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성원 KBS 아나운서
“‘연예인’ 아닌 ‘직업인’으로 접근하세요”

신성원 아나운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문화’라는 두 글자다. KBS 제1라디오의 ‘문화읽기’를 진행하기 전에도 TV의 ‘책 읽는 밤’이나 ‘문화탐험 오늘’ 같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문화·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그녀의 프로필을 보면 의외의 이력에 놀라게 된다. 지난 2007년 미국 유학 전만 해도 뉴스, 심야토론, 시사플러스 등 뉴스·시사 전문 아나운서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1997년 입사 이래 그야말로 ‘전방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 아나운서를 장차 아나운서를 꿈꾸는 대학생 기자가 직접 만났다.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아나운서
신성원 아나운서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죠? 제가 먼저 묻고 싶어요.(웃음)

대학생 기자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거의 매일 TV 뉴스를 많이 봤어요. 어린 나이에도 여자 아나운서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 해주는 걸 경청하곤 했죠. 그때부터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인상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신성원 아나운서 그럼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나요?

대학생 기자 글쎄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뉴스를 전해주는 사람?

신성원 아나운서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인데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직업에 대한 오해가 있죠. 일부 유명한 아나운서만 보고 그런 모습이 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방송국에 들어와선 당황하고 실망하는 사람이 많죠. 멋 부리고 화려한 일만은 절대 아니에요. 연예인이 아닌 ‘직업인’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죠. 방송은 분명 너무나 매력적인 일이에요. 저에게 ‘방송하지 말라’ 하면 죽을지도 모를 만큼. 하지만 허황된 꿈을 꾸는 것과는 달라요.

대학생 기자 그럼 아나운서가 갖춰야 할 소양과 자질은 무엇인가요?

신성원 아나운서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고 어려운데요.(웃음) 굳이 콕 집어 이야기하자면 ‘인간성’과 ‘판단력’을 들겠어요. ‘방송은 꾸며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잘 보면 다 보이는 게 바로 방송이에요. 출연자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나게 돼 있죠. 특히 라디오는 더해요. TV는 손짓, 발짓, 겉모습 등 시각적 정보가 많잖아요. 하지만 라디오는 오디오뿐이죠. 그러니 결국 다 드러나게 돼 있어요. 훌륭한 아나운서나 MC가 되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기준은 의외로 인간성에 달려 있어요.

또 어떤 이야기를 더 할지 말지에 대해 끊임없이 판단해야 하는 게 방송이에요. 가령 방송 시간이 몇 초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 내가 전한 뉴스는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 같은 것이 모두 판단력의 영역이죠. 여기에 인간성이 가미되는 거고요. 발음이나 자세 같은 내용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고칠 수 있어요.

대학생 기자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신성원 아나운서 좋은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는 거죠. 제가 가수 이적 씨 팬인데, 따로 모임이 있어요. 얼마나 좋겠어요! 입사 초기에는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맡았어요. 국회의원, 장관 인터뷰도 참 많이 했죠. 높은 분들도 제가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럴 때 쾌감이 들죠.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인 일이에요.

대학생 기자 많은 지망생이 ‘사설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어요. 반드시 가야 하는 필수 코스일까요?

신성원 아나운서 어려운 부분이네요. 요즘은 안 가는 친구가 없으니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하겠죠. 저도 공중파 방송국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다니긴 했어요. 요즘처럼 수강료가 많이 들거나 전문적인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아카데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었지만요. 그땐 아카데미도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했어요.

요즘엔 너무 획일적인 ‘훈련’을 시킨다는 느낌이에요.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필수 코스가 됐으니, 몇몇 학원에서 합격자가 배출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론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혼자서 준비하면 일단 정보에서 소외되는 건 사실 같아요. 그렇다고 아카데미에 목숨 거는 친구들은 말리고 싶어요. 학원에선 너무 잘하는데 방송사 실기에선 매번 떨어지는 경우도 있죠. 학원에서 잘하는 건 어디까지나 학원 기준이에요. 너무 정형화된 모습은 사실 우리가 봐도 좀 아니에요. 흉내 내기에 그쳐선 안 된다는 뜻이죠.

