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든 작든 모든 건축물에 적용되는 불변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건물의 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시작하면 계약된 공사 기간 안에 설계도대로 완공한다’이다. 어떤 건축물이든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다. 설계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물론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큰 변수가 없는 한 공사는 설계도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된다. 그리고 약속한 공사 기간 내에 계획된 설계도대로 건물은 완공된다. 이렇게 완공된 건물은 그 주인인 건축주가 원하는 용도에 맞게 쓰인다.
[정균승의 희망칼럼] 인생이라는 집짓기의 원칙
이 원칙이 건물을 짓는 데만 통용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건축의 원칙은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우리 인생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다. 삶의 발자취를 뒤돌아볼 때 후세에 길이 남을 만큼 참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삶이었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을 살다 간 이도 허다하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살았는데 무엇이 그들의 삶을 확연히 달라지도록 만들었을까.

그중 한 가지는 자기 인생의 건축주로서 ‘인생 설계도’를 가지고 살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의외로 많은 이가 다른 사소한 것들은 꼼꼼히 챙기면서도 정작 자신의 인생을 위한 설계도 한 장 없이 살아간다.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설계도도 없이 하루의 삶을 날림으로 짓는다. 인생을 잘 살고 싶은 열망은 강하지만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디자인을 생략한 채 허겁지겁 살아가는 것이다.

20년 넘게 건축엔지니어로 일해온 이맹교는 자신의 책 ‘인생 설계도’에서 아주 흥미로운 묘사를 하고 있다. 건축주 없는 건물 없고, 설계도 없는 건물 없으며, 하자 없는 건물 없고, 개·보수하지 않는 건물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건축물이 구상의 단계를 거쳐 최종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우리 인생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탄생한다.

첫째, 건축주 없는 건물이 없다는 말은 자기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며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대신하거나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설계도 없는 건물이 없다는 사실은 훌륭한 건축물은 반드시 아주 잘 디자인된 설계도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명품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명품 인생의 설계도를 만드는 것임을 의미한다.

셋째, 하자 없는 건물은 없다는 말은 아무리 계획대로 완벽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하더라도 살다 보면 늘 크고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따라다니기 마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개·보수하지 않는 건물이 없다는 말은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연하게 목표를 수정하고 인생을 리모델링할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대학 시절은 인생의 주인으로서 인생 설계도를 만드는 시기다. 언제나 가슴속에 아름다운 인생의 설계도를 품고 사는 대학생과 그렇지 않은 대학생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알게 될 것이다. 설계도 없이는 자신이 원하는 멋진 인생의 집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정균승 국립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기 블로그 ‘정균승의 테마여행(www.cyworld.com/wjdrbstmd)’을 운영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멋쟁이 교수님. 자기 경영 분야 강사로도 이름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