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한서 MBC 라디오 PD
“어정쩡한 지원자는 떨어지게 돼 있어요”


방송이 전파를 탄 지 5년. 이후 4년째 동시간대 청취율 부동의 1위. 심야(오전 0~2시)에는 ‘졸음’을 몰고 오는 음악만 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프로가 바로 MBC 표준FM(95.9MHz) ‘신동의 심심타파’다. 그 사이 DJ를 맡은 신동은 아이돌 가수에서 차세대 DJ로 인정받을 만큼 자랐다. 아이돌 그룹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라디오 부스를 매일 밤 함께 지키는 이가 또 있다. 연출을 맡은 손한서 PD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이 ‘손뿌잉 PD’로 불리며 ‘아이돌의 삼촌’을 자처하는 그를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학창 시절 로망 중 하나인 심야방송 라디오 PD는 대체 어떤 일을 할까?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프로듀서
대학생 기자 ‘손뿌잉 PD’라는 별명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손한서 PD ‘신동-김신영의 심심타파’를 연출하다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작가들과 연출 방향을 회의하던 중 ‘게스트들과 스태프 간에 격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죠.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하이킥’처럼 스태프 각자가 별명을 짓기로 한 거예요. ‘뿌잉뿌잉’에서 따온 건데, “PD가 먼저 하면 우리도 하겠다”는 스태프들의 주장에 오글거림을 무릅쓰고 수용했죠. 그런데 이후로 정말 게스트들과 편해졌어요. “손 PD님 왜 이러세요” 하긴 어려워도 “손뿌잉님 사람이 대체 왜 그래요” 하긴 쉽잖아요.

대학생 기자 좋은 PD가 되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시는 게 있나요?

손한서 PD 무엇보다 관심이 제일 중요해요. 청취자에 대한 관심, 그들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관심. 게스트가 아이돌이라면 아이돌에 관심을 가져야겠죠. 질문 하나를 하더라도 이들이 어떤 것에 민감해하고, 편해하는지, 어떤 분위기일 때 하고 싶지 않은 말까지 하는지를 알아야 하니까요. DJ가 인상 쓰거나 PD가 부담스럽다면 누군들 어떤 얘기를 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심심타파’ 전에 ‘손에 잡히는 경제’를 연출했죠. 그때는 경제 프로그램 열심히 보면서 공부했어요. 요즘은 학생들 트렌드, 어떤 클럽을 좋아하느냐까지 고민하죠. 바로 청취자에 대한 고민이에요. 한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는 데에는 때론 비전문가로서 접근하는 게 비결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으니까요.

대학생 기자 PD가 은근히 ‘3D’ 업종이라고 하던데요. 이 일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손한서 PD PD는 은근히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3D예요.(웃음) 언론 계통이 대부분 그럴 거예요. 저만 해도 방송 끝나면 새벽 2시죠. 이것저것 정리하고 아무것도 안 먹고 집에 가도 4시. 그렇다고 잠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죠. 아침 7~8시에 잠드는데,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요. 몸이 힘들게 마련이죠. 사생활도 없어요. 점심 약속 잡기도 힘들 정도예요. 3시쯤 깨서 출근하고, 회의하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에요. 그래서 즐기지 못하면 많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죠. 손뿌잉 검색하면 걸그룹과 같이 나오니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프로그램에 묻혀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보면 돼요.

사실 안으로 들어오면 겉보기와는 많이 달라요. 큐 사인 줄 때가 가장 쉬울 때죠. 그걸 하기 위해 밤새워 회의하고 편집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샤이니 한 회분 방송을 위해 샤이니 출연물부터 다 뒤져봐야 하죠. 예전엔 무슨 얘기를 했나, 개인 성향은 어떤가, 평소 아는 사이라면 문자라도 하나 넣어야 하고요. 그렇게 파악한 재료를 방송으로 새롭게 구성해야 하죠.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프로듀서
대학생 기자 공중파 PD가 되기 위해선 소위 ‘언론고시’를 치러야 하는데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손한서 PD 많이 듣는 질문인데, 쉽지는 않네요. 당연히 상식 같은 기본적인 시험은 통과할 수 있도록 소양을 갖추는 게 맞겠죠. 굉장히 많은 사람이 지원하는데, 그중 몇 명만 골라내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정쩡한 사람은 지나치기 쉬운 것 같아요. 자기만의 창의력과 개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예를 들어 ‘심심타파’를 보세요. 예전엔 밤 12시 이후엔 조용한 음악이 ‘상식’이었어요. 그러다 ‘심심타파’가 나오면서 시끄럽게 떠들면서 밤을 깨우는 방송이 시작됐죠. ‘시선집중’ 전만 해도 라디오 시사 프로 자체가 없었어요. 라디오 저널리즘을 시작한 방송이죠. 남들과는 다른 모습, 다른 관점의 좋은 예가 아닐까 해요.