대학생 기자 그럼 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신성원 아나운서 요즘엔 방송사와 채널이 워낙 많아졌잖아요. 경험자들,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분들도 많이 지원하죠. 예전에는 철저하게 신인급만 뽑았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는 오히려 기존 경력이 메리트가 되기도 해요. 중간 면접(실기)은 부장·실장 등 고참급 아나운서들이, 마지막 면접은 사장 등 경영진이 보는데, 아무래도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특징상 톡톡 튀는 개성보다는 ‘신선하다’는 느낌 정도면 좋을 듯해요. 메이크업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하는 식으로요. 면접관뿐 아니라 현직 아나운서들도 화면으로 면접 과정을 지켜보는데, ‘다 똑같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곤 해요. 그럴 때 소리로 끄는 느낌이 든다면 비로소 서류에서 고개를 들어 지원자를 바라보게 되죠. 수천 명을 봐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어요.

대학생 기자 첫인상도 중요한가요?

신성원 아나운서 아무래도요. 인상이 나쁘면 방송에 영향을 주니까요. 다만 너무 주눅 들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처음엔 고생했죠.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싶은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방송 자체가 일이 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은 사라지게 돼 있어요. 성격을 바꾸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아나운서라고 다 외향적일 필요는 없죠. 오히려 뉴스는 굉장히 차분하고 분석적이어야 해요. 돌발 상황이 터져도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하니까요.

대학생 기자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비결이 있나요?

신성원 아나운서 합격하고 나서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너는 아나운서 같은데 아나운서 같지 않다”였어요. 뉴스 멘트가 일반적인 아나운서랑 다르다는 말이었죠. 나쁜 의미가 아니라 신선하다는 뜻이었어요.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정형적인 ‘조(쪼)’를 피해야 해요. 고치기도 굉장히 어렵죠. 아, 또 필기시험을 잘 봤어요.(웃음) 1등을 했는데, 밤새워 공부한 보람이 있었던 거죠.

대학생 기자 와! 그럼 필기시험 노하우 좀 들려주세요.

신성원 아나운서 KBS는 KBS 한국어능력시험, 논술 등을 봐요. 제가 입사할 때는 ‘방송 언어의 중요함에 대해 논하시오’ 같은 논술이 많았어요. 요즘엔 논술보다 ‘작문 실력’을 보는 것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죠. 예를 들어 ‘비’라는 주제를 주고 에세이 능력을 보는 거예요. 논술이 됐든 에세이가 됐든 분량은 무조건 앞뒤를 다 채워야 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팁! 무조건 처음에 결론을 내세요. 두괄식 구성이에요. 또 첫째, 둘째, 셋째로 본문을 나눠서 기술하고, 마지막 결론을 내세요. 그 법칙을 항상 생각하세요.

대학생 기자 시험장에 들어설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궁금해요.

신성원 아나운서 시험을 치를 때는 물론이고 대기할 때도 다른 사람 얘기를 안 듣는 게 좋아요. 아예 귀를 막고 있을 순 없으니 들리더라도 참고만 하세요. 자꾸 남과 비교하면서 현장에서 전략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보다는 처음 준비했던 자기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아요. 특히 최종 면접에선 솔직함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졸업 논문은 어떤 내용을 썼느냐”는 질문을 받은 응시생이 있었는데, 쓰지도 않은 논문 주제를 말했다고 해요. 그 친구가 나온 학교는 논문 대신 시험을 보는데도 말이죠. 질문을 깊게 들어가다 보니 결국 거짓말인 게 탄로 나고 말았죠. 무조건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말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예요. 면접관은 정답을 원하지 않아요. 모르면 “모른다, 준비해오겠다” 답하는 게 오히려 긍정적이죠. 최선을 다하되 거짓됨이 없어야 해요.

대학생 기자 공중파 방송은 학력 등을 블라인드 처리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신성원 아나운서 맞아요. 단순히 학력으로 차별하지는 않아요. 학벌이 좋다고 잘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특히 신입 때는 선배들에게 혼도 엄청 많이 나면서 배우는 일이 바로 아나운서예요. 현장이 가장 좋은 스승이죠.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아나운서
글 장진원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