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시험에 나와!Ⅰ족집게 경제상식 강의

신문·방송의 경제뉴스나 국제뉴스를 보다 보면 자주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어. 자주 나온다는 건 그만큼 시의성이 있고 중요한 사안이란 뜻이기도 해. 혹시 ‘양적 완화’란 말 들어봤어? 원어로는 Quantitative Easing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양(量)을 느슨하게 풀어 늘린다는 뜻이지. 줄여서 QE로 부르기도 해.

그럼 대체 뭘 늘려서 풀어놓는다는 거냐. 바로 ‘돈’이야. 좀 있어 보이는 말로는 ‘통화’지. 그럼 돈은 누가 왜 어떻게 푸는 걸까? 돈 많은 자산가가 어려운 사람 돕는답시고 헬리콥터에서 지폐를 뿌려대는 게 양적 완화일리는 없을 거야.

그렇다면 경제뉴스가 아닌 사회뉴스에 소개됐을 테니까. 공개적으로, 또 공인된 방법으로 돈을 뿌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답은 간단해. 돈을 만들어내는 곳이지. 바로 각국의 중앙은행이야. 한국의 한국은행,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RS) 같은 곳이 바로 돈(화폐, 즉 통화)을 찍어내는 공공기관이야.

시중에 도는 돈을 통화라고 하는데, 통화량을 늘리고 줄이는 건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야. 물가가 너무 오르면(인플레이션) 통화량을 줄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반대로 경기가 안 좋으면 돈을 풀어 부양시키는 식이지.

그렇다고 1만 원짜리 지폐를 마구 찍어대거나, 반대로 시중에 있는 돈을 다 긁어모으거나 하지는 않아. 대신 기준금리, 즉 이자를 늘렸다 줄였다 해서 통화 관리를 하는 거지. 이자가 높으면 저축을 많이 하겠지? 그럼 자연스럽게 통화량이 줄고, 이자가 낮아 저축을 하지 않으면 통화량이 느는 단순한 원리지.
양적 완화! 대체 뭘 완화한다는 거임??
돈 없어? 그럼 새로 찍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기준금리 조정)이 아니라 직접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이 등장하기 시작했어. 대표적인 게 바로 이 양적 완화라는 방법이야. 경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위기’ 수준에 이르면 금리 조정만으로는 부양에 한계가 올 때가 많아. 바로 이럴 때 중앙은행이 시중에 직접 돈을 푸는 거지.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바꾸면 ‘유동성 확대’라고 표현하기도 해.

뉴스에 나오는 양적 완화는 대부분 미국의 중앙은행인 FRS에서 시행한 정책을 말하는 거야.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빠르게 확산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벤 버냉키는 그해 11월 1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보증 모기지 채권과 5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 유동화 증권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지.

국채 매입으로 시장에 돈을 풀던 기존 관행을 넘어, 정부가 아닌 민간 발행 채권까지 사들이겠다는 중대한 변화였어. 이른바 1차 양적 완화, 즉 QE1이야. 중앙은행이 빚을 얻어 시중 은행에 돈을 풀면 자연히 유동성이 넘쳐나게 되는 이치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는 2010년 11월 회의를 통해 6개월간 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 완화(QE2)를 시행한다고 발표했고, QE2는 2011년 6월 30일 종료됐어. 얼마 전인 올 9월 13일에는 매달 400억 달러의 주택담보부증권을 사들이겠다는 3차 양적 완화를 발표해 시행 중이지.

양적 완화를 주도하는 이는 FRB의 벤 버냉키(Ben Bernanke) 의장이야. 버냉키 의장은 지난 2002년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0)로 낮춰 통화정책 수단이 고갈되면 헬리콥터로 돈을 살포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물이지.

양적 완화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이야.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아.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연히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는 오르게 돼 있지. 특히 한국 같은 신흥국들은 화폐 가치가 오르면서 물가가 오르고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는 등 부작용이 커. 얼마 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전격 인하한 배경이기도 하지. 월스트리트와 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이 세계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야. 실제로 환율이 10원 내리면 현대·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이 1300억 원이나 줄어든다고 해.



미국의 중앙은행 제도

미국의 중앙은행을 연방준비제도(FRS)라 부른다. 1913년 제정된 제도로 미국 전역의 12개 지구에 각각의 연방준비은행이 있다. 각 준비은행은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운영·총괄한다. FRB는 국회와 직결된 국가기관으로, 대통령 산하의 재무성으로부터 독립돼 있다. FRB 의장이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