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실기
20초 멘트에 탈락자 ‘우르르’
한경TV 6시 뉴스 
유은길 유주안 앵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6.20
한경TV 6시 뉴스 유은길 유주안 앵커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6.20
아나운서는 단순히 주어진 뉴스 원고를 읽어 내려가는 존재가 아니다. 해당 방송사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존재가 바로 아나운서다. 몇몇 아나운서를 해당 방송사의 ‘간판’ 혹은 ‘얼굴’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나운서 입사 경쟁률은 해마다 1000 대 1을 넘어 수천 대 1을 기록하는 게 상례다. 공중파 3사 기준으로 매년 1만여 명이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도전하지만, 합격하는 인원은 3사를 모두 합쳐도 10명이 채 될까 말까 한 게 현실이다.

날짜가 명확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그동안 통상 SBS가 5월에 채용 공고를 띄워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8월에 MBC, KBS는 9월 즈음에 채용 공고와 전형이 시작됐다. 서류 접수부터 최종 합격까지는 보통 석 달, 길게는 넉 달까지 걸린다.


6개월 전부터 자소서 준비하라
관행적으로 5~9월 사이에 시작되던 공중파의 아나운서 채용 일정에 변화가 생긴 건 2011년부터다. KBS가 5월부터 전형을 시작했고, MBC도 8월 전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SBS의 경우 아예 격년제 채용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올해는 KBS의 경우 ‘올가을에 채용한다’는 ‘설’만 도는 형국이다. ‘전국권’ 채용인지 ‘지역권’ 채용인지도 미정이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정해진 채용 시즌이 파괴됐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배경은 역시 경제 불황이다. 지난 IMF 경제위기 때나 2009년 미국 금융위기 때도 공중파 아나운서 채용이 진행되지 않았던 예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경력직 아나운서를 선호하게 됐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제 채널 아나운서, 지역방송 기상캐스터, 케이블 방송의 MC 등 어느 정도 검증된 인재를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뽑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구체적인 전형 과정을 살펴보자. 방송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서류 심사와 실기가 큰 축을 이룬다. MBC와 SBS는 기본적인 이력서와 자소서 등만 내면 대부분 실기시험의 기회가 주어진다. 한 번에 3000명씩 지원자가 몰리는 배경이다. KBS는 조금 까다롭다. 졸업 예정자이어야 하고, 토익 점수, KBS 한국어인증시험 등 기본적으로 내야 하는 자격(증명) 요건이 있다.

1차 실기시험의 경우 뉴스 두 문장 정도를 약 20초 동안 읽는 게 전부다. “‘아’ 소리 냈더니 끝났더라”는 게 경험자들의 농반진반. 1차에선 아나운서의 기본 자질인 소리, 음성, 표준어 구사 여부, 신뢰감과 호감을 주는 외모 등을 체크한다. 1차 시험이 끝나면 전체 응시자 중 5%가량만 남게 된다.

필기시험의 경우 KBS가 다소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OO에 대해 논하라’ 식의 논술, 작문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다채널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 같은 주제다. ‘7월’ ‘장마’ 같은 주제를 주고 오프닝 멘트를 쓰는 작문 시험도 있다. MBC는 논술보다 작문 위주의 필기시험이 주를 이룬다고 알려져 있다. ‘강남역 5번 출구’ 같은 주제는 응시생들을 당황하게 한 대표적인 예다.

자기소개서는 여느 기업 입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서류 접수를 코앞에 두고 작성하는 경우도 많은데, 전문가들은 “최소 반년 전부터 준비해 가능한 한 여러 사람에게 검증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게 이런 질문을 해달라’ 혹은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자소서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중요성, 성실함, 책임감 같은 뻔한 얘기보다는 나만의 경험과 생각을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 메이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1호 아나운서 양성 아카데미인 이선미스피치랩 이선미 대표는 “아나운서는 화려한 단면만 보고 접근해선 안 되는 직업”이라며 “평생 공부하고 경쟁하고 노력해야 하는 일이 바로 아나운서”라고 말한다. ‘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아나운서의 역할과 이미지가 바뀌어 가고는 있지만, 시사·경제·문화·역사·과학 등을 가리지 않는 폭넓은 소양을 꾸준히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 바로 아나운서다.



글 장진원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도움말 이선미 이선미스피치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