대학생 기자 라디오 PD가 되고자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요?

손한서 PD 사실 전 조용한 음악 흘러나오는, 심야에 사람들을 재워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어요. 다른 선배나 동료, 후배들도 그런 착각을 하고 입사한 경우가 많죠.(웃음) 그런데 오자마자 조연출한 프로가 ‘김미화의 세계는 우리는’이었어요. 시사 프로죠. 그 후 ‘지금은 라디오시대’까지 맡으며 ‘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곳이구나’ 깨달았죠. 여기도 직장이에요. 하고 싶다고 보내주는 것도 아니에요. 물론 지금은 좋아요. 제 시야가 좁았던 거죠.

대학생 기자 라디오 외에 다른 분야에 욕심을 내보신 적은 없나요?

손한서 PD 딱 하나 부러운 분야가 드라마 PD예요. 라이프사이클 자체가 라디오와 많이 다르죠. 일단 라디오는 데일리잖아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지 않지만, 정말 직장 같은 느낌이랄까. 장점이자 단점이죠. 드라마는 굵직하게 밤새워 찍고, 또 굵직하게 준비하고. 매체 성격도 완전 다르죠. 드라마는 하나의 작품으로 남는 반면, 라디오는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매체예요. 훨씬 자유롭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지만, 소모적인 느낌도 있죠.

대학생 기자 그럼 라디오만이 가진 장점, 라디오 PD로서 느낀 보람은 무엇인가요?

손한서 PD 이렇게 가까이에서 얘기할 수 있는 매체는 라디오밖에 없어요. 예능 PD는 숨어서 카메라 워크를 보며 진행하죠. 전 음악이 나가는 사이 DJ나 게스트와 얘기도 나눌 수 있어요. 우리와 게스트의 거리만큼이 DJ와 청취자의 거리 같아요. 라디오 프로의 경우 충성도도 높죠. 심지어 DJ나 PD가 사고를 쳤다 해도 청취자들이 적으로 변하지 않아요.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꿔주는 강력한 매체가 바로 라디오예요. 그만큼 청취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져 ‘가족’이 되는 거죠. TV에서 그런 긴 호흡을 가진 사례는 ‘무한도전’이 유일한 것 같아요.

대학생 기자 대부분 생방송이다 보니 긴장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방송 사고는 없나요?

손한서 PD 사고야 많죠. 갑자기 상표명이 나온다든가 방송 부적합 용어가 나오는 건 부지기수예요. 연예인들의 경우 케이블 방송에도 출연하다 보니 심의 기준을 헛갈려하는 이가 많아요. 또 노래가 아닌 MR(반주)이 나간 경우도 있었고요. 거의 없긴 하지만 DJ가 늦은 경우도 있죠. 신동 씨도 4년 동안 두 번 정도 늦었는데, 그 정도면 훌륭한 거죠. 한번은 박진영 씨가 게스트였는데, 연속으로 3곡을 부른 적도 있어요. 그럴 때 PD가 당황하면 그 이하 모두가 당황하게 돼요. 최대한 아닌 척하려 노력하죠. 가끔 방송심의위원회에 출석도 하고요.(웃음) 출석 사유는 ‘고성’이었어요.

대학생 기자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PD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손한서 PD 분명 언론 환경 자체가 예전 같은 독과점 구조는 아니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방송을 진정 좋아한다면 PD라는 직업이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작년 최고의 팟캐스트가 ‘나꼼수’잖아요. 어떤 공중파 프로보다 잘나갔죠. ‘시선집중’이 또 다른 저널리즘을 보여줬듯 ‘나꼼수’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생각해요. 지상파 종사자로서 안타깝기도 하고 반가운 일이기도 해요. 저도 보면서 공부하고 있죠. 심의만 걸리지 않는다면 심야의 ‘19금’ 방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웃음)

대학생 기자 라디오 PD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 준비해야 할 자질이 있나요?

손한서 PD 어떤 분야에 대해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어요. PD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에요. 갖춰야 할 덕목이나 자질에 보편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에요. 개인적으론 호기심,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컸으면 해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꾸 궁금해하는 거죠.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대학생 친구들을 벗어나 다양한 직종·나이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겪어봤으면 좋겠어요.

대학생 기자 신문방송학 등 관련 전공자가 유리한가요?

손한서 PD 저도 건축공학과 95학번이에요. MBC 라디오 PD들의 경우 3분의 2가 비전공자죠. 지금 ‘별밤’ 연출하시는 분도 전자공학과 출신이에요. 물론 전공자가 깊은 지식을 갖출 수는 있어요. 하지만 비전공자도 자기 장점을 살릴 수 있죠. 각자의 분야를 장점으로 살리면 돼요. 남들과 다른 걸 보여주면 되니까요.
[미디어 취업문을 뚫어라] 멘토링 인터뷰, 프로듀서
글 장진원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