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고 출출할 때 어김없이 생각나는 빵. 집 앞을 나서면 으레 한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파란색 글자의 ‘파리바게뜨’다.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쉽지 않을 만큼 많은 종류의 빵, 여기에 갓 구워낸 신선함까지 유지해내는 비결을 보며 ‘단팥빵’과 ‘크림빵’ ‘식빵’이 전부였던 옛날 빵집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다는 걸 새삼 깨닫곤 한다.

파리바게뜨는 종합 식품기업인 SPC그룹의 윈도 베이커리 브랜드다. 전국에 3100여 개에 이르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선 똑같은 메뉴와 품질의 빵이 그날 구워 그날 판매된다. 오븐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신선한 빵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답은 경기도 평택에 자리 잡은 SPC 공장에 숨어 있었다.
[기업 탐방] SPC그룹 - 동양 최대 규모 빵 공장을 가다 “너희가 빵 맛을 알아?”
기업 개요
사명 : SPC그룹 대표이사(회장) : 허영인 설립 : 1945년 직원 수 : 2만 명
주요 사업 :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베이커리·아이스크림·도넛·커피)

형광등과 책상, 잡다한 서류철과 컴퓨터.
사무실 하면 떠오르는 획일적인 이미지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단이 찾은 이번 기업 탐방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제조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제조공장 방문이었기 때문. 경기도 평택에 사는 사람들이 ‘파리바게뜨 공장’이라 부르는 SPC 평택공장이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총 4명,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합쳐도 6명의 단출한 인원이었지만, 서울 청계천변 파리크라상 매장 앞에서 기자단을 기다린 건 몇십 명이 타고도 넉넉할 대형 전세버스였다. 내심 편안한 탐방 길을 기대하며 싱글벙글인 기자단이 탄 버스에는 아니나 다를까 SPC그룹의 대표 상품인 샌드위치와 빵, 음료가 준비돼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면 경기도 평택시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 추팔산업단지 안에 자리 잡은 SPC 평택공장은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등에서 판매할 ‘생지’를 생산하는 대표 공장이다.

생지란 제빵제과업계의 전문 용어로, 완제품(빵) 이전에 모양을 갖춘 반죽이라 이해하면 쉽다. 생지 외에도 완제품 빵, 커피, 아이스바, 떡, 젤라토, 육가공 식품 등이 건축면적만 5만2237㎡(1만5802평)에 이르는 초대형 공장에서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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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못지않은 위생 설비

웬만한 마을마다 하나씩은 볼 수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하지만 파리바게뜨 광화문 1호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국내 윈도 베이커리 업계는 크라운베이커리·고려당·태극당 등 몇몇 대형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이었다.

더구나 동네 상권은 나름의 브랜드를 내건 독립 점포들이 이미 장악한 터였다. 슈퍼나 편의점 등 소매 위주의 대량생산 체제를 이어갔던 당시 샤니는 이 시장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비알코리아(베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샤니·삼립식품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SPC그룹은 2011년 매출 3조30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파리크라상은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제빵·제과 시장의 65%를 장악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전국에 3100여 개에 이른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 시장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올 9월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의 나라에 124개의 점포를 열고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성공가도를 달리며 ‘식품 대기업’의 비전을 실현해가고 있다.

‘당일 구운 갓 구운 빵’이 상징하듯 SPC그룹이 업계에서 수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원동력은 바로 뛰어난 품질이다. 그리고 이런 품질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곳이 1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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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평택공장은 일단 규모 면에서 처음 찾은 이들을 압도했다. 추팔산업단지 부지 7만6304㎡(2만3000평)에 자리 잡은 공장은 단일 베이커리 공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지난 2004년 준공한 이래 현재 총 32개 라인에서 하루 380만 개, 390톤의 빵과 과자, 반죽을 생산해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기자단을 제일 처음 맞은 건 공장 안으로 통하는 이중 자동문이었다. 외부로 통하는 공장 문이 자동으로 열렸지만, 내부로 통하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당황하는 기자단을 향해 공장 안내를 맡은 관계자는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바깥문이 완전히 닫혀야 안쪽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평택공장은 건물을 처음 지을 때부터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맞게 설계되었다. 위생 관리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공장 방문도 현장 직원을 제외하곤 사전에 엄격히 통제받는다. 회사의 고위 임직원이라도 사전 협의가 없다면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날 공장을 찾은 기자단 역시 탈의실에서 전용 가운과 마스크, 위생모, 덧신 등으로 갈아입은 후에야 생산공장 출입구 앞에 설 수 있었다.

