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하고자 하는 목적, 활동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해외 경험은 저마다에게 뜻깊은 경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글로벌 스펙’ 쌓기란 명분을 떠나 좀 더 유의미한 길을 찾고자 한다면 ‘봉사활동’만한 게 없다.

더욱이 시각을 글로벌로 넓힐 수 있는 해외 봉사활동은 견문을 넓히고 활동의 의의까지 깊이 새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최근 면접 전형을 강조하고 있는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도 봉사활동 경력은 다른 어떤 대외활동 경력보다 우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조직의 안정, 조직원 간의 융화와 인간성을 중시하는 요즘 채용 풍토에서 봉사활동 경력은 그만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요소다. 특히 해외 봉사활동의 경우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라는 인상 덕분에 최근 대학생·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치열한 선발 경쟁을 거쳐야 할 정도로 인기다.
[글로벌 스펙의 모든 것] 해외봉사단 - 보람·스토리 둘 다 잡는 특급 찬스 마음까지 따뜻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봉사단은 크게 정부나 NGO 등 공공기관·비영리단체 위주의 활동과 각각의 기업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각 행정 부처에 분산돼 있던 해외봉사단 사업을 통합해 WFK(World Friends Korea, www.worldfriendskorea.or.kr)를 출범시켰다.

코이카(KOICA)의 꿈으로 유명해진 ‘한국국제협력단’을 비롯해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IT봉사단’,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대학생해외봉사단’ 및 ‘개도국과학기술지원단’이 하나로 통합돼 있다.

잘 알려진 ‘코이카’는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이다.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일정 자격을 갖추면 병역 의무로도 대신할 수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이 주요 활동 국가다.

요리, 미용, 교육(유아·초등·특수·한국어·태권도 등), 보건(의료), 공공행정, 수의사, 산업(용접 등) 등에서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지원할 수 있다. 해외 파견 전 전원 합숙을 통해 국내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출국 시 항공료, 화물 탁송료, 출국 준비급, 현지 생활비, 귀국 항공료, 국내 정착 지원금 등이 지원된다. 활동 기간은 보통 2년이다.

‘한국대학생해외봉사단’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가 주관하는 해외봉사 단체다. 대학생 위주의 프로그램답게 여름·겨울방학 2~3주간의 단기 활동이다. 네팔·라오스·모로코 등지에서 30여 명이 한 팀을 꾸려 교육, 특화봉사(재활), 노력봉사, 문화 교류 등의 활동을 벌인다.

대사협 홈페이지(kucss.or.kr)에서 ‘해외봉사 프로그램 단기 지원서’를 작성한 후 해당 서류를 출력해 소속 대학 담당부서에 제출해야 한다. 대학별로 담당부서와 서류 접수 마감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성적 제한도 있어 전체 학점 평균이 B° 이상 돼야 한다. 65만 원 상당의 참가비도 든다.

‘대한민국 IT봉사단’은 대학생을 비롯한 IT 전문가를 전 세계 개도국에 파견해 정보화 교육, IT-Korea 홍보 같은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 20개국 175명이 처음 파견된 이래, 최근에는 매년 500명 정도의 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신청은 홈페이지(www.nia.or.kr)에서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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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토종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도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사업 내용은 크게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개발도상국으로 봉사단을 파견하는 NGO해외자원봉사단(12월 모집·3월 파견)과 굿네이버스 자체봉사단(GNVol, 6월 모집·8월 파견)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코이카 기준에 따라 지원금이 지급되고, 자체봉사단은 왕복 항공료(1년 활동 완료 기준)와 주거, 활동비 등이 지원된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컴퓨터·영어·행정·아동·유아 교육 등이 주요 활동 내용이다. 봉사단 모집 공고 이후 서류, 필기, 면접을 거쳐 대상자를 선발하고, 2주간의 국내 교육 후 해당국에 파견된다.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oodneighbors.kr)에서 해외자원봉사단 코너에 들어가면 공고를 확인하고 지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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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주관 봉사단체 활동 활발

최근에는 개별 기업들도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대의 실현과 신시장 개척, 인재 채용 등 일석삼조의 효과 덕분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봉사에 나서는 기업의 수도 많아졌고, 봉사단 또한 다양하다.

‘라온아띠’는 한국YMCA전국연맹이 주최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대학생 해외봉사단이다. 동티모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5개월간 파견되는 중·장기 활동 위주다.

개별 국가 취약 계층의 아동 언어교육, 장애 아동 직업훈련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 홈페이지(www.raonatti.org)를 통해 기수별로 30명 정도를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선발한다. 1인당 25만 원의 참가비 전액은 귀국 후 후속 활동비로 쓰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국제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연간 1000여 명에 이르는 대학생을 선발해 해외 봉사활동에 나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매년 봄과 가을에 모집 공고가 뜨는데 지원서, 자기소개서 등 웬만한 입사 전형과 맞먹는 선발 과정을 거친다.

