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슈

마케팅이란 말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다 보니 이에 관한 오해와 습관이 ‘관행’이란 폐해로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일부 음료·주류 제조사에서 발생한 ‘밀어내기’ 사태는 이런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많이 팔아 큰 이윤을 남기는 게 마케팅의 목적이라면, 이들도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불려야 한다는 걸까?
<YONHAP PHOTO-0649> 고개숙인 남양유업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다섯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3.5.9

    hama@yna.co.kr/2013-05-09 11:29:0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고개숙인 남양유업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다섯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3.5.9 hama@yna.co.kr/2013-05-09 11:29:03/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마케팅과 영업이 어떻게 다른가요?

일반적으로 마케팅은 고객 욕구에 맞게 상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같은 전략·전술을 잘 기획하고 운용해서 매출과 수익 성과를 높이기 위한 활동입니다. 영업은 그런 마케팅 전략을 고객 접점에서 집행함으로써 실질적인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 활동이죠. 따라서 마케팅은 ‘기획’이 중심이 되고, 영업은 ‘실행’ 중심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둘을 따로 구분하기보다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객 중심적인 전략 활동으로 뭉뚱그려 정의합니다. 마케팅과 영업이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는 거죠. 영업하는 사람도 전략적 마인드로 고객을 분석하고, 고객 중심의 전략적 영업기획을 주도하면서 실제 집행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최고의 ‘설득 전문가’와 자기감정을 조절할 줄 하는 전문가가 가장 필요한 분야가 바로 영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은 성격만 활달하면 전공에 상관없이 영업부서로 보내려고 합니다. 아주 위험한 발상이지요. 설득을 하려면 고객 욕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공감시켜야 합니다. 자기가 파는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도 있어야죠. 고객인 점주를 이해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갑’의 논리로 밀어내기 판매를 자행하는 관행을 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객만족 경영이 마케팅의 핵심이라는데, 기업 현장에선 어떤가요?

고객만족 경영은 말 그대로 나보다 상대(고객)를 배려하는 경영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말로만 고객만족이지 실무자들의 일 대부분이 자사 중심, 브랜드 중심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죠.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밀어내기’ 판매가 좋은 예입니다. 제조업 영업사원이 오로지 ‘목표 달성’을 위해 월말에 각 대리점에 강제로 판매해 매출을 끌어올린 행태인데요.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입장만 생각한 경우죠.

이번 남양유업 사태도 똑같습니다. 회사가 할당한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제품을 밀어내면서 발생한 사태인데, 밀어내기 판매의 경우 신상품이나 단종 상품, 또는 판매가 부진한 상품의 재고 처리를 위해 많이들 하고 있어요. 강제로 상품을 떠안은 대리점은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인터넷이나 비정상적인 유통 경로로 값싸게 처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궁극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거죠. 또 재고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탈세가 일어나기도 하고, 장기간 창고에 보관된 재고는 신선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런 관행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조업체의 영업사원은 늘 판매 실적에 대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어요. 실적에 대한 압박이 밀어내기 판매를 관행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기업 실무자들이 고객 중심 경영이나 애사심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늘 고객 중심 경영을 외치지만, 실제로 일하는 실무자들은 대부분 철저히 브랜드 중심, 자기중심으로 일하고 있죠. 그렇게 일하는 게 회사를 위한 애사심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목표는 매출·수익 같은 양적인 목표만 있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고객 중심을 실천하는 질적인 목표도 있습니다. 자기가 맡고 있는 상권이나 거래처의 고객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니즈에 맞는 상품을 고객 동선에 맞게 진열하고, 친절과 서비스로 고객 중심의 질적 목표 달성을 위해 충실하게 실천한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매출이나 이익 같은 양적 목표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양적인 목표만을 강요하니 이를 달성하기 위한 그릇된 영업 수단이 용인돼왔고, 결국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 같은 문제를 만든 근본 원인이 되었죠.



기업 중심 경영의 폐해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기업 중심 경영으로 오히려 성과를 나쁘게 만든 사례는 너무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은 항상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직원들에게 강요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철저히 기업 중심이죠. 원가 절감을 강요하니까 SCM(공급망 관리)팀이나 구매팀 담당자들은 중국산 싸구려 부품이나 원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이런 부품·원료로 제품을 만드니 결국 불량품이 많이 생기고, 종국에는 더 큰 비용을 유발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게 과연 원가 절감일까요?

물론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이루려면 철저히 고객 중심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사실 고객은 원가 절감을 원하는 게 아니라 불량품이 없기를 바라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주길 원하죠. 따라서 기업은 ‘원가 절감을 위해 어떻게 하면 불량률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불량률이 줄고 품질이 우수하면 저절로 원가 절감이 이루어지는 거죠. 판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고객 중심의 질적 목표 달성에 집중하면 그 성과는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글 나종호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