직원들의 경우에는 얼굴 전체를 감싸 눈만 보이는 위생모와 전용 신발, 우주복처럼 보이는 상하일체형 작업복을 착용해야 한다. 미세한 먼지나 잡티 하나가 품질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반도체 공장과 흡사한 수준이다.
[기업 탐방] SPC그룹 - 동양 최대 규모 빵 공장을 가다 “너희가 빵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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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검출기에 엑스레이 설비까지

눈만 내놓은 채 똑같은 위생복으로 갈아입은 기자단을 처음 맞은 건 철저한 소독 시스템이다. 신발 세척대 위에서 신발 바닥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면 비누와 세정제 등을 사용해 손을 완전히 소독한다. 또 옷에 혹시 붙어 있을지 모를 미세 먼지를 접착클리너로 제거하고 나면 그제야 본격적인 라인 투입 준비가 끝난다.

위생 관리의 하이라이트는 오토보디클린 시스템이다. 시스템 내부에 들어가고 문이 밀폐되면 양손을 손 세정용 구멍에 넣는다. 전신에 강한 에어샤워가 가동되고, 바람과 함께 알코올 소독액이 분무된다. 여기까지 마치면 비로소 문이 열리고 공장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공장 내부에 들어선 기자단을 처음 맞은 건 2층 높이의 거대한 사일로(저장고)다.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백당, 전지분유, 천일염, 밀가루 등 20여 가지 분말 재료가 저마다 알맞은 양으로 계산돼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사일로 입구에는 미세 이물질을 걸러내는 조밀한 거름망과 금속성 물질을 선별하기 위한 강력한 자석이 설치된 분체원료 거름장치가 설치돼 있다.

공정의 대부분이 컴퓨터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숫자가 적은 것이 특징이지만, 몇몇 라인에는 사람의 손길과 눈길이 꼭 필요한 곳도 있다. 특히 호두나 건포도같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원료들은 높은 조도의 형광등 아래서 사람의 눈을 통해 일일이 선별하고, 다시 한 번 자석봉을 거친 후 금속 검출기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원료로 제몫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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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검색대보다 더한 원재료 점검 시스템을 지나쳤지만, 각각의 생지를 만들어내는 컨베이어에선 엑스레이 검출기까지 등장했다. 금속 검출기에서 걸러내기 힘든 플라스틱, 돌, 금속, 비철 등 혹시 모를 이물질을 다시 한 번 잡아내기 위해서다.

사일로에서 처음 본 금속 검출기는 빵 모양을 만드는 정형반에 1대, 마지막 포장반에 1대가 이중 설치돼 있다. 만에 하나 이물질이 발견되면 즉각 경고음이 울리면서 생산라인 가동이 멈춘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전국의 브랜드 매장으로 공급되는 ‘휴면생지’를 공급하는 곳 역시 이곳 평택공장이다. 휴면생지란 발효가 시작되기 직전의 반죽을 영하 30도 이하로 급속 냉동시킨 상태를 말한다.

공장에서 만든 생지는 컴퓨터 제어기술을 이용한 품질관리 시스템에 의해 보관에서 출고, 선적, 배송에 이를 때까지 균일한 품질이 유지된다. 매장에서 당일 구워 당일 파는 ‘베이크오프(Bake-Off)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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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중앙관제실’ 격인 생산관리 사무실에는 라인 곳곳을 비추는 CCTV와 공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온도 관리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빵을 만드는 공정의 핵심인 온도, (재료)배합, 중량(계근)이 모두 이곳에서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체크되고 있다.

