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하다 말했던 그 직업, 지금 진짜 유망합니까? 2002년 12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산업구조의 변동 추이, 인력 수요의 증감 및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33개의 유망 직업을 선정했다. 당시 가장 유망한 직업으로 선정된 것은 애완동물미용사. 반려동물로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증가하던 사회적 배경을 기초로 애완동물 산업시장이 급성장할 것을 전망해 애견센터, 동물병원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그에 따라 취업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IT 산업의 발전으로 시스템소프트웨어개발자, 컴퓨터게임개발자, IT컨설턴트, 웹개발자 등 관련 직종 다수가 유망 직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조사결과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났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 그 유망 직종들은 정말로 ‘잘나가는 직업’이 됐을까. 2012년 12월, 정확히 10년이 지난 후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의 ‘2013 한국직업전망’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국의 직업지표 연구(2012)’를 토대로 확인에 들어갔다.
10년 전 가장 유망했던 직업, 앞으로는 ‘글쎄…’
애완동물미용사, 바텐더
10년 전 고용 전망이 가장 좋은 직업으로 꼽힌 애완동물미용사는 향후 5년간은 고용이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년 전 예상과 같이 애완동물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 시행해 애완동물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애완동물 미용 관련 시설의 경쟁이 치열하고,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긍정적이지는 않은 상황. 바텐더는 10년 전, 그리고 최근 4~5년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직업으로 손꼽혔다. 외식산업이 발전하고 식음료 문화도 고급화·다양화되면서 전문 바텐더의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3000여 명의 조주기능사 자격증 취득자가 배출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한 수요가 꾸준하다고 해도 외식업이 워낙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보니 경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택배원, 한의사, 변호사
10년 전에는 유망 직종으로 꼽혔던 택배원, 한의사, 변호사 등도 현재는 그리 유망직으로 꼽히는 직군이 아니다. 특히 택배원의 경우는 일자리가 많아졌을지는 몰라도 다른 직업에 비해 보상 수준이나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택배업체를 제외한 대다수 업체는 규모가 영세하고, 또 택배사끼리 경쟁이 과열돼 배송 단가가 낮아져 수입이 증가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나 한의사는 10년 전만 해도 고연봉의 전문직으로 손꼽히는 직업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입지를 지키기가 힘들어졌다. 변호사의 경우 선발 인원이 1995년 이전에는 매년 300명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는 1000명으로 늘었다. 또한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까지 더해져 2012년에는 25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됐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법률시장도 개방돼 외국계 로펌까지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해 변호사 시장은 그야말로 포화 상태. 변호사 1인당 수임건수 감소가 예상되며 더 이상 예전의 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의사 역시 한의대에서 배출하는 한의사 면허 등록자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어 경쟁이 심하고 한의원의 주 수입원인 보약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상 적중! 지금도 잘나가~
항공기조종사, 변리사, IT컨설턴트, 소방관 10년 전 유망 직종 33개 중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직업별 종합지표에서 상위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직업은 항공기조종사, 변리사, IT컨설턴트, 소방관 4개뿐이다. 이들은 직업에 대한 보상, 고용 안정, 발전 가능성, 근무 여건, 직업 전문성 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항공기조종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10년 전에 비해 전망이 좋아진 편에 속한다. 10년 전에는 33개 직업 중 가장 하위를 차지했으나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조사한 ‘취업 전망이 좋은 직업 BEST 20’에서는 바이오에너지연구 및 개발자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변리사 역시 여전히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변리사는 1995년까지 30명을 선발하다가 점차 그 인원을 늘려 2001년부터는 200여 명을 뽑고 있는데, 선발 인원이 늘었음에도 기업에서 변리사를 채용하는 일이 늘어 그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변리사 선발 인원을 늘리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IT컨설턴트와 소방관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직업이다. IT컨설턴트의 경우 개인이 경력을 쌓을수록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에서 상위에 랭크됐고, 소방관은 고용 안정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글 박해나 기자|사진 한국경제신문DB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