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날아온 입영 통지서를 보고 충격에 휩싸이던 시절은 지났다. 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부대로, 특기까지 살려가며 입대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아직도 지원병에 대해 잘 모르는 대학생이 많다. 징집병과는 다른, 지원병의 세계를 소개한다.
[충성! 입대 FAQ] 피할 수 없다면 골라라
<YONHAP PHOTO-0834> 건군 6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계룡=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건군 6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26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렸다. 장병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2012.9.26

    youngs@yna.co.kr/2012-09-26 13:05:1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건군 6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계룡=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건군 6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26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렸다. 장병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2012.9.26 youngs@yna.co.kr/2012-09-26 13:05:13/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군대가 두렵게만 느껴지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대한 무지의 공포 때문이기도 하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을 알고 가는 군대에서는 비교적 수월한 생활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지원 입영은 일반 징집 입영에 비해 큰 이점이 있다.

병사로 군대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징집과 모집이다. 일반적으로 ‘때’가 돼 입영 통지서를 받고 육군 일반병으로 입영하는 경우가 징집이다.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본인의 입영일자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입영부대와 복무할 군사특기는 선택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모집 지원병은 복무할 군(육·해·공군)과 본인이 소지한 자격·면허·전공과 관련 있는 군사특기·계열·직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일부는 입영부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해군, 해병대, 공군은 모두 지원병이며, 육군도 병종에 따라 일부 지원병을 선발한다.
[충성! 입대 FAQ] 피할 수 없다면 골라라
지원병의 종류는 다양하다. 특히 육군의 개별모집병, 공군의 전문화관리병은 자격과 전공에 따라 특기가 세분화돼 있다. 병무청 홈페이지 모집안내 서비스에서 구체적인 특기 임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전공·자격증에 따른 지원 가능 분야도 확인 가능하다.

특기별 지원병 외에도 동반입대병, 직계가족복무부대병 등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지원병도 있다. 경기 북부, 강원도가 연고지인 입영 대상자는 연고지복무병에 지원할 수 있다. 2012년 신설된 연고지복무병은 생활 주소지 등 연고지에 위치한 전방부대에서 군복무를 하고자 할 때 지원 입영하는 제도다.

병종마다 자격 요건이나 모집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병종의 모집 요강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특기병 선택 시 관련 전문학과 수업 이수에 따라 가산점이 붙기 때문에 학년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온라인 모집이 활성화되고 관심이 커지면서 모집 입영 지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군에서도 지원병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13년 계획된 모집 입영의 인원은 각 군 총 입영계획 26만7000여 명의 49.7%인 13만3000여 명이다.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기 병종의 경쟁은 치열하다. 입대 시기에 따라서도 경쟁률이 달라진다. 대학생의 복학이 수월한 1~4월에 특히 지원자가 많다. 병무청 관계자는 “같은 병종이라도 모집 시기와 부대에 따라 경쟁률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이를 확인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해·공군 지원자 생생 체험기
[충성! 입대 FAQ] 피할 수 없다면 골라라
군대라고 하면 육군, 강원도, 최전방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군이나 해군과 같이 다른 종류의 군대도 있다. 공군과 해군 각각 한 명을 만나 특기를 살려 군복무한 사례를 소개하고 각 군의 특징을 알아보자.


해군에 지원한 계기는.

육군의 군복보다 해군의 정복이 더 멋있었다. 그 정복을 입어보고 싶은 마음에 해군 입대를 결심했다.



특기병(전산병)으로 지원한 이유는.

군대에서 특기를 살릴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전공이 컴퓨터학과다 보니 그와 맞는 모집병을 찾았고, 전산병이 있어서 지원했다.



해군만의 특색이나 장점이 있다면.

군함을 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육군이 모두 탱크를 타는 것은 아니고 공군도 모두 비행기를 타지는 않는다. 반면 해군은 대부분의 수병이 군함을 타며 실무 생활을 할 수 있다. 특히 근무하는 곳과 침실이 같이 있어 사람들을 마주칠 기회가 많고 가까이 지낼 수 있어 좋다. 군함을 타면 추가 수당이 나오기도 한다.



군함을 타면 어떤 에피소드들이 있나.

어느 겨울날 당직을 마치고 침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유독 그날은 파도가 심했다. 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매트리스와 같이 옆으로 굴러 떨어진 적이 있다. 순간 ‘배가 침몰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침실을 정리하고 통신실로 갔는데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해군의 지원 절차를 알려 달라.

