다는 가사다.

“대학교 수시 합격한 것을 보시고 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 아프시기 전까지 정말 효자였는데, 그래서 죄책감이 덜했나 봐요. 대학 3학년 때까지 술만 마시고 놀았거든요.(웃음) 남들이 하는 만큼 불효는 해야 하니까요. 대학 2학년 때는 아버지에게 외무고시 본다고 거짓말하고 학교 앞에 고시원을 얻었어요. 술 마시다가 차 끊기면 과방에서 자는 게 싫어서…. 하지만 3개월 만에 끌려 들어갔죠. 아버지가 고시원에 오셨다가 술에 취해 대낮까지 자고 있는 저와 친구들을 목격하셨거든요. 이제는 아버지께 잘해야지 생각해요.”
[시인·인디 뮤지션 강백수] 문학과 음악의 요정
Music 3 아이 해브 어 드림

내가 만약 10만 원이 생긴다면

10만 원어치 술 사먹을 거야.

내가 만약 김태희랑 사귄다면

김태희 델꼬 술 사먹을 거야.

(‘아이 해브 어 드림’ 中)



그는 10만 원이 생겨도, 100만 원이 생겨도, 1000만 원이 생겨도 술 사먹겠다고 한다. 송혜교, 김연아, 박근혜랑 사귀어도 함께 술 사먹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아이 해브 어 드림’은 방송국 3사에서 모두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큰돈을 벌고 싶지만, 막상 돈이 생긴다 해도 술 사먹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아직은 없다. 정말로 돈이 생긴다면 달라지겠지만.

“술 사먹는 것 말고 다른 꿈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듣는 거예요. 노래는 정말 좋은데 몰라서 못 듣는다는 게 안타까워요.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서 문학적 소양을 갖춘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강백수(본명 강민구)
1987년생
2010년 한양대 국어국문학 졸업
2013년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과정 중
2008년 ‘시와 세계’ 신인상
2010년 EP 앨범 ‘노래, 강을 건너다’로 데뷔
2013년 정규앨범 1집 ‘서툰 말’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