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만 넘치는 초짜는 NO 경험·노련함 갖춘 프로페셔널 OK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발 빠르게 취재해 독자,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직업 ‘기자’.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마감에 쫓겨 허덕이고, 꿈속에서도 취재원을 따라다니며, 하루 세끼 챙겨먹고 잠을 자는 것이 사치인 고된 직업이다. 2011년 직업별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명이 가장 낮은 직업군으로 언론인이 뽑혔을 정도이니 그 노동 강도가 예상 가능하려나.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에도 기자 공채 경쟁률은 매년 수백, 수천 대 일을 넘어선다. 일반 기업과 달리 기약 없는 랜덤 공채를 마냥 기다려야 하고, 1~2년의 준비 기간은 기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문턱이 높지만 기자 지망생의 숫자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19회 테샛 및 6회 주니어 테샛이 치뤄진 26일 서울 역삼동 진선여고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30526
19회 테샛 및 6회 주니어 테샛이 치뤄진 26일 서울 역삼동 진선여고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30526
진실을 보도하라 신문기자
한때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누가 뭐래도 ‘신문’이었다. 그러나 방송, 온라인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며 신문은 압도적인 일인자의 자리를 슬그머니 내놓아야 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신문 구독률은 70%를 넘어섰지만 1996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최근에는 20% 이하로 떨어졌다. 1997년 IMF를 겪으며 두 자릿수의 신문기자 채용 인원도 한 자릿수로 줄어들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하고 신문사 내에서 대규모 인력 이동이 일어나면서 채용 인원에 잠시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자사에서 종편으로 이적한 기자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중앙일보는 16명, 동아일보는 21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이처럼 경력직 기자들의 이동은 신입 채용의 규모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의 이재경 대표는 채용 전망에 대해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지만 매년 신입 채용을 하려는 움직임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문사가 인력 충원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현재보다 채용 인원이 늘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취재·기사 작성 능력이 공채 당락의 핵심
신문기자로 입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영어 성적과 학교 성적, 자기소개서 등이 필수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박사 학위 소지자, 전문직 자격증 소지자 등을 우대한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논술·작문·상식 등의 필기시험과 면접, 종합 토론 등을 진행한다. 신문기자의 경우 필기시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원자가 논술학원이나 저널리즘 스쿨, 스터디 모임에 다니며 준비하고 있다. 서류 전형과 필기시험 통과자들은 마지막으로 편집국에 배치돼 2주 정도 실무 테스트를 받는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기삿거리를 찾아 기사를 작성하라’는 과제가 떨어지기도 하고, 유명인을 모셔온 뒤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도록 하는 테스트도 진행된다. 이렇게 실무 테스트까지 마쳐야만 길고 긴 신문기자 채용 과정이 끝이 난다. 이 모든 과정을 소화하는 데는 보통 한 달이 소요되는데, 최근에는 그 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업에 바로 투입 가능한 신입 기자를 찾다 보니 실무 테스트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올해 중앙일보의 경우 서류 전형, 필기시험 이후 실무역량평가 1주, 현장심층평가 3주, 예비기자 과정 8주로 총 12주의 평가 과정을 가졌다.

어려운 채용문을 뚫고 입사한 이들은 ‘수습기자’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기자 훈련을 받게 된다. 일명 ‘사쓰마와리’라고 하는 관할 경찰서 등의 현장에서 붙박이 생활을 하며 각종 사건·사고를 파악하고 선배 기자에게 보고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잘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쪽잠을 자며 일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수습의 ‘수’ 자는 짐승 수(獸)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 이곳에서 수습기자들은 다양한 기사 유형을 배우고 체력적인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 개인의 능력이나 과거 경력을 고려해 경제부, 정치부, 문화부 등으로 배정돼 정식 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현재 주요 신문사에서는 연 1회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 등이 공채를 진행했다. 보통 연합뉴스는 8월 중순, 동아일보는 8~9월, 한국경제신문은 10월 중 채용을 시작하기 때문에 하반기를 노리고 있는 지망생도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공채 시기를 예고 없이 바꾸거나, 아예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2011년까지는 8~9월에 공채를 진행했으나 2012년부터 2~3월로 갑작스럽게 채용 시기를 바꿔 많은 지원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희망하는 신문사의 공채 소식을 눈여겨보고, 미리미리 기본적인 지원 서류 등을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



