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라고 다 같은 기름이 아녀!

[입사시험에 나와! 족집게 경제상식] 국제 유가(油價)와 경제의 상관관계
기름 없는 세상을 상상해봤어? 옥수수 식용유나 카놀라유 같은 건 일단 빼자고! 여기서 말하는 기름이란 석유, 등유, 휘발유 같은 기름, 즉 땅속에 묻힌 원유(原油)에서 생산되는 기름을 말하는 거니까. 석유가 없다면 자동차, 배, 비행기는 어떻게 굴러갈 것이며, 보일러는 어떻게 틀고, 지포 라이터 불은 어떻게 당기겠어? 석유 없는 산업, 나아가 인류의 생존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야.

그러니 경제 뉴스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이 바로 원유 가격이야.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는 석유 수입량이 세계 4위, 소비량은 세계 7위야. 엄청난 석유 소비량을 자랑하는 나라이니 석유 가격에 민감한 건 당연지사지.


한국 석유 수입량 세계 4위
석유가 안 나니 당연히 외국산 기름을 수입해 써야 해. 한국의 경우 수입 원유의 70~80% 정도를 중동산 두바이유로 충당하고 있어. 두바이유는 중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가의 기준 원유로, 중동권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 세상의 모든 석유가 중동에서만 생산되는 건 아니겠지? 두바이유와 함께 대표적인 국제 원유로 꼽히는 기름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영국 북해 유전의 브렌트유 등이 있어. 이들 세 원유가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곤 하는데, 특히 WTI는 가장 품질이 좋은 기름이야. 따라서 가격도 제일 비싸고, 거래량도 많고, 통상적인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고 있어.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야. 1960년대까지는 ‘세븐 시스터즈(7sisters)’라 불리던 세계 7대 메이저 석유회사가 시장을 독점하며 가격을 결정했어. 그러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축인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힘이 세졌지. OPEC은 원유 생산시설을 국유화하면서 공급을 줄여 원유 가격을 급등시켰어. 하지만 이후 북해 같은 곳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OPEC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게 됐지. 세븐 시스터즈도 영향력이 급감하면서 현재는 4개사만 남은 상태야.


유가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GDP 성장률이 0.1%p 떨어지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2%p 오른다고 해.



메이저 석유회사도 OPEC도 영향력이 옛날만 못한 지금,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곳은 어디일까? 맞아, 시장이야. 중국 같은 신흥국의 수요가 늘어나면 원유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글로벌 불황이 이어지면 가격이 폭락하는 식이지. 이 밖에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벗어난 투기 세력의 활동도 유가의 변동폭을 넓히는 요소 중 하나야. 아이러니하게도 대표적인 투기 세력 중 하나가 원유를 수출하는 나라들이 중심이 된 ‘오일머니’이기도 하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산유국들의 수입이 연간 1000억 달러까지 뛰어오른다고 해. 생산량을 줄여서라도 이익을 보고 싶다는 유혹이 충분히 생길 만하지.

유가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야.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GDP 성장률이 0.1%p 떨어지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2%p 오른다고 해. 자동차 기름값도 오르고,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 제품도 덩달아 오르고, 비행기 티켓값도 오르고, 기름보일러 쓰는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채소 가격도 오르고, 그 채소를 운반하는 자동차 기름값은 또 오르고….

“국제 유가 상승이 세계경제의 복병이 될 전망입니다”라는 뉴스 멘트가 쇠귀에 경 읽기로 들렸던 분들도 앞으로는 관심을 좀 가져주길 바라. 당장 우리 집 난방비부터 걱정해야 할지 모르니 말이야.


글 장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