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영 얼루어 뷰티 에디터
“얼마나 준비가 잘된 사람인지 보여주세요”


드라마와 영화에 나타난 에디터(패션매거진 기자)의 삶은 화려하다.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갖가지 파티에 주인공처럼 등장하니 말이다. 하지만 마감 때문에 새벽에 퇴근하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에디터의 실제 삶이다. 편집 마감과 출장을 마치고 인터뷰 자리에 온 ‘대한민국 남자 뷰티 에디터 1호’ 황민영은 조금 피곤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고운 피부와 나긋한 말투, 수줍은 소년 같은 이미지는 TV 뷰티 프로그램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잡지 에디터 지망생에게 주는 조언은 강단 있으면서도 세심했다.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잡지기자
대학생 기자 매번 모델을 촬영하시다가 이렇게 촬영을 ‘당하시게’ 되었어요.

황민영 에디터 촬영이 처음은 아닌데 할 때마다 어색하네요. 항상 포즈 같은 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요.(웃음)

대학생 기자 에디터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에디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황민영 에디터 일단 에디터라는 직업을 이해하기 위해 잡지라는 매체를 알아야 해요. 잡지는 참 독특한 매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잡지에서 기대하는 건 단순히 신문이나 포털 사이트에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소식이 아니잖아요. 마니아가 아닌 이상 잡지를 정독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이미지를 먼저 보고 글을 훑어보는 정도죠. 따라서 에디터는 똑같은 정보를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재미있게,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시선을 끌 정도로 멋지게 풀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학생 기자 직업으로서 에디터의 매력을 말씀해주세요.

황민영 에디터 내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직업은 별로 없어요. 또 매달 새로운 결과물이 눈앞에 나오는 것에 대한 만족감도 큰 편이에요. 출퇴근 시간과 복장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도 매력이고요. 솔직히 연봉이나 일하는 시간을 따지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에요. 돈을 벌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죠.

대학생 기자 패션을 전공하고 패션과 피처 어시스턴트를 한 다음 뷰티 에디터가 된 이력이 흥미로웠어요. 뷰티 에디터가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황민영 에디터 대학 때 잡지사 공채를 지원했는데 번번이 떨어졌어요. 이러다간 기자가 못 되겠다고 생각해 절박한 마음으로 제가 쓴 글과 포트폴리오를 기자들에게 메일로 보냈어요. 그러다가 어시스턴트로 들어가게 됐고요. 뷰티 에디터가 된 건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컸어요. 전 1년 동안 기자 준비를 했고 3개월 동안 어시스턴트, 또 다른 3개월은 인턴 기자를 했어요. 결국 1년 반 동안 제대로 된 수입이 없었던 거죠. 우연히 제가 있던 곳의 뷰티 에디터가 자리를 옮기게 되어 편집장의 추천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어요. 원래는 피처 에디터가 되고 싶었는데 자리가 났으니 하게 된 거죠.

대학생 기자 그럼 원래 뷰티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황민영 에디터 편집장 추천으로 뷰티 에디터를 하게 됐지만 그 분야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사람들에게 이런 것이 뷰티 트렌드라고 얘기해줘야 하는 입장이 된 거죠. 처음에는 칼럼 하나를 쓰는 데 책 두세 권씩 봤어요. 그런데 모르는 분야니까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자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이건 왜지?’라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으니까요. 결국 여자 기자랑 같은 주제의 칼럼을 썼는데도 사람들이 저를 더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대학생 기자 혹시 남자라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적은 없나요?