언론계 멀티 플레이어 방송기자
방송기자도 신문기자와 마찬가지로 입사 후 5~6개월간 수습기자 과정을 거친 후 정식 기자로 채용된다. 출입처도 비슷하고 다루는 기사 내용도 비슷하지만 취재 과정과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은 다르다. 방송기자는 카메라 기자·카메라 보조·운전사 등과 함께 움직이며, 취재 현장에 도착해 영상과 관계자 인터뷰를 확보하고, 필요할 경우 스탠드 업(기자가 직접 화면에 등장해 리포팅하는 부분)을 찍기도 한다.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서는 촬영한 테이프를 돌려보며 기사를 완성하고 녹음까지 마친 뒤 편집기사와 함께 오디오, 영상을 붙여 하나의 리포트를 완성한다. 이처럼 방송기자는 아이템 기획자·작가·PD·방송인의 4가지 역할을 한 번에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은 만큼 협업 능력도 필요하다.


취재 능력은 기본, 오디오·비디오 능력 중요해져
현재 공중파 방송국 3사의 경우 거의 매년 공채를 진행하고 있지만, 채용 시기만큼은 완전히 ‘랜덤’이라고 할 수 있다. KBS의 경우 2010년에는 8월, 2011년에는 5월, 2012년에는 3월에 채용 공고를 냈고, 올해는 전국권 채용과 관련해서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지역 방송사는 특별히 채용 시즌이라는 것 없이 결원이 발생했을 때 모집 공고를 내기 때문에 2~5년에 한 번씩 뽑는 경우가 많다.

채용 규모 역시 매우 적다. 그러다 보니 매년 공채 경쟁률은 수백, 수천 대 일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 새롭게 출범하고, 다수의 신문·인터넷 언론사들이 방송 관련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방송기자의 채용 규모는 앞으로 더욱 증가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발로 뛰는 저널리스트, 기자
방송기자 채용은 보통 서류 전형(이력서·자기소개서), 필기시험(논술·작문 등), 실기 테스트(카메라 테스트·1차 면접), 최종 면접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방송사별로 차이가 있고 같은 방송사라도 해마다 전형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 지원하고자 하는 방송사 채용 공고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 전주MBC의 경우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필기시험 기회가 주어지고 논술, 작문 외에 상식 시험과 기사 작성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실무역량평가’나 ‘현장심층평가’ 전형을 추가해 2~4주간 취재 현장에 배치한 뒤 다양한 과제를 주며 자질, 근성, 취재력, 순발력, 지적 소양을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곳도 있다. SBS는 한 달간의 잔혹한 기자심층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일부 종교 채널은 서류 전형 후 곧바로 최종 면접을 실시해 실무 능력보다는 인성 위주로 신입 기자를 선발하기도 한다.

방송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잘 듣고 잘 생각해 잘 쓰는 능력’은 기본이다. ‘스타기자 오디오 트레이닝’의 저자 박은주 씨는 “최근 공채에서는 보이고 들리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 방송기자들이 뜨고, 목소리와 외모 관리에 성공한 기자들이 간판급 앵커로 활동하는 일이 많다 보니 채용 과정에서도 오디오와 비디오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방송기자 지망생이라면 잘 쓰는 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 서서 유려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심한 사투리나 웅얼대는 발음, 잘못된 말 습관은 없는지 오디오를 점검하고 TV 뉴스를 따라 읽으며 연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경쟁률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호감 가는 외모가 약간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는 달라 너무 검거나 밝은 옷, 스트라이프 무늬 등은 화면상 왜곡되어 보인다.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은 화면에서는 아픈 사람처럼 나오기 십상이다. 가능하다면 현직에 있는 선배나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화면에 잘 받는 의상과 방송용 메이크업을 준비해 꼼꼼히 모니터한 후 시험에 임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탐색하라 잡지기자
기자라는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기는 하나 잡지기자는 신문·방송 기자와는 취재 방식도 기사 작성 방향도 다르다. 그 차이는 ‘잡지’라는 매체의 특성에서 출발한다. 잡지는 잡다한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흥미 위주의 매체다. 때문에 속보성 정보 전달이 목적인 신문이나 방송 뉴스와 달리 독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소소한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활용해 다양하게 페이지를 구성할 줄 알아야 하고, 독자들이 관심 있어할 아이템을 끊임없이 기획해야 한다.

