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스토리!’
지난해 채용시장을 풍미한 대표적 키워드다. 올해는 또 어떤 키워드가 주목을 받을까. 채용시장의 흐름을 대변하는 키워드를 꿰뚫는 것은 든든한 취업 지원군을 얻는 것과 같은 의미. 대학생, 취업준비생 곁에서 진로 개척을 도와주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취업 전문가 20명에게 의견을 구했다. 다양한 전망 속에서도 메인 키워드의 윤곽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장담컨대 이 다섯 가지 키워드를 기억한다면 누구보다 빨리, 확실한 취업 1승을 거둘 수 있으리라.
[취업 트렌드] 취업 전문가 총출동! 밑줄 쫙~ 꼭 기억해야 할 5가지 키워드
KEY WORD 1
탈(脫) 스펙 &리얼 스펙

스펙 만능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수치로 꾸며진 스펙을 들춰내고 지원자 본연의 모습을 보려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중이다. 지원자 폭주로 인해 필터링이 불가피한 대기업들도 스펙 중심의 서류 심사 관행에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탈 스펙 현상은 지원 자격 제한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열린 채용’, 지원자의 스펙을 비공개로 가리고 전형을 실시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출신 학교, 전공, 학점, 영어 점수, 성별, 연령 등 지원자에게 적용하던 잣대를 없애는 기업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탈 스펙을 넘어 ‘스펙 붕괴’라고 할 정도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원서에 학점 기입란을 삭제했고, 첫 공개채용을 실시한 카페베네는 서류 접수부터 최종 면접까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탈 스펙 현상의 본질은 숫자로 만들어진 ‘껍데기 스펙’을 폐기처분한다는 의미다. 학점이나 토익 점수보다 실무 경험과 실전 회화 능력을 우선시하고, 천편일률적 잣대가 아니라 직무에 따라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는 식으로 변화가 일고 있다. 점수로 딴 스펙 대신 업종이나 직무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리얼 스펙’이 각광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황은희 커리어 수석연구원은 “직무 능력과 직접 연관이 없는 자격 제한 때문에 기업은 좋은 인재를 놓치고, 지원자는 상경계열 복수전공 같은 스펙 쌓기에 골몰했다”면서 “자격 제한이 실제 직무 수행에 크게 필요하지 않음을 느낀 기업들이 채용제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Expert’s Comment
“많은 대학생이 ‘스펙 쌓기’라는 이름 아래 지원하는 분야나 직무와 무관한 자격증, 인턴십 등에 시간을 쏟고 있다. 목표와 관련한 경험 위주로 현명한 스펙 관리를 해야 할 때다.”
-김상연 로열잡컨설팅 소장


“남들과 비슷한 천편일률적 스펙으로는 차별화된 인재로 어필하기 어렵다. 몸으로 체득한 실전 경험인 리얼 스펙을 쌓아야 승리할 수 있다.”
-박장호 대졸고졸취업본부 대표


“직무 맞춤형 경력, 다시 말해 살아 있는 스펙을 갖추어라. 지원하는 분야의 핵심 업무를 미리 수행해보고, 그 과정이나 성과를 통해 미리 적합성을 증명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효상 꿈앤창조 대표




KEY WORD 2
이리 보고 저리 뜯어보고… 닥치고 면접!

“아주 엉망진창인 수준만 아니면 서류는 다 통과시키더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 도전한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인재를 제대로 보기 위해 서류 전형이나 인적성 검사는 ‘워밍업’으로 친다는 말도 나온다. 진짜 입사시험은 면접부터라는 얘기다.

최근 들어 기업들은 고유의 면접 툴 개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평가 방법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인사담당자들이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로 고도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적지 않다. 구조화 면접, 다면평가, 역량 면접 등 신개념 면접 기법을 도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또 기존의 상식을 깨고 기업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색 면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이색 면접을 도입하는 모습이다. 농협의 동행 면접, 하나은행의 게임 면접, 국민은행의 인문학 독서토론 면접 등은 화제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동료 실무 면접 - 임원 면접 - CEO 면접에 합숙 면접, 토론 면접, 등산 면접에 이르기까지 전형 과정에서 면접 자체를 강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보고 또 보는 것은 물론, 구석구석 뜯어보는 면접 강화의 목적은 하나다.