인터넷 지원, 면접, 최종 합격자 발표로 이루어진다. 인터넷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직별을 선택한 뒤 추후에 병무청으로 인터뷰를 하러 간다. 실제 해군이 와서 간단한 질문들을 한다. 해군 지원 동기, 직별을 선택한 이유, 연평도 사건 등의 질문을 받았다. 며칠 뒤에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해군 훈련소의 생활은 어떤가.

다른 훈련소의 훈련과 비슷하다. 다른 훈련소와 차이가 있다면 수영을 배운다는 점이다. 수영을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교관이나 조교들이 친절하게 알려주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다.



복무한 곳의 생활은 어땠나.

신성함이라는 군함에서 생활했다. 일과는 아침·오전·오후로 나뉜다. 아침에는 기상 및 세면, 청소를 한다. 오전에는 함대 총원이 모여서 정렬한 뒤 그날 일과를 듣고 하루를 시작하며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를 한 뒤 오후 일과를 하고 저녁식사를 한 다음 휴식 및 자유 시간을 갖는다. 배가 출항하면 3직제로 근무를 한다. 4시간씩 총 2번, 8시간을 근무한다. 이때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야식으로 하루에 4끼를 먹는다. 8시간씩 당직을 서다 보면 부족해진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야식은 필수다.



해군에 관심이 있거나 지원할 생각이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군함을 타며 나라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지 모를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육군에서 하는 행군도 없고 휴가도 많다.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해군에 관심을 갖고 많이들 지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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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 지원한 계기는.

육군보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복무 기간이 육군보다 2개월가량 긴 대신에 휴가를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공군은 기본군사훈련단에서 노력한 만큼 내가 원하는 부대로 배속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떤 특기병 출신인가.

항공기재보급병이다. 공군은 임무형 전투부대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전투 훈련 외에 각자 맡은 특기에 따라 주임무가 다르다. 즉 모든 공군이 기술병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반, 전자, 화학 등 큰 틀로 특기병을 나눈다. 이후 훈련소에서 시험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특기를 정한다. 특기시험을 잘 봐서 내가 원하던 항공기재보급병으로 복무했다.



공군만의 특색이나 장점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휴가를 나올 수 있다. 보직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6주마다 2박3일의 정기휴가가 주어진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확실히 보장되는 휴가다. 복무 기간이 타 군보다 길기 때문에 휴가도 많은 편이다. 또 시험·면접과 높은 경쟁률의 영향으로 병사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공군이라고 전투기를 타는 것이 아닌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공군 장병들의 임무는 전투기를 지키고 출격시키는 것이다. 조종사와 전투기에 대한 지원이 공군 병사들의 주요 임무다. 공군기지 내부 운영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하며 기지방호라 하여 정해진 위치에서 기지를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공군 병사들이 맡는 일은 다양하다. 기상관을 관측하는 기상대, 각종 통신과 전산망을 담당하는 통신특기, 레이더 관측부대, 시설관리와 수리, 화생방 지원대, 정비를 담당하는 시설병 등이 있다.



공군의 지원 절차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나 수능 성적표, 인적 사항으로 지원한다. 1차 합격 통지를 받으면 정해진 일정에 따라 면접을 본다. 면접은 설문조사형으로 여러 문항을 답하고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질문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족 관계, 공군에 지원한 이유 등 평범한 질문을 한다. 최종 발표로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으며 정해진 입대날짜에 진주에서 입영한다.



공군의 훈련소 생활은 어떤가.

진주의 기본군사훈련단에 입소한다. 가입교 기간을 포함해 6주간 훈련을 받는다. 6주차에 시험을 보는데 시험 성적이 부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6주간의 기본 일정이 끝나면 특기별로 특기학교에 가서 본격적인 실무 교육을 받는다. 교육 기간은 3~4주다. 훈련소에서 받은 성적과 특기학교에서 받은 성적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부대를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제출한다.



복무 부대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송탄에 있는 작전사령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에 배속되었다. 복무 중 군 분위기가 좋아져 제대할 때 일병·이병도 선임과 친하게 지냈다. 보급병이어서 매일 창고로 출근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과 시간이고 5시부터 점호 전까지는 병사 개인 시간이다. 대체로 일과 외 시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병사들은 각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야구나 축구와 같은 체육 활동도 많았다.



공군을 지원할 예정인 학생들에게 한마디.

개인적으로 육군, 해군, 공군 중 어느 한 곳으로 다시 가야 한다면 주저 없이 공군을 선택할 것이다. 비록 육군보다 복무 기간은 길지만 정기외박이 있고 자신의 능력에 따라 부대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훈련소나 자대 생활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한다. 열심히 생활하면 선임들도 대우를 해주니 걱정 없이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함승민 기자·박종강 대학생 기자(수원대 화학공학 2)│사진 한국경제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