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적 차원에서 출판 생태계가 사라지는 것도 충분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어요. 책이 산업의 문제뿐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는 거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문화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변혁의 문제이기도 해요. 대부분 시대의 큰 흐름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거든요. 로마 제국을 사랑으로 무너뜨린 기독교에는 복음서와 책으로 묶인 바울의 서신들이 있었죠. 로마 가톨릭에 저항한 프로테스탄트의 개혁 뒤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계로 찍어낸 자국어 성경이 있었습니다. 근대 앙시앙 레짐에 맞서 근대적 민주주의의 기치를 드러낸 프랑스 혁명군의 손에는 루소의 책이 들려 있었죠. 러시아 혁명의 배후에는 그 유명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있었고요. 역사상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혁명의 이면에는 한 권의 책이 있었고 위대한 혁명가는 ‘책의 사람들’이었던 셈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어요.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 꽤 오랜 기간 청춘들은 기성세대나 기존의 질서에 대해 딱히 불만 없어 보였습니다. 이런 동시대 청춘들에게 자신들의 스탠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게 해준 것 역시 ‘88만 원 세대’라는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고 실제로도 다양한 반응을 불러왔어요. 확실한 건 우리 역사상 최초로 경제적 잣대로 구분당한 이 청춘들에게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겁니다. 이 세대에게 부재했다고 평가되던 정치의식이 생겨났습니다. 기존의 질서에 맞춰 살지 않겠다는 거부의 선언이 이어졌지요. 작든 크든 그 변화의 시점을 따져 보면 ‘88만 원 세대’라는 책 한 권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우리 사회에 천지개벽의 대변혁이 일어난 건 아닙니다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어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자, 책이란 게 이래요. 사람들을 움직이죠. 얼마 전 인터뷰한 ‘왜 책을 읽는가’의 저자 샤를 단치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책을 읽지 않으면 권력을 가지고 있고 원하는 대로 우리를 조종하려는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는 또한 “독서는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힘에 대항해 더욱 명민해질 수 있는 정신적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말했죠. 대개의 경우 정신적 자유는 행동의 자유로 이어집니다. 이쯤 되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아주 명백해지는 거 아닌가요?
왜 책을 읽는가
샤를 단치 | 이루
프랑스의 문제적 지식인 샤를 단치의 독서론. 애서가이면서 애독가인 그의 책과 독서에 대한 애정을 때로는 거침없이 때로는 사려 깊게 들려준다.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보편적이지 않은 자신의 체험을 공유하지만 결국 독서의 가치와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보편적 가치임을 입증해낸다.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개성 있지만 사색적인 대답!
침대 밑의 책 윤성근 | 마카롱
박원순 시장실의 서가를 꾸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성근의 책. 그간 자신이 읽고 수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침대 밑이란 콘셉트로 풀어냈다. 다독가에 애서가답게 그가 소개하는 책은 이런 책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색적이고 다채롭다. 그의 매혹적인 독서 이력을 좇다 보면 책읽기의 최고 가치는 ‘즐거움’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허영진
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눈에 띄는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무라카미 하루키 │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 칼럼 ‘무라카미 라디오’의 최신작. 2012년 3월 26일 막을 내린 잡지 ‘앙앙 anan’에 1년 동안 연재해온 52개의 에피소드와 한 편의 다른 글을 모아 엮었다. 무엇보다 정말 즐겁게 쓴 듯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깔끔한 오하시 아유미의 일러스트의 시너지는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강신주, 지승호 │ 시대의창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인터뷰어 지승호가 맨얼굴의 철학자 강신주를 만났다. 강신주의 인문 정신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인문 정신이 풍부한 두 사람의 대화 덕분에 어려운 철학 개념이나 사상에 접근하기 쉽다. 강신주가 말하는 인문 정신을 오롯이 만나볼 수 있는 책.
1% 호기심 꿈을 쏘는 힘
김성완 │ 코리아닷컴
항공우주공학을 꿈꾸는 과학도는 물론 전 세계의 엘리트들이 선망하는 연구소,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 차세대 우주왕복선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김성완 박사. 그런 그가 2010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NASA 최고의 항공우주공학 연구원이 고국으로 돌아온 이유, 미국에서 성공하기까지의 인생 역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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