황민영 에디터 제가 처음 뷰티 에디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남자가 뷰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조곤조곤한 말투 때문에 사람들이 저를 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거짓말하지 말고 당당히 동성애자임을 밝히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게이들이 감각이 좋은 편이잖아요. 그만큼 제가 감각이 있나 보다 하고 좋게 생각했죠. 지금은 결혼도 했고 제 진면목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런 이미지는 많이 없어졌어요. 실제로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상남자’라는 걸 알아요.(웃음)

대학생 기자 에디터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황민영 에디터 일단 자기가 어느 잡지사에 들어가고 싶은지를 정하는 게 우선이에요. 잡지마다 성격과 문체가 달라요. 들어가고 싶은 잡지사가 있다면 그 성향에 맞춰 글을 써보세요. 그리고 그 잡지의 에디터들이 어떻게 기사 주제에 맞춰 이미지를 풀어냈는지도 파악해보세요. 이렇게 함으로써 자기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그 잡지사에 보여주는 거죠. 게다가 잡지사 공채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신입 기자보다는 경력 기자가 훨씬 더 안정적으로 일을 진행하니까요. 즉 학력과 전공보다는 어시스턴트부터 꾸준히 쌓은 경력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대학생 기자 에디터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황민영 에디터 가장 중요한 건 글을 쓰는 능력이에요. 문법에 맞춰 쓰는 것뿐만 아니라 똑같은 표현도 새롭게 쓸 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항상 쓰던 ‘핑크’라는 단어를 우리나라 말로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거죠. 또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과 그 정보를 가지고 풀어내는 능력도 중요해요. 잡지는 글과 이미지가 공존하는 매체니까요. 한 달을 미리 예측하는 트렌드 파악 능력과 설사 유행이 되지 않을지언정 이게 유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고요.

대학생 기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에디터의 삶이 굉장히 화려해 보여요. 정말 그런가요?

황민영 에디터 삶 자체는 화려해요. 저는 1년에 해외 출장을 5번 이상 나가는 편이에요. 지난 주에도 해외 출장을 다녀왔죠. 심지어 어떤 달은 뉴욕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바로 그 다음 주에 런던으로 출장을 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어떤 직업이든 얻는 게 있으면 그만큼 하는 게 있기 마련이에요. 너무 힘들고 피곤할 때도 있어요. 마감 때는 밤새워 글을 쓰고 아침 6시에 퇴근하기도 하고요.

대학생 기자 화보를 보면 수많은 스태프의 이름이 올라와 있잖아요. 그들과는 일을 어떻게 진행하세요?

황민영 에디터 진행하고 싶은 화보가 있으면 그걸 잘 담아낼 수 있는 포토그래퍼와 헤어 및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섭외해요. 그렇게 스태프가 꾸려지면 그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는 게 에디터에게 요구되는 능력이죠. 제가 궁극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스태프들에게 정확히 얘기하는 게 중요해요. (8월호 화보 스토리보드를 보여주며) 제가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스토리보드를 짜고 제가 원하는 걸 스태프들에게 요구하죠. (8월호 화보 촬영본을 보여주며) 그런 그림이 이렇게 화보가 되는 게 바로 에디터의 역할이에요.

대학생 기자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알고 싶어요.

황민영 에디터 ‘나일론’ 매거진에서 일할 때 섭외가 왔어요. 뷰티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데 도움말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요. MC는 유진 씨로 확정됐었고 게스트도 여자일 확률이 높으니까 가운데에 중심을 잡아줄 남자가 필요했던 거죠. 처음엔 어머니께서 제가 방송에 나가는 걸 좋아하셔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지금은 돈이 가장 큰 이유예요.(웃음)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니까요.

대학생 기자 방송과 회사 업무, 블로그 운영을 모두 병행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황민영 에디터 ‘겟잇뷰티’는 2주에 한 번, 일요일에 하루 종일 촬영해요. 마감이랑 방송이 겹치는 달에는 방송을 못하게 되죠. 때로는 마감일을 하루 당겨서 미리 일을 끝내놓고 방송에 임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지면보다 방송이 더 파급력이 크니까 회사에서도 좋아해요. 제가 일하는 잡지가 홍보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일이 많으니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저는 글이 완성되지 않으면 블로그에 올리지 않거든요. 올리지 못하고 저장된 것만 10개가 넘어요.

대학생 기자 에디터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황민영 에디터 단순히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위험해요. 어느 잡지의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요. 가끔씩 저에게 “에디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사람들한테 물어보기 전에 자기가 먼저 고민을 하고 글을 써보고 이미지를 구성해보세요. 남에게 답을 구하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잡지기자
글 이동찬 인턴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