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마라톤, 무전 배낭여행, 세계일주…

쉽게 갈 수 있는 해외여행 기회도 아닌데 이왕이면 색다르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고? 그럼 여기 두 명의 여행 마니아 이야기에 주목하시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터득한 알짜배기 여행의 기술을 전수해줄 테니.


김상현 (영남대 도시공학 4)

진짜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무계획 여행
[판타스틱한 여름방학 보내기] 이색 세계여행 마니아가 귀띔하는 ‘여행의 기술’
김상현 씨는 세계 4대 극지 마라톤 완주를 비롯해 유럽, 남미, 미국, 필리핀, 이집트, 일본, 중국 등을 다녀온 여행 마니아다. 5대양 6대주 중 오세아니아를 뺀 모든 대륙의 땅을 밟아본 셈. 그는 이색적이고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굳이 지도에도 없는 원시림을 찾아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어디를 가든 욕심을 버리고 계획을 덜어내는 일이면 충분하다고.


Q. 여행 경험은?
프랑스에서 봉사활동과 관광을 했고, 남미와 미국은 배낭여행으로 가봤어요. 필리핀은 교내 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다녀왔고, 개인적으로 일본·중국·이집트 등도 여행했죠. 그리고 극지 마라톤에 참가하며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칠레, 남극도 다녀왔고요.

Q. 아무리 여행 마니아라 해도 극지 마라톤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2011년이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던지라 대회에 참가해 완주한다면 스스로 많이 성장하고 자신감도 생길 것 같았죠. 사막 마라톤 중에는 ‘롱데이’라고 하루 80km를 달리는 날이 있어요. 50km쯤 왔을 때 모래폭풍이 심해 마라톤이 중단되는 일이 생겼죠. 일단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는데, 다음 날 주최 측에서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제시했어요. 하나는 남은 코스를 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완주를 포기하고 텐트에서 쉬면서 완주한 사람들의 평균기록을 받는 것이었죠. 저는 완주를 선택했어요. 당시 210km를 달린 상태라 몸이 굉장히 힘들어 고민도 됐지만 주어진 코스를 완주하고 나니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더라고요.
[판타스틱한 여름방학 보내기] 이색 세계여행 마니아가 귀띔하는 ‘여행의 기술’
Q. 잊지 못할 경험이겠어요. 여행을 다니며 생긴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대학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했어요. 요즘은 찾아보면 학교에서 해외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많거든요. 또 학교가 아니더라도 기업에서 해외 자원봉사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많죠. 어학연수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행도 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1석 3조의 기회 같아요. 그런데 많은 분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을 가면 제한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외국인들과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그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어요.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에 갔었는데, 5개월 정도 현지 친구들과 동고동락하니 정말 친해지고 현지 문화도 잘 알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죠.

Q. 프로그램이 아닌 혼자 떠나는 배낭여행의 노하우는?
‘무계획이 계획이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행 갔을 때 모든 관광지를 둘러보겠다는 계획보다는 꼭 가고 싶은 몇 곳만 정해 둘러보는 것이 좋아요. 일정이 빡빡하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거든요. 현지 친구를 사귀면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돌아다니면 여행이 훨씬 더 재미있어요. 그래서 저는 늘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요. 남미 여행을 할 때도 우유니 사막과 마추픽추만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떠나 나머지 시간에는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녔어요. 갈 때는 혼자였지만 여행은 외국 친구들과 함께하니 여행의 진짜 재미를 알겠더라고요.

Q. 앞으로의 여행 계획은?
오세아니아를 가고 싶어요. 6대주 중에 유일하게 못 가본 곳이거든요. 그때도 저는 계획 없이 떠날 거예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기대 이상의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겠죠?



최규영 (한남대 기독교학 4)

돈 없이도 떠나는 세계 일주


2012년 12월 1일 남극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최규영 씨.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세계일주’라는 그의 목표가 드디어 이뤄진 셈이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카오산 로드, 호주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지만 그의 지갑은 늘 비어 있었다고. 돈이 많아야 여행을 떠나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판타스틱한 여름방학 보내기] 이색 세계여행 마니아가 귀띔하는 ‘여행의 기술’
Q. 여행 경험은?
첫 여행은 아프리카 우간다 쿠미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어요. 한국인이 한 번도 간 적 없는 곳이라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점에 더욱 끌렸죠. 사실 그 전까지는 대전 밖을 나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대전에서 다녔으니까요. 한번 여행의 맛(?)을 본 이후로는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카오산 로드 등에 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그러고 나서 한국에 돌아왔는데 또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국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세계일주를 하자’는 꿈을 갖고 다시 비행기를 탔죠.

Q. 세계일주를 하려면 경비도 만만치 않죠?
세계 4대 마라톤의 참가비는 총 2400만 원 정도예요. 큰 액수라 고민하던 차에 돈을 벌면서 여행도 할 수 있는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떠올랐어요. 부모님께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돈을 벌어서 떠나는 여행이 더 뜻깊다고 생각했거든요. 호주 농장에서 하루 11시간씩 브로콜리를 수확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6개월 정도 일해 돈을 모아 여행을 시작했죠.
[판타스틱한 여름방학 보내기] 이색 세계여행 마니아가 귀띔하는 ‘여행의 기술’
Q. 넉넉한 여행 경비는 아니었겠어요.
많은 학생이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고 말하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있어요. 저처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돈을 벌며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돈이 적더라도 거기에 맞춰 여행을 하면 되는 거죠. 저는 늘 돈 없이 돌아다녔는걸요.(웃음) 항상 가장 싼 숙소를 찾고 공항에서도 많이 잤어요. 칠레 마라톤 경기 후 페루에 갔을 때는 돈이 없어 한국 식당에 들어가 일을 하는 대신 먹여주고 재워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두 달이나 생활했죠. 힘들기만 할 것 같지만 그 덕분에 스페인어도 배우고 많은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Q. 그야말로 ‘사서 하는 고생’이네요.
많은 분이 여행을 가면 무조건 ‘즐거운 경험’만 할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 기대를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하지만 분명 도서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끼고 돌아올 거예요.
[판타스틱한 여름방학 보내기] 이색 세계여행 마니아가 귀띔하는 ‘여행의 기술’
Q. 해외여행을 하면서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자신만의 노하우나 경험이 있었나요?
여행은 몸으로 부딪쳐서 많은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행지에서 길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에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택시나 음식점에서 관광객이란 이유로 바가지를 쓸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택시를 잘 타지 않아요. 지도를 보며 직접 찾아다녀야 하니 국제 미아가 되지 않기 위해 늘 두 눈을 부릅뜨고 다니죠. 그럼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물가나 택시비, 버스노선 등을 금방 익히게 돼요. ‘사람, 영어, 여행은 헤매면서 제대로 알게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너무 많은 준비는 오히려 여행을 제한적으로 만들 뿐이죠. 겁내지 말고 일단 부딪치세요.

Q. 앞으로의 여행 계획은?
10월쯤 다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돈을 모으고 페루에 갈 생각이에요. 그곳에서 NGO를 만들고 싶어요.


글 박지원 대학생 기자(충북대 국제경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