인도, 중국, 베트남, 브라질, 탄자니아 등에서 의료·주택 건축·문화 교류·교육 관련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지에서 쓰일 잡비(그마저 거의 쓸 일이 없다고)를 제외하고 파견과 관련한 비용은 전액 현대차그룹에서 지원한다. 만 18세 이상의 대학 재학·휴학생만 지원할 수 있고, 최종 합격자가 개인 사정으로 해외 파견을 포기할 경우 다음 기수부터 재지원이 불가능하니 사전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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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비욘드(Beyond)’는 포스코와 한국해비타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대학생 봉사단이다. 매년 5~6월 지역과 나이, 전공, 성별을 불문한 100명의 대학생을 선발해 1년에 걸친 장기 봉사활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비타트의 대표 프로그램인 희망의 집짓기와 집 고치기 등을 비롯해 매년 1월에는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Global Village 지구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비타트 홈페이지(www.habitat.or.kr)에 접속해 회원 가입 후 지원서 양식을 작성하면 된다. 1분 이내의 자기소개를 UCC로 제작하는 점이 특이하다. 참가비 30만 원은 전액 해비타트 건축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기아자동차는 세계적인 리더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유네스코와 함께 ‘글로벌 워크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년 국내 대학(원)생 40여 명을 선발하는데, 올 3월에 시작된 선발 전형에는 7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기아차 공식 블로그 펀키아(fun.kia.co.kr)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자기소개서와 활동계획서 등 서류 전형으로 1차 합격자를 뽑는다. 이어 외국어 능력, 글로벌 마인드, 봉사 정신 등을 평가하는 면접을 통해 최종 인원을 선발한다. 합격자는 여름방학 기간 2~4주 동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터키, 라오스 등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지역축제 지원, 지역 주민센터 설립, 현지 NGO 연계 활동, 현지 주민과의 문화 교류, 글로벌 이슈에 관한 토론 워크숍 등이다. 항공비, 캠프 참가비 등이 전액 지원되며, 우수한 활동을 한 참가자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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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대학생 봉사자와 임직원 봉사자로 구성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해외봉사단’, 자원봉사 NGO인 코피온(COPION)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LS그룹 대학생 해외봉사단’, 커피 생산국에서 재배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현지 봉사활동을 펼치는 ‘카페베네 해외청년봉사단’,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 ‘적정기술’을 전파하는 효성그룹의 ‘블루 챌린저’ 등 기업이 주관하는 대학생 해외봉사 단체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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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단 참가자 인터뷰
“스튜어디스 대신 마케터의 꿈 이뤘어요”


카페베네 마케팅팀 김은지 씨
- 인하공업전문대 항공운항과 졸업
- 2007년 아시아나항공 스튜어디스 입사, 2010년 10월 퇴사
- 2012년 1월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프로그램 참가
- 2012년 까페베네 마케팅팀 인턴십
- 2012년 까페베네 마케팅팀 입사


취업준비생들의 당면 과제는? ‘우문’임이 분명한 질문의 답은 당연히 취업이다. 개성과 능력, 소질에 맞는 직업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실상은 ‘일단 어디든 들어가는 게 대세’인 게 현실이다.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07학번, 1학년을 마치고 아시아나항공에 최연소 입사한 스튜어디스.

카페베네 마케팅팀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은지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누구나 부러워하는 스튜어디스로 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현장에서 발로 뛰는 마케터다.

아이디어 회의와 이벤트 현장 진행, 각종 프로모션으로 야근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지만 ‘일이 고되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란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부모님 권유로 항공운항과에 진학했어요. 1학년을 마치고 어린 나이에 입사한 터라 학교 다니는 기분으로 일했던 것 같아요. 3년 8개월간 스튜어디스 생활을 했는데, 보람도 많이 느꼈지만 결국엔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지더군요.”

2010년 10월 과감히 사직서를 냈다. 강하게 반대하시던 부모님께는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꿈을 찾고 싶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그 꿈은 우연찮은 기회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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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내 꿈 찾다

“퇴사 직후 친구와 함께 집 앞 카페베네 매장을 찾았어요. 테이블에 놓여 있던 광고지를 우연히 봤는데 ‘카페베네 청년봉사단’ 모집 광고였죠. 2010년 10월에 접수했고, 마감은 11월까지였어요.”

현재 4기까지 운영 중인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은 커피 생산국을 중심으로 낙후된 지역을 찾아 재배 과정을 체험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글로벌 리더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새로운 기수를 뽑고 있다.

김 씨도 3기 청년봉사단 자격으로 지난 1월 8박 9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반뉴앙이를 찾았다. 커피농장 수확 경험을 비롯해 현지 학교 봉사활동, 아픈 아이들의 멘토 활동 등을 경험했다.

“뇌수막염으로 얼굴이 심하게 상한 9살 여자아이를 만났어요. 흙바닥 집에 사는 아이의 아버지는 사탕수수로 한 달에 3만 원을 버는 터라 병원은 엄두도 못 냈죠.”

봉사활동을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인턴으로 일할 때 첫 임무도 바로 아이의 치료였다. 카페베네에서 전액을 지원해 한국에서 3주간 머물며 치료를 받았고, 매일 병원으로 출근해 함께 시간을 보낸 것. 그렇게 석 달간의 인턴 생활 후 마침내 마케팅팀 정직원으로 입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청년봉사단에 뽑히면 입사 시 가산점이 주어진다는 건 현지에 도착해서야 들었어요.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을 하는 이유가 스펙 쌓기인 경우가 많지만 전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갔던 게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봉사활동 경험이 처음이라 고생도 많았지만 오히려 동기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죠. 지금은 주변 친구들에게도 대외활동, 특히 해외 봉사활동이라면 꼭 해보라고 조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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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로 인정받던 좋은 직장. 하지만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일을 찾게 된 이상 미련은 없다.

“마케팅은 항상 새로운 일을 찾는 작업이에요. 정해진 매뉴얼에 따르는 것보다 재미있고 창조적이죠.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지만 쉬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즐거워요. 팀 분위기도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이어서 회사 다니는 게 너무 좋을 정도예요.”


글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사진제공 한국국제협력단(KO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