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헤드헌터(Head Hunter).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아주는 전문가를 일컫는다. 분야와 시장 영역을 넘나드는 인사와 채용의 전문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헤드헌터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재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자타 공인 국내 최고 헤드헌터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에게 대학생이 해야 할 커리어 관리와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들어본다.
[지상 멘토링] 톱 헤드헌터, 나를 보여줘야 뽑힌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는 굉장히 역동적인 이력을 지녔다. 성신여대 불문과를 졸업했고 핀란드 헬싱키 경제경영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항공 승무원, 프랑스 회사 프라마톰 코리아 행정관 보좌역, 미국 회사 NCH 세일즈 매니저를 거쳤다.

이후 유니코써어치에 입사, 한국 여성 헤드헌터 1호로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해 재능과 미모를 갖춘 헤드헌터로 활동했다. 2003년 ‘유앤파트너즈’를 설립, 헤드헌팅뿐만 아니라 HR(인적 자원) 서비스와 커리어 컨설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 정책자문위원, 정부혁신평가단 위원, 한국 CEO포럼 회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이화여대 경영대학 겸임교수, 전경련 국제경영원 전문교수를 지내면서 비즈니스맨과 대학생들 사이에 명강사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승무원으로 시작 후 이색적인 커리어를 쌓으셨습니다. 도전할 때마다 불안하거나 두렵지 않으셨나요.

도전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요. 저한테는 선택의 기회가 없었거든요. 어느 회사든 그만두라고 안 했으면 지금까지 다녔을 겁니다. 승무원은 결혼 때문에 그만둬야 했어요. 프랑스 원자력 회사는 일종의 프로젝트 오피스였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고 회사가 없어졌고요.

미국계 회사는 영업 품목이 오존층 파괴로 수입 금지가 되면서 직장을 옮겨야 했어요. 자의로 옮긴 적은 한 번도 없죠. 늘 가야만 하는 곳을 갔을 뿐이에요. 그래서 때로 후배들이 이래저래 어려워서 여긴 힘들고 못 가겠다는 말을 하면 저는 비웃죠.



그래도 커리어 전환이 빠른 건 그만큼의 능력 덕분 아닐까요.

그때는 절박함에 기회만 나면 죽자 살자 잡았어요. 인터뷰 때마다 제 모든 걸 걸었죠. 참 다양한 일이긴 했어요. 물론 힘든 직장 생활이었지만 그때의 경험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항공사 다니면서는 전 세계 문화를 경험했고, 프랑스 회사에서는 사무직을 해서 인사에 대한 배경 지식을 다졌죠. 미국 무역회사에서는 영업을 하면서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웠고요. 그래서 전 후배들한테 이런 말을 해요. 직장 생활 자체가 본인의 경력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돈을 받으면서 경력을 쌓는 것이고, 그걸로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니 그 순간은 최선을 다하라고요.
[지상 멘토링] 톱 헤드헌터, 나를 보여줘야 뽑힌다
인재를 찾는 일만 20여 년 해오셨습니다. 이제 얼굴만 봐도 가능성이 보일 것 같은데요.

물론 첫인상에서 느낌이 와요. 그런데 되도록 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기준대로 하려고 해요. 인터뷰도 정해진 순서대로, 질문도 같은 걸 합니다. 나만 믿는다는 것은 위험하거든요.



기업 공채 최종 면접도 많이 들어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지원자가 눈에 띄나요.

최종 면접까지 오면 스펙은 다 비슷해요. 그런데 들어오는 걸음걸이나 눈빛, 말할 때의 제스처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어요. 그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본인 얘기하고 싶은 것 얘기하는 사람이 눈에 띄죠. 너무 얼어서 말을 못하는 사람은 매력이 없어요. 나한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답변하는 사람은 금방 보여요. 그것도 자기만의 스토리로. 학생들은 자꾸 정답만 얘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의 얘기를 해야 돼요.



하루에도 수백 장의 이력서를 보실 텐데, 어떤 이력서가 매력적입니까.

본인에 대해서 분석이 잘된 이력서요. 장점이 무엇이고 어디에 지원하고 있는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잘 어필한 이력서입니다. 그게 회사에서 찾는 이력 사항과 딱 맞으면 베스트겠죠.



