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KBS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등장한 사유리는 예쁜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그때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그녀가 방송에서 19금 멘트를 마구 날리고, ‘화성인 바이러스’에 연예인 화성인 1호로 출연하며, 음식점 사장님에게 “맛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맛집 킬러’로 등극할 줄은 말이다. 솔직하고 유쾌한 매력이 넘치는 사유리와의 만남에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이 동행했다.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다는 이야기에 놀랐어요. 혼자 방송 일 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원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좋아요.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잘할 수 있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거든요. 소속사가 있다면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잖아요. 시청률, 프로그램의 인기, 출연료 등이 더 중요하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것과 맞지 않아요. 소속사에도 피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도 제가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을 거예요.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이동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
택시를 이용해요. 저는 면허가 없거든요. 택시 기사 아저씨들과 얘기하는 게 재미있어요.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가끔 아들을 소개해주겠다는 얘기도 하세요. 한번은 기사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져 연락처를 교환했었는데, 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게 기억나 꽃 사진도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답장은 한 번도 안 왔어요.(웃음)

원래 꿈이 방송인이었나요?
아니요.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었어요. 일본에서 갖고 있던 꿈은 버스 기사였어요. 건담같이 커다란 것을 운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건담을 조종할 수는 없으니까 대신 커다란 버스를 운전하고 싶었던 거죠.

버스는 일본에도 많은데, 한국에는 왜 오게 된 건가요?
일본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 했을 때 주변에 한국인 친구가 많았어요. 친구들을 따라 코리아타운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한국 음식이 진짜 맛있었어요. 그리고 친구들 미니홈피에서 한국 음악을 듣게 됐는데, 가사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노래가 정말 좋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음악과 음식에 반해 한국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처음에는 3개월만 있을 계획으로 왔는데 지금까지 있게 됐네요.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방송을 시작한 것은 KBS ‘미녀들의 수다’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죠?
한국에 와서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잊지 못했어요. 연락을 해도 그 남자는 받지 않았죠. 상심하고 있었는데 마침 ‘미녀들의 수다’(미수다)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을 모집한다는 것을 듣게 됐어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헤어진 남자친구가 보고 다시 연락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에 바로 참가했어요.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이 6000명이 넘었는데 다들 ‘미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재미있다’ ‘새롭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재미없다. 다들 가식적이다”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뽑힌 거예요.(웃음)

남자친구에게 연락은 왔나요?
먼저 오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미수다’를 통해 화제가 된 뒤 연락을 하니 그때는 받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여자친구도 생겼고, 저에게 잘 지내라는 인사만 했어요. 그동안 저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에 한 번도 방송에서 남자 얘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 그 남자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예쁜 척만 했고요. 그것 때문에 ‘예쁜 척 좀 하지 말라’고 욕도 많이 먹었는데…. 다 헛수고였죠. 그래서 그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했어요.(웃음) 남자친구는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미수다’를 통해 친구들이 생긴 것은 행복했어요.

생각지 못한 방송인으로 살게 됐는데, 만족하나요?
정말 재밌어요. 저에게 일을 주는 것이 감사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방송을 하면서 PD님과 함께 ‘오늘 오프닝을 어떻게 할까’ ‘어떻게 조금 더 재미있게 연출할까’ 생각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한국에 와서 적응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저는 일반적인 일본 사람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일본 사람들은 화가 나도 속을 보여주지 않는데 저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요. 그리고 일본 사람답지 않게 성격도 급하고, 매운 음식도 좋아해요. 그래서 한국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조금 놀란 것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생각하는 온도차가 다르다는 거예요. 일본에서는 한국을 떠올리면 ‘한류’ ‘배용준’ 등을 생각하며 행복해하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본 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먼저 떠올리면서 안 좋은 감정을 갖더라고요. 일본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에요. 그런 감정 차이를 느끼고 깜짝 놀랐죠.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사유리 씨의 방송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간혹 있죠?
‘미수다’를 할 때 악플이 정말 심했어요. 소속사도 없으니 정리해줄 사람도 없었고, 누구에게 얘기할 수도 없었죠. 저에 대해 거짓말을 퍼뜨리고 제 친구들 미니홈피에도 악플을 달았어요. 한번은 녹화를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저를 때리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일본인에 대한 나쁜 감정 때문에요. 저 때문에 촬영 분위기가 나빠져서 미안하고 울고 싶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제가 그만큼 한국에 깊이 들어왔다는 뜻인 것 같아 감사해요. 관광으로만 한국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감정 차이를 느끼지 못하잖아요.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반대로 한국 사람에게 감동을 받은 적이 있나요?
시골에서 촬영을 하다가 할머니 한 분을 만났어요. 선뜻 제 소개를 하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제가 일본 사람이라고 하면 싫어할 것 같았거든요.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할머니께서 “멀리서 와서 고생한다”며 저를 안아주셨어요. 그때 정말 감사하고 감동받았어요.

사유리 씨를 ‘4차원’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요. 본래 성격인가요, 방송을 위한 설정인가요?
방송이라고 해서 없는 캐릭터를 만들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방송을 더 재밌게 하려고 부풀려지는 것은 있지요. 만약 김태희 씨한테 4차원 캐릭터로 나오라고 하면 못하실 거예요.(웃음) 솔직한 제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스스로 4차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많은 분이 저를 낸시랭 씨와 비슷하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낸시랭 씨를 저도 방송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랑은 정말 달라요. 저는 매번 방송할 때마다 긴장하는데 그분은 자신감 있게 잘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자신 있게 방송을 하고 싶어요.

의외의 모습이에요.

저만큼 소심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촬영 전에 잠을 못 자고 밥도 못 먹어요. 또 방송에서 했던 말 때문에 혹시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을까봐 계속 생각나고 미안해요.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죠. 방송에서 보이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 ‘개념 발언’이라며 많은 분이 감동하고 있어요.
개념 발언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저는 그대로인데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개념 있다’ ‘개념 없다’라고 단정 지어버려요. 그런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트위터에는 제가 생각한 것들만 써요. 책에서 베끼는 거 아니에요. 네티즌들은 그런 거 쉽게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가끔 친한 친구가 오타를 고쳐주기는 해요. 진지한 글인데 오타가 있으면 웃기잖아요? 그래서 요즘 제 트위터에 오타가 많이 줄어든 거예요.

지금도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나요?
요즘은 학원을 못 다니고 있지만 한국어 공부는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어를 잘하면서 못하는 척하는 것은 괜찮지만 정말 못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답답하거든요. 처음 한국에 올 때는 “배고파” “몇 시야” 두 문장밖에 몰랐어요. 열심히 공부했죠. 한국어는 그래도 어려워요.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방송인들이 인기가 많아요. 경쟁자라고 느끼는 외국인 연예인은 누구인가요?
같은 외국인 연예인은 캐릭터가 다르니까 크게 상관이 없어요. 오히려 캐릭터가 비슷한 사람이 경쟁자인 것 같아요. 김나영 씨가 저랑 비슷하지 않나요? 김나영 씨는 머리가 정말 좋아요. 성격도 착하고요. 하지만 비슷한 캐릭터라서 나영 씨가 나오면 긴장돼요.(웃음)
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 사유리 “나요? 4차원 아닙니다, 소심한 여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뽀뽀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예전에 한 번 연락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린이 프로그램은 발음이 중요해서 그런 것 같아 말을 안 하는 나무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어요.(웃음) 나중에는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도 써보고 싶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앞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뭔가를 만드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잡앤조이 독자들에게 한마디!
모든 사람이 돈을 좋아하지만 돈만 생각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와요. 돈보다 일을 좋아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남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