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소녀 강도는 프라다를 입는다

블링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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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엠마 왓슨, 케이티 창, 이스라엘 브로우사드, 타이사 파미가, 클레어 줄리엔

LA 할리우드 힐즈, 고등학생 레베카(케이티 창)와 마크(이스라엘 브로우사드)는 패션이라는 관심사로 가까워진다. 장난삼아 물건을 훔치던 레베카와 어울리던 마크는 자연스레 빈집털이에 동참하게 된다. 그들의 타깃은 행사와 파티 참석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 할리우드 스타 패리스 힐튼, 린제이 로한, 올랜도 블룸, 레이첼 빌슨 등으로 바뀐다. 여기에 니키(엠마 왓슨)와 샘(타이사 파미가), 클로에(클레어 줄리엔)가 합류하면서 범행은 점점 대담해진다.

소피아 코폴라의 전작 ‘처녀자살소동’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리 앙투아네트’ ‘썸웨어’의 주인공은 모두 사로잡힌 소녀들이다. 따뜻한 관심을 가장한 가족과 이웃의 집요한 시선, 공허한 결혼 생활, 복잡한 정치적 계략, 호텔을 전전하는 유명 인사의 라이프 사이클이 그녀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매는 함정들이다. 그리고 ‘블링 링’의 고등학생 소녀들은 스스로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인터넷이 보여주는 셀러브리티의 화려한 유명세와 사치품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 영화는 2000년대 후반 로스앤젤레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10대 강도단의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아이들은 구글 어스와 페이스북, 그리고 유명 연예 뉴스 사이트 TMZ 등을 통해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쉽고 빠르게 파고들 수 있었다. 미디어는 유명세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만들어버린다. 거기서 바로 눈에 보이는 것들을 탐내지 않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욕망을 제어할 줄 몰랐고, 너무 많이 가진 셀러브리티들은 보석이나 시계, 옷이 없어진 걸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 10대 강도들은 자신의 비밀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알아주길 원하며 떠벌렸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엠마 왓슨이 연기하는 니키의 엄마는 뉴 에이지 신봉자로서 론다 번의 베스트셀러 ‘시크릿’의 신봉자였다. ‘시크릿’의 핵심은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즉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그것이 저절로 당신 앞에 끌려온다는 것이다!

‘블링 링’은 21세기 미국 중산층 아이들의 어떤 특징을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마치 래리 클락의 ‘키즈’와 에이미 헤커링의 ‘클루리스’가 1990년대 아이들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남았던 것처럼, 참으로 덧없이 경쾌하고 휘발성 강한 청춘의 한 시절은 특정한 시공간의 분위기를 증거하는 기록물로서 필름 위에 영원히 아로새겨졌다. ‘블링 링’도 그 예쁘고 부서지기 쉬운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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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