인재상도 시대에 따라 트렌드가 있을 텐데요.

1990년대는 정말 스펙을 좋아했어요. 학교, 부모님 직업을 많이 봤죠. 우리 회사하고 잘 맞는 사람이라는 말은 ‘우리 회사는 OO대 출신이 많아서 OO대 출신이었으면 한다’는 의미였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요. 스펙보다는 딱 이 일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요즘에는 대기업 CEO가 신입사원 인터뷰에 참석합니다. 그 바쁘신 어른들이 그러는 이유는 인재에 대한 시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회사 장래를 책임질 대표이사감을 고른다는 거죠.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요.

신입사원 공채란 말이 없어질 거예요. 수시채용으로 가는 거죠. 사실 지금도 기업에서는 1년에 몇 천 명의 인원이 필요하진 않거든요. 앞으로 기업은 산학협력 등을 통해 회사에 맞는 인재를 직접 키워낼 거예요. 학생들 입장에서도 인턴십 등을 통해 회사와의 접점을 늘려가야겠죠.
[지상 멘토링] 톱 헤드헌터, 나를 보여줘야 뽑힌다
긴 인생을 봤을 때, 20대에 커리어 관리를 위해 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요.

첫째, 내가 누군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해요. 대학 4년 동안 분석해야 합니다. 이게 서 있어야 졸업하자마자 취업이든 공부든 시작할 수 있어요. 4학년 때 고민하면 늦어요. 그래서 인턴십을 꼭 해봐야 해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환경을 보고, 야근하고, 숙제하고, 실제 현업과 맞춰보면서 자신이 직장 생활과 맞을지 판단하는 겁니다.

둘째, 내 안의 천재성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제가 최근 ‘슈퍼 챌린저 코리아’라는 인재육성 방송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어요.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던 엉뚱한 학생이 마지막에 우승하더라고요. 미션과 오디션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자기의 천재성을 찾은 거예요. 이처럼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자기만의 미션이나 오디션 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스펙과 외모가 포장이 되면 금상첨화겠죠.



어떤 스펙과 어떤 외모를 만들어야 합니까.

학생들은 스펙이라고 하면 성적만 고민해요.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페스티벌, 홍보대사 등 모든 것이 스펙이 될 수 있어요. 대신 진정성이 녹아 있어야 하죠. 이력서만 봐도 정말 하고 싶어 이런 활동을 한 것인지 다 알 수 있어요. 외모는 잘생기고 예쁜 게 아니라 호감을 말하는 겁니다. 외국계 회사에 어떤 스펙의 인재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Just one, bright”라고 답해요. 대화하고 싶고 오래 같이 일하고 싶은 밝은 사람을 말하죠. 그런 표정, 몸짓, 외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학생이 적성을 찾았는데 업종의 전망이 안 좋거나, 업종의 전망이 좋으면 적성과 안 맞는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균형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래도 저는 무조건 본인이 좋아하는 직업을 찾는 게 맞다고 봅니다. 우선 내가 평생 즐겁게 돈을 벌면서 게임하듯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좋아요. 그리고 요즘엔 모든 업종에 융합이 가능하잖아요. 정 어렵다면 정면 돌파는 아니더라도 적성에 맞추면서 유관된 길로 갈 수 있는 거죠. 물론 불속에 뛰어들어도 괜찮아요. 어려운 불속에 뛰어들어 해답을 찾아내면 업계 최고의 스타가 되는 겁니다.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무엇인가요.

두 종류가 있어요. 본인이 다 갖췄는데도 회사에서 본인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우와 너무 위축돼서 아무것도 자랑할 게 없다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우죠. 이것도 양극화예요. 학생들 중에서는 자신만만한 친구보다는 위축된 친구가 많아요. 그건 취업에 상당한 마이너스입니다. 기업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좋아해요.