회사와 궁합이 잘 맞는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를 가려내기 위함이다. 특히 지원자의 ‘인성’을 면대면으로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곽지윤 커리어앤스카우트 컨설턴트는 “스펙보다 인성을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만큼 무엇보다 면접 준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어필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Expert’s Comment

“옥석을 가리기 위해 기업은 더욱 다채로운 면접 방식을 도입할 것이다. 이에 대한 확실한 대비가 관건이다.”
-신길자 언니네취업가게 운영자


“진짜 심사는 면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서류 전형 통과율을 높여 진짜 테스트인 면접으로 가는 길을 넓게 확대할 것이다.”
-오규덕 인크루트 대표 컨설턴트


“용모, 스피치 등 외형적 ‘이미지 메이킹’을 넘어 자신의 가치와 사고방식,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 등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두루 어필하는 ‘스마트 메이킹’으로 채용문을 뚫어라.”
-이대율 이컴퍼니 대표




KEY WORD 3
올드 루키 & 스위치형 인재

신인은 신인인데 나이든 신인, 올드 루키.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곧바로 목적대로 움직이는 인재, 스위치형 인재. 이 두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관련 분야 경험이 있어서 ‘믿고 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 유형이라는 점이다.

경기가 침체될수록 기업은 사람에 대한 투자보다는 수익 창출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는 정권 교체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욱 대두되는 시기.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보류하거나 채용 규모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과거처럼 대규모 신입사원을 뽑아 일정기간 교육을 시켜 현장으로 내보내는 과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신 올드 루키와 스위치형 인재를 부족한 일손을 맡길 대안으로 보는 것. 투자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인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올드 루키란 유사한 직무나 업종에서 1~2년의 현장 경험을 갖고 있거나 인턴사원, 아르바이트 등으로 실무를 해본 사람이 이전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으로 지원하는 경우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드 루키는 직장 적응을 못하는 떠돌이 취급을 받았지만, 최근엔 ‘위상’이 달라졌다. ‘시행착오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특히 신입사원의 중간 이탈 비율이 높거나 신입사원 교육에 큰 투자를 할 수 없는 입장인 기업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치성 제닉스취업솔루션 대표는 “올드 루키가 새로운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면서 “‘좋은 인재’보다 당장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취업준비생들이 인지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Expert’s Comment
“같은 값이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원 분야와 연결시킬 수 있는 대학 시절 경험, 활동 등을 적극 어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다.”
-김준영 JUN취업연구소 수석연구원


“호황기에 신입사원은 ‘후보 선수’ ‘예비 전력’이었지만, 불황에는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재학 시절부터 실무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박정혁 업클래스(UP-Class) 대표


“올드 루키, 실무형 인재를 원하는 것은 기업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직무·업종 관련 경력을 갖춘 사람을 뽑으려는 기업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에 따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표형종 한국커리어개발원 대표




KEY WORD 4
Consilience! 통섭(統攝)형 인재

KB국민은행은 지난 2012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를 채용한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스펙 위주 채용을 지양하고 학력·전공·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더욱 발전시킨 ‘통섭형 인재’ 채용을 선포한 것.