또한 데일리 매체인 신문이나 방송과 달리 잡지는 월간지(주간, 격월간지 등도 있다)로 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잡지기자는 한 달을 주기로 업무를 진행한다. 같은 이슈를 다룬다고 해도 신문이나 방송보다 상세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더 분석적이고 심층적인 취재가 가능하다.


실무 경험 쌓아 특채 노리는 게 지름길
서점에 가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여성지나 보그, GQ, W 등의 라이선스지 외에도 IT, 문화, 스포츠, 커피, 경제, 정치, 소셜 미디어, 인터넷, 벤처, 베이커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가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2012년 8월 23일 기준 한국잡지협회에 등록된 국내 잡지 수는 무려 4651종. 그러나 정기적으로 기자 공채를 진행하는 잡지사는 거의 없다. 많은 학생이 입사를 희망하는 라이선스지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잡지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최소의 인원으로 꾸려가고 있고, 채용 공고는 공석이 났을 때만 진행한다. 그러니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는 채용 공고의 모집 인원은 1~2명을 넘어서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경력직을 채용하고 신입 채용의 경우 어시스턴트, 잡지사 인턴 기자 경험이 있는 이들을 선호한다.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발로 뛰는 저널리스트, 기자
때문에 잡지기자를 희망하면서 공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입사를 희망하는 매체의 홈페이지나 소셜 미디어를 눈여겨보며 어시스턴트, 인턴 기자 등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특히 이 같은 채용 공고는 구직 사이트 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되기도 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매체의 홈페이지나 소셜 미디어를 눈여겨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전문 분야 파워블로거, 독자, 잡지협회교육원(수료생 특채) 등을 통한 새로운 입사 방식도 두드러지고 있다.

채용 시에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기본으로 한 서류 전형과 면접, 실무 테스트 등이 진행된다. 여성중앙, 쎄씨, 슈어 등을 발행하고 있는 제이콘텐트리의 경우 인턴 기자 모집 시 서류 전형에서 개인적으로 취재한 기사를 제출하도록 한다. 면접에서는 당일 아침 지원자들에게 ‘오늘의 이슈를 만나라’ ‘트렌드를 만나라’ 등의 게릴라 미션을 주고 오후에 기사를 작성해 발표하도록 한 적도 있다. 영화 전문지의 경우에는 자신이 쓴 영화 칼럼(혹은 분석기사)을 요구하기도 한다. 영화 전문지 기자를 지망한다면 평소 영화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칼럼을 많이 읽어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이처럼 전문지의 경우 채용 과정보다는, 추가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전문지 성격에 맞는 이슈 분석과 이를 기사로 녹여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국내에 출판되고 있는 잡지 수는 굉장히 많다. 그러나 휴간을 하는 잡지의 수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0여 개였던 영화 전문지는 지난 3월 ‘무비위크’가 창간 12년 만에 폐간을 선언해 현재는 ‘씨네21’ 하나만 남은 상태다. 잡지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그만큼 채용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잡지기자 클리닉’의 저자 김관식 씨는 “시장의 변화를 위기로 읽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위기로 볼 것이냐, 또 다른 기회로 볼 것이냐는 자신의 시선에 달렸다”며 “디지털 매거진으로 발 빠른 대응의 필요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의 1인 잡지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이 많아
인터넷 신문 기자
종이가 아닌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신문을 접하는 일이 많아진 만큼 인터넷 신문사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조사된 인터넷 신문 수는 3000개가 넘고, 인터넷 신문의 취재기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한국언론연감, 2012). 신문 수는 많은 반면, 아직까지 그 규모는 종이 매체에 비해 영세한 편. 때문에 이데일리, 오마이뉴스, 한경닷컴 등 몇몇 인터넷 신문사를 제외하고는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10~11월 중 서류, 논술, 실무 면접, 최종 면접 과정으로 신입 기자를 선발하며 한경닷컴은 매년 8~10월 사이 수습기자를 선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매년 2~3월 중 공채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3월 중 서류 전형(이력서·자기소개서·에세이)과 필기시험(상식·글쓰기·영어), 실기시험(기사 기획·현장 취재·기사 작성), 심층 면접을 거쳐 수습기자를 선발했다.


글 박해나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한국경제신문DB
도움말 이재경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대표·박은주 ‘스타기자 오디오 트레이닝’ 저자·김관식 ‘잡지기자 클리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