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과 함께하는 혁신의 현장

캠퍼스 잡앤조이는 지난 3월 ‘숨은 스펙 찾기’라는 제목으로 ‘공학교육인증제도’를 소개한 바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제시하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이수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역량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00년부터 전국의 공과대학에서 속속 공학교육 인증에 참여하면서 학내에 이를 전담할 기관을 세우게 됐는데, 이곳이 바로 ‘공학교육혁신센터’다. 캠퍼스 잡앤조이는 전국의 우수한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직접 찾아 공학 인재 양성 현장을 둘러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순서로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를 찾았다.
[No.1 공학교육 현장에 가다]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
[No.1 공학교육 현장에 가다]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
대한민국 어느 땅, 어느 지역도 넘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 바로 제주도다. 우뚝 솟은 한라산 끝자락, 48만 평의 드넓은 대지 위에 자리한 제주대는 제주 지역 유일의 4년제 국립대학교로, 지역의 학문과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공학교육인증제도 도입을 계기로 제주대 역시 2005년 들어 공학교육혁신센터(센터장 안기중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설립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실시하는 평가 등을 통해 공과대학이 추구하는 교육 목표를 달성하고,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를 이끌어나갈 우수한 공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No.1 공학교육 현장에 가다]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
지역 산학 연계의 모범

제주도는 예부터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 육지와는 다른 온난한 기후 등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불려왔다. 반면 도서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해 농어업 등 1차산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산업 개발 여건이 성숙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자유도시 선정을 계기로 환경적인 어려움을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제2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도 관광산업, 청정 1차산업 등은 물론이고 교육, 의료, IT·BT, 물 산업 등을 제주도의 핵심 선도 산업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대 공대 역시 공학교육혁신센터 설립을 계기로 지역 산업 발전과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센터에서 진행하는 산학 연결 ‘트랙(track)’ 제도는 제주대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로, 지역 기업과 혁신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학생들은 산업체를 직접 찾아 실습, 인턴십 등 생생한 현장 경험을 쌓고, 기업들은 역량 있는 인재들을 직접 고용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No.1 공학교육 현장에 가다]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
다음커뮤니케이션, STX, 제주반도체 등 제주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과 연계한 트랙 제도는 산학 협력의 모범을 보이며 지역 인재 취업의 대안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의 트랙 제도 성공은 타 대학 센터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자리 잡았다.

트랙별로 산업체와 대학 간에는 산학자문위원회가 구성된다. 주기적인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사업 추진과 평가, 개선방안 도출 같은 피드백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무엇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산업체 간부들을 겸임교수로 위촉해 강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학생 입장에선 폭넓은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기업 입장에선 피부에 와닿는 인재를 선발하는 윈윈 효과의 전형이다.

‘CEO 특강’ 역시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내 기업은 물론 국내외 저명한 CEO를 초청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고 이를 취업과 연계시키고 있다.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공과대 전반적인 의욕 저하를 비롯해 신입생 학력 저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 도전 정신으로 사업을 일궈온 쟁쟁한 CEO들의 한마디는 자칫 처지기 쉬운 공대생들에게 자긍심과 미래의 희망을 선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Interview 안기중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장·컴퓨터공학과 교수
[No.1 공학교육 현장에 가다] 제주대 공학교육혁신센터
“현장이 원하는 인력 키워낸다”


이공계 기피 현상, 이로 인한 신입생 학력 저하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자긍심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21세기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공학도에 대한 인식은 제일 밑바닥인 게 사실이죠. 패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정서적 밑받침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와 사회, 기업이 함께해야죠. 자본에 의한 지원보다는 실질적인 지원 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좋든 싫든 미래 사회는 공학도들이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부족한 인구와 기업 인프라, 도서 등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한 도시의 산업 경쟁력,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한 인구가 70만 명은 돼야 합니다. 제주는 59만에 불과하죠. 또 그중 과반이 제주시에 몰려 있어요. 자생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구조죠. 산업 전반의 역량을 한꺼번에 키울 수 없는 배경이에요. 제주라는 지역에 알맞은 최적의 산업을 찾아내 특성화시켜야 합니다. 모든 역량을 특화 분야에 집중시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죠.

근본적으로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모자라는 수만큼 끌어모으는 수밖에 없어요. 이를 위해 특화된 산업체, 산업 기반, 연구단지 등을 유치해야 합니다. 우리 센터와 트랙 사업을 진행 중인 다음커뮤니케이션, 제주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제주반도체는 수익의 대부분이 수출이에요. 다음은 트랙을 통해 겸임교수 강의를 진행하고 있죠. 이런 기업들이 제주 지역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제주반도체의 경우 초기에는 제주 출신 인력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전원이 제주 출신입니다. 제주는 섬이에요. 일반 공업 가운데 제조업은 제주에 적합하지 않아요. 제주는 환경이 파괴되면 사람이 살지 못하는 무인도로 전락하게 됩니다. 환경 친화적인 극히 제한된 산업만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예요. IT 등 물류 제한이 없는 지식 기반 산업이 좋은 예죠.

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사회·산업 발전 성과를 평가해주십시오.

우선 센터 사업들을 통해 교육이라는 본질에 대해 되짚어 보게 된 것이 소득이에요. 공대 교수들은 자신이 공부한 방식을 후학들에게 실현시키는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죠. 별도의 교육학 전공자가 아니니까요. 이를 벗어나 센터가 공인한 방식을 통해 현장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 역량 있는 인재를 키워낸 것이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이론뿐 아니라 현장 적응력을 키우는 데도 센터가 일조하고 있죠. 트랙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보면 교수나 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랙 기업에 입사하지 못했다 해도 다른 유사 기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죠.

또 하나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게 된 데 큰 의의가 있어요. 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은 곧 미국 등 국제표준 교육 프로그램과 호환됩니다. 바꿔 말해 학생들의 능력치가 국제 수준까지 오른 셈이죠. 국내를 벗어나 국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는 뜻이에요.



글·사진 장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