사실 통섭형 인재는 2~3년 전부터 채용시장에서 언급되어 온 개념이다. KB국민은행 덕분에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통섭’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온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통섭형 인재를 뽑기 위해 오랫동안 고수해오던 몇 가지 채용 툴을 변경했다. 우선 수치적 스펙 대신 인문학적 소양, 통섭 역량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도입했다. 자격증 수나 봉사활동, 해외연수 경험보다 실질적인 인성과 소양 위주의 평가에 무게중심을 두기로 한 셈이다. 이를 위해 면접관에게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서적을 사전에 배부하고 면접 시 심층적인 질의·응답, 지원자와의 자유로운 토론 등을 실시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기존 틀까지 깨면서 뽑으려는 통섭(統攝)형 인재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낯선 단어에다 어려운 한자어 때문에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세종대왕,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다시 말해 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견문이 깊되 다른 분야에도 충분한 소양을 갖추고 있어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통섭형 인재는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조할 수 있고, 다면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하는 것. 이대율 이컴퍼니 대표는 “앞으로는 인문학을 토대로 한 공학, 사회과학을 기반으로 한 자연과학처럼 깊고 넓은 통섭을 갖춘 이가 조직의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꾸준한 독서와 신문 읽기, 트렌드 따라잡기를 통해 통섭형 인재로 자신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pert’s Comment

“돈벌이와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인문학에 산업 분야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인문학은 금융, 공학, 사회학 등 대다수 분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모든 비즈니스는 인간 내면 연구를 통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자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신경호 이우곤HR연구소 교육사업팀장


“장기 불황의 돌파구로 창조경영을 내세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융합을 통해 창조적 시너지를 일으키는 통섭형 인재를 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고객, 주주, 동료, 협력사 등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통섭의 힘을 가진 인재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안재현 스탭스 대학컨설팅사업부 팀장



“불황일수록 기업들은 다양한 업무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인재를 원한다. 본연의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은 물론 다른 업무나 문제들도 매끄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사례 중심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연정흠 사람인 컨설턴트



통섭(統攝)형 인재는 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견문이 깊되 다른 분야에도 충분한 소양을 갖추고 있어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KEY WORD 5
특화·전문화·스페셜라이제이션!

‘통섭형 인재의 전제조건은 스페셜라이제이션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 융합적 역량을 가진 통섭형 인재에게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그렇다.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특정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여기저기 조금씩 찔러보고 찔끔찔끔 경력을 쌓는 ‘팔방미인’과 통섭형 인재는 확연히 구별된다. 미래 리더감인 통섭형 인재는 어느 한 분야만큼은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분야에서도 관련 역량을 키우는 사람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통섭에 다다르기 위해선 특화·전문화, 즉 스페셜라이제이션(specialization)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취업 지원 패턴도 마찬가지다. 묻지 마 지원, 여기저기 일단 넣어보고 되는 곳에 취업하자는 사고방식으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목표로 하는 기업을 정하고, 기업을 속속들이 분석하며, 관련 분야 정보까지 섭렵하는 것은 물론 재학생 시절부터 관련 공모전과 대외활동, 인턴십 등으로 일목요연한 경력을 쌓으면 그것이 바로 스페셜라이제이션이다. 자신이 전문화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해 스스로 일맥상통하는 경험을 쌓는 것, 자신의 적성과 지식, 경험을 하나의 길로 집중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취업 성공뿐만이 아니다. 바로 평생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평생직업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다. 윤찬진 잡월드 연구소장은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을 찾는 과정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평생직업 시대를 이해하고 작성한 입사지원서는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pert’s Comment

“묻지 마 지원, 여기저기 지원서 넣은 후 되는 곳에 취업하는 시대는 끝났다. 목표 분야를 정해 스스로를 전문화하라!”
-곽지윤 커리어앤스카우트 컨설턴트



“채용시장에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한 이에게 기회가 열린다는 것. 전공에 대해 전문가적 실력을 갖추고, 어학 능력을 키운다면 취업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릴 것이다.”
-양미예 에듀스 인재개발원 전임연구원



“올바른 진로 및 경력 설계를 통해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집중해서 준비하는 것만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무분별한 스펙 쌓기를 버리고 하나로 집중된 스펙을 준비하라.”
-임연빈 위너스잡 대표
[취업 트렌드] 취업 전문가 총출동! 밑줄 쫙~ 꼭 기억해야 할 5가지 키워드
글 박수진 기자│조사 이시경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