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정치’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원만한 사회생활의 비결이라 배웠거늘. 대놓고 정치 얘기 좀 하자며 3인의 열혈 청년을 한자리에 모았다. 각각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의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치판 새싹들이다. 서로가 견지하는 정치적 입장은 다르지만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같은 꿈을 가진 세 남자의 이야기! ‘정치’라고 해서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쉽지 않았을 텐데 흔쾌히 참여해줘서 고마워요.

황민형(새누리당) :사실 저 혼자 하는 인터뷰라고 생각했다가 어제 두 분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장했어요. 내가 먹잇감이 되겠구나 생각했죠.(한숨)

김관회(민주통합당) :하하하. 위원장님 걱정 마세요! 재욱 씨만 조심하면 돼요.(웃음)

빈재욱(진보정의당) :왜 그러십니까. 편하게들 하시죠.

하하. 오늘은 부디 싸우지 않길…. 사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정당의 대학생위원회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김관회(민주통합당) :대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대학생의 자치권, 학내 문제 등을 반영하도록 하고 정책자문단 활동을 하면서 청년 정책을 입법화시키는 것을 돕죠. 기본적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모이고, 따로 안건이 없을 때는 격주로 회의를 진행하고요. 매주 봉사활동이나 스터디도 하고 있어요.

황민형(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회의를 하고, 정기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진행해요. 비정기적으로 안건을 처리하거나 스터디를 하기 위해 모이죠.

빈재욱(진보정의당) :진보정의당은 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한 달밖에 안 됐어요. 그래서 방향성이 아직 덜 잡힌 것이 사실이죠. 심상정 의원의 ‘정치바로 아카데미’를 통해 정치 공부를 하고 있죠.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멋진데요. 정치 입문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황민형(새누리당) :어려서부터 신문이나 뉴스를 즐겨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많아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 생각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복지 정책이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새누리당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작년 박근혜 대선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당 활동을 시작했죠.

김관회(민주통합당) :토론하는 것을 좋아해서 토론회를 많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이 생겼어요. 민주통합당 정책자문단 프로그램으로 정치에 입문해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봤어요. 그때 재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정치를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죠.

빈재욱(진보정의당) :우연히 유시민의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을 읽게 됐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책 속의 구절 중 ‘사회를 바꾸고 싶으면 정당에 참여하고 시민사회를 조직해라’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더라고요. 원래 전공이 연극영화학과였는데 정치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이 먼저일 것 같단 생각에 사학과로 전공도 바꿨어요. 그리고 사회를 보는 관점이 가장 잘 맞는 진보정의당에 가입했죠.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한다’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죠.

김관회(민주통합당) :부모님께는 일반적인 대외활동인 척 숨기고 있었죠. 그런데 매일 집에 늦게 들어가다 보니 들키게 됐어요. 걱정을 많이 하세요. 또 아버지와는 정치 성향도 달라 부딪치는 일이 더 많아요.

빈재욱(진보정의당) :다들 신기하게 봐요. ‘돈 받고 하는 거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활발히 정치 활동을 하다 보니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학과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오픈됐어요.

황민형(새누리당)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새누리당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저를 멀리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의외로 보수 성향의 친구들이 많아요. 눈에 보이는 지지는 없어도 큰 힘이 돼요.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보수 성향의 젊은이들이 모인 곳… ‘일베’가 떠오르네요.

황민형(새누리당) :(당황) 들어가긴 해요. 하지만 둘러보는 정도? 여성 비하의 글들은 제가 보기에도 너무 심한 것 같아요. 가끔 일반 사람들이 알기 힘든 정보를 올려주는 부분이 재미있어요. 하지만 자주 들어가지는 않아요. 오해 마세요.

재욱 씨가 “친구들이 ‘돈 받고 하는 거냐’ 묻는다”고 말할 때 뜨끔했어요. 저도 그런 줄 알았거든요.

김관회(민주통합당) :대학생위원회는 출퇴근을 하는 게 아니라서 받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사무실에 상근을 하고 있어서 조금 지원받는 것이 있죠.

빈재욱(진보정의당) :저희는 솔직히 좀 힘듭니다.(웃음) 엄청 부러워요, 민주통합당. 저번에 가보니까 라면 박스도 많이 쌓여 있던데….

황민형(새누리당) :저희도 따로 받는 것은 없어요.

당원으로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나 사건도 많겠어요.

빈재욱(진보정의당) :예전에 청년캠프를 진행할 때 4.24 재보선에 출마한 김지선 후보가 갑자기 방문하셨어요. 김 후보를 인터뷰하는데 우연히 구멍 난 양말을 보게 됐죠.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감동받았어요.

김관회(민주통합당) :작년 문재인 후보의 선거 유세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광화문에서 유세를 할 때였는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손을 잡고 길을 만들었거든요. 추운 날씨에 함께 고생한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황민형(새누리당) :저도 그때 거기에 있었어요. 그날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였잖아요. 어쩌면 마주쳤을 수도 있었겠네요. 사실 그때 민주통합당이 엄청 부러웠어요. 저희는 추운 날씨에 빨간 후드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는데 민주통합당은 따뜻하게 잠바를 입고 있어서….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어쩐지 아까부터 민주통합당 잠바만 보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여자친구는 있나요?