위축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돌멩이도 깨물어 먹을 수 있는 나이인데 뭐가 무섭냐는 거죠. 자신감 자체가 하나의 인성이 되고 점수가 될 수 있어요. 걱정만 하지 말고 저질러 봤으면 합니다. 안 돼도 좋아요. 넘어지면 일어나면 됩니다. 떨어지는 게 창피한가요? 열 번 백 번 떨어지면 그것도 스펙과 경험이 됩니다. 좌절할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세요. 그렇게 스스로를 갈고닦으세요. 엄마나 교수가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자꾸 의지하는 버릇이 생기면 직장에서 미움받는 캐릭터가 될 뿐입니다.
[지상 멘토링] 톱 헤드헌터, 나를 보여줘야 뽑힌다
‘최고’가 알려주는 직업, 헤드헌터

헤드헌터란 무엇인가요.

기업에서 인재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면 그에 맞는 인재상이나 역량을 분석해서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을 하는 직업이에요. 원래는 기업의 헤드, 즉 임원급 인재를 찾는다는 의미로 썼어요. 지금은 다소 광의로 쓰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반 실무급 스태프를 구하는 리크루트와는 차이가 있죠.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나요.

우선 기업에서 요청이 오면 팀을 꾸려서 의논을 해요. 타깃 서칭의 범위를 정하죠. 어떤 분야의 어떤 회사까지 찾아볼지 정하는 거예요. 최근에는 국내 기업의 수준이 높아져서 해외 인재까지 찾기도 해요. 요청 기업의 기대치가 너무 높을 때는 조율을 거치기도 하고요. 이렇게 해서 3~5명 정도 후보자를 회사에 추천하죠. 사실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기업이나 후보자가 거절하는 경우도 있어요. 절반 정도는 2라운드로 넘어가서 다시 시작해요.

국내에 헤드헌팅 회사가 많은가요.

사실 이 업계도 양극화예요. 잘하는 곳은 계속 프로젝트가 들어오고 아닌 곳은 많이 어렵죠. 국내에서 임원급 프로젝트를 많이 다루는 헤드헌팅사라고 하면 외국계 회사 두 곳과 유앤파트너즈 정도 같습니다. 최근에는 실무급 위주에서 온라인 리크루팅 회사가 많은 부분을 커버해주고 성장하는 것 같아요.

헤드헌터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저희 회사 직원을 보면 대체로 두 가지 트랙이 있어요. 하나는 전문가 출신이에요. 산업체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분들이죠. 언론사 산업부 기자 출신도 있고요.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살리는 거죠. 다른 하나는 헤드헌팅 회사에서 쭉 커온 사람이에요. 리서치 업무부터 시장과 네트워크를 단계별로 쌓는 식입니다.

헤드헌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신뢰감이 중요해요. 기업에서 사람을 구하는 건 외부에 얘기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이거나, 오너의 고민 등 그 기업의 사정이 드러나니까요. 그런 얘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헤드헌터는 그런 고민을 상담해주고 추천하는 인재를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해요. 따라서 헤드헌터가 받는 최고의 찬사는 ‘저 사람 믿을 만하다’라고 생각해요.



Postscript
이민아(동덕여대 보건관리 1)
[지상 멘토링] 톱 헤드헌터, 나를 보여줘야 뽑힌다
경쾌한 발걸음과 함께 “안녕하세요”라며 밝은 인사를 건네신 유순신 대표님.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헤드헌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일의 진행 과정은 어떠한지부터 시작해 커리어 관리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주셨다.

많은 이야기 중 신입사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요즘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 기업 대표이사가 면접자로 나오는 이유는 단순히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대표이사가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중에 원하는 기관이나 회사에 지원할 때 미래의 대표이사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그 분야 최고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성윤(한국외대 중국어통번역 4)
[지상 멘토링] 톱 헤드헌터, 나를 보여줘야 뽑힌다
헤드헌터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 알고, 일과 대외활동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로, 인터뷰를 통해 헤드헌터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전에는 모르던 직업을 전문가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두 번째로, 여러 번의 커리어 전환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어서 더 절실하게 붙잡았다고 답을 해주셨다. 나도 나중에 그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커리어가 바뀌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 번째로,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대외활동, 인턴십, 동아리 활동을 강조하셨다. 앞으로 교내외 생활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채워나갈 것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글 함승민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