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간호사의 제안

지난 2월, 전국의 간호학과 재학생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의 ‘간호인력 개편안’. 무엇이 이들을 한숨짓게 만들까. 예비 간호사들이 현안을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슈 체크] “우리 목소리 좀 들어봐요!” 간호인력 개편안
‘간호인력개편안’이 뭐길래?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간호인력개편안’을 발표했다. 간호 인력난 해결을 위해 간호사 - 간호조무사의 2단계 체계를 간호사 - 1급 실무간호인력 - 2급 실무간호인력의 3단계로 바꾼다는 게 요지다. 1급 실무간호인력과 2급 실무간호인력은 현재의 간호조무사에 속한다(2급은 간호특성화고를 졸업한 자, 1급은 2년제 간호대학을 졸업한 자). 그런데 일정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각각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게 한다는 게 문제. 1~2급 실무간호인력에게 간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간호인력의 개념 구분(출처 : 두산 백과사전)

간호사(nurse) : 의료법 제2장 제1절, 의료법에서 정하는 전문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자.

간호조무사(nurse assistant) :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간호 및 진료 업무를 보조하는 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

<자격>

간호사 의료법에서 정하는 전문교육을 받은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면허가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교육이란 4년제 대학 및 3년제 전문대학 간호학과, 간호과에서의 교육을 말한다. 이들은 740시간 이상의 학과교육, 그리고 의료기관에서 780시간 이상의 실습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간호조무사 국·공립 간호조무사 양성소, 간호조무사 양성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각 시장, 도지사로부터 자격증이 나온다. 간호조무사 양성소, 간호조무사 양성학원에서 학과교육 740시간 이상, 의료기관에서 실습과정 780시간 이상을 이수했을 때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업무>

간호사 의료인으로서 의사의 진료를 돕고 환자를 돌보는 등의 보건 활동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의사의 처방 아래 지시된 치료 요법을 관장하고 환자의 검사 또는 치료를 보조, 관찰 기록하며 치료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외에 간호 대상자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 지도 등을 책임지기도 한다.

간호조무사 간호 업무 및 진료 업무를 보조한다. 의사와 간호사의 감독 아래 치료 또는 간호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병실을 정돈하며, 검사물과 결과표를 전달하는 등의 보조 업무를 수행한다.



예비 간호사가 제시하는 대안

4년제 간호학과 증설,
간호학 전공자 늘려라
배승현 서울여자간호대 간호 3
“전문대 간호학과 3년의 교육과정도 부족하다고 여겨져 4년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2년제 학과 개설을 통한 간호인력 양성으로 의료 질 저하를 야기하는 방향의 양적 증가에만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의 질 저하를 막으면서 인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은 4년제 간호학과의 정원을 늘리거나 4년제 간호학과를 증설해 정규 교육과정을 받은 간호사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호사 vs 간호조무사 업무 명확하게 분리하라
황다영 건국대 간호 3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확연히 다른데 현실적으로 업무 경계가 불확실하게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다수의 병원, 특히 개인 병원에서 비교적 임금이 저렴한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사의 업무를 할당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잘못된 일이다. 정확한 업무 구분, 그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이 먼저다
유승연 건국대 간호 3
“간호 인력난의 근본적인 이유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데 있다. 근본 이유부터 개선해야지 경력에 따라 간호사 응시 자격을 주고 면허를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 법안대로 시행된다면 많은 간호사를 양성해 의료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 법안의 대안은 간호조무사를 폐지하는 것이 아닌,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간호사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에 있다.”

문제가 불거진 근본 원인부터 해결하라
박진 건국대 간호 3
“훗날 의료 서비스의 질과 간호사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는 큰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오랜 실무 경험만을 바탕으로 간호조무사에게 간호사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해 의료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구분을 명확하게 하여 간호조무사가 자신들은 간호사가 아니며, 따라서 간호사가 하는 일은 할 수 없음을 인식하도록 법을 확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무 능력 부족 간호사 보수 교육 실시
배승현 서울여자간호대 간호 3
“간호사 중 일부는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했음에도 간호 실무에서 교육받은 과학적 근거를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그러한 간호사들에게 보수 교육 등을 실시해 그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간호 기술도 중요하지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실무 교육 역시 중요하다.”

엄격한 기준과 제도를 만들어라
김주영 고려대 간호 4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과 그렇지 않은 인력을 같은 취급한다면 전문교육을 받은 인력들은 의욕이 떨어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힘들 것이다. 각각의 단계를 쉽게 넘나들 수 없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상에서 단순히 눈으로 익힌 지식이 아닌 전문교육 수준의 지식이 있어야만 그 단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된다면 단계에 따른 대우를 인정하게 될 것이고 서로의 직업을 존중하며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전유림 대학생 기자(서울여대 국어국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