전자동 관리 시스템은 생산라인뿐만이 아니다. 원재료가 입고되는 창고에는 공장 하면 흔히 떠오르는 지게차를 찾아볼 수 없다. 자동입고 시스템 덕분이다. 원재료 입고에서 생산, 창고 보관, 출고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일은 극히 일부분이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면 갈수록 에러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명종 공장장의 설명이다.

숨 가쁘게 생산라인 견학을 마친 기자단이 들른 곳은 커피 로스팅실. 던킨도너츠 등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원두를 로스팅하고, 직접 뽑아낸 원두커피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커피 맛도 좋지만 로스팅 후 바로 우려낸 커피 맛은 공장 안 이곳저곳을 바삐 돌아본 기자단에게 훌륭한 휴식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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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자 후기
박준문(중앙대 경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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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 먹던 파리바게뜨 빵이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신기했다. 체계적인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사람들이 꼼꼼히 감독하며 기계가 일으킬 수 있는 오차를 없애고 있었다. 심지어 컨베이어 벨트에 엑스레이 기계까지 설치해 놓았다.

안전한 빵을 생산하기 위한 파리바게뜨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국민이 먹는 만큼 위생도 철저했다. 외부인이 공장 안에 들어가려면 위생복, 위생 모자, 위생 덧신을 착용해야 하고 각 공장 파트에 출입하려면 먼지를 청소하는 공간에 먼저 들어가 먼지를 제거해야 했다.

또 값싼 마가린 대신 버터를 사용해 빵을 만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직접 공장을 돌아보니 왜 파리바게뜨가 제빵업계에서 1위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파리바게뜨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품질을 인정받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면 한다.





이시경(홍익대 국어국문 3)
[기업 탐방] SPC그룹 - 동양 최대 규모 빵 공장을 가다 “너희가 빵 맛을 알아?”
SPC 공장에 들어가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역시 ‘청결’이다. 깨끗함에 대한 원칙이 워낙 확고해 공장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자부심의 원천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방사능 물질을 다루는 곳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들어간 공장 내부는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오르게 했다.

원료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공장 밖으로 출고될 때까지 제품이 이동하는 데 사람의 힘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특히 빠른 속도로 에그 타르트를 상자에 담는 로봇 팔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동양에서 가장 큰 단일공장’ ‘최첨단’이라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다. 그뿐 아니라 대학생 기자들을 반기며 하나라도 더 먹이고, 보여주고, 알려주려고 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살가운 사람 냄새도 풍겼다. 이렇게 체계적이면서도 사람의 가치를 아는 공장을 가진 회사라면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 11월에 진행될 채용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송정호(한국항공대 컴퓨터공학 4)
[기업 탐방] SPC그룹 - 동양 최대 규모 빵 공장을 가다 “너희가 빵 맛을 알아?”
이번 SPC그룹 공장 견학을 하며 두 가지에 놀랐다. 첫 번째는 공장 규모다. 웅장한 건물 외관과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공장 내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또한 수없이 많은 자동화 기계들은 이곳이 왜 세계 최대 규모의 제빵 단일공장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두 번째는 바로 위생이다.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각종 설비의 청결함은 물론, 모든 직원이 위생복을 입고 파트별로 설치된 에어샤워기와 손소독기를 통과해야만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50여 대가 넘는 엑스레이 검사기와 호두 껍질 하나하나까지 검사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항상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번 견학을 통해 적어도 파리바게뜨만큼은 믿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생에 중점을 둔 안전 먹거리, 가맹점이 최대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본사의 지원. 이런 점이 파리바게뜨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아닐까.



황효진(순천향대 신문방송 2)
[기업 탐방] SPC그룹 - 동양 최대 규모 빵 공장을 가다 “너희가 빵 맛을 알아?”
빵을 만드는 공정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파리바게뜨만의 노하우를 직접 눈으로 보니 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위생 작업복을 입고, 일일이 소독을 한다는 자체가 놀라웠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진출해 있고, 앞으로 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단순한 제빵 기업이 아니라 한국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외교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 안의 모든 사람은 각자 맡은 일에 충실했다. 기계가 하는 일도 정교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고 있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정확한 공정은 능률을 올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단순한 손맛을 벗어나 기술과 과학적 연구가 더욱 맛있는 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