황민형(새누리당) :·김관회(민주통합당) :없어요….

빈재욱(진보정의당) :제 여자친구가 민주통합당 당원이에요.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생산적인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이죠. 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좀 다르다 보니 싸울 때가 많아요. 마치 심상정 의원과 문재인 의원의 만남 같다고나 할까요?

다른 두 분은 이렇게 여자친구와 정치 성향이 다르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김관회(민주통합당) :가장 어려운 질문인데요. 전 여자친구를 설득할 것 같아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정치적인 이야기는 잘 하지 않거든요. 여자친구와 다르다면 싸움이 많을 것 같네요.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황민형(새누리당) :예전에는 어느 정도 맞춰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당 활동을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반대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아니라면 저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어리다는 이유로 정당의 기성세대와 갈등이 있지는 않나요?

황민형(새누리당)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존 정치인들의 경험론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편이죠.

김관회(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의 경우 청년 시절 운동권이었던 분이 많아 격려를 많이 해주세요. 저희도 대학생, 청년 사업에 대한 것은 밀어붙이는 편이에요. 그럼 부딪치는 일도 발생하는데, 설득이나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죠.

빈재욱(진보정의당) :진보정의당은 정당 자체가 작아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져요. 타 정당과 달리 ‘선배’라는 단어도 사용하죠. 선배님들이 저희를 미래의 주역으로 믿어주세요. ‘젊은 주역들이 지방 선거에서 후보를 내야 하고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힘이 나요.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새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빈재욱(진보정의당) :정부에서 내세운 청년 정책의 내용은 다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한 스펙주의에 대해 정부가 제재를 하고 나선 부분이 만족스럽죠. 요즘 스펙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군인들도 진급을 위해 토익 점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토익 점수가 높다고 군인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건가요?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김관회(민주통합당) :맞아요. 군대에서도 토익 점수를 요구할 정도이니 사회에서는 얼마나 스펙에 대한 경쟁이 심하겠어요. 새 정부의 ‘스펙을 초월한 채용 시스템 장착’에 관한 부분이 좋은 것 같아요.

황민형(새누리당)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회사들이 업무에 필요한 스펙만을 요구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하지도 않는 직군에서 높은 영어 점수를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하지만 새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확대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빈재욱(진보정의당) :맞아요. 사실 학생들에겐 단순한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에요.

황민형(새누리당) :스펙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내가 이 정도 스펙인데 여길 왜 가’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이 많은 것 같아요. 새누리당의 희망사다리 장학금 제도처럼 중소기업을 가도록 지원하면서 그 정도에만 필요한 스펙을 쌓도록 한다면 학생들이 눈을 조금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반값 등록금 역시 무조건 반값을 하겠다고 시작하는 것보다 일단 등록금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게 먼저일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다들 좋은 의견을 갖고 있네요.

빈재욱(진보정의당) :정부의 정책을 우리가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입장이에요.

황민형(새누리당) :정부가 무조건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대화를 통해 많은 의견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A보다는 B가 낫다’ ‘B보다는 C가 낫다’ 등의 의견을 들어야 발전이 있죠. 지금은 사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1 아니면 2뿐이잖아요.

빈재욱(진보정의당) :걱정하지 마세요. 진보정의당이 ‘3’이 되어 드리겠습니다.(웃음)

지금 바로 국회에 가도 되겠는걸요. 최종 목표가 국회 입성인가요?

빈재욱(진보정의당) :저는 당대표가 돼서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에요. 진보정당이 수권정당이 돼서 제대로 된 진보 정신을 실천하고 싶어요.

황민형(새누리당) :저는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정치인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에요. 지금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대중이 판단하기 쉽도록 돕는, 이를테면 언론인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이념의 구분이 아닌 생산적인 공론의 장을 만들어주고 싶거든요.

김관회(민주통합당) :일단 지금은 정당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나아가서는 일본처럼 이념에 상관없이 정치인을 양성하는 곳을 만들고 싶고요. 아직 우리나라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틀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거든요. 바른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싶어요.
[열혈 청년 정치 도전기] “의견이 다를 뿐,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정치에 관심이 있어도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표현하는 데 서툰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황민형(새누리당) :정당에서는 책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실질적인 정치’를 배울 수 있어요. 만약 정치인이 꿈이라면 정당이 아니라도 시민단체나 조직에서 경험을 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관회(민주통합당)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견이 다를 뿐이지 싸워야 할 관계는 아니잖아요. 좋은 가치를 구현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빈재욱(진보정의당) :요즘 학생들은 겁이 많은 것 같아요. 정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도구이며 목적이에요. 뭐든지 구조적으로 배울 수 있고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어요. 굳이 특정 정당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든 참여해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뜻이 있다면 도망치지 마세요!



진행·정리 정가림(한국외대 영문 2)│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