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 있는 대학생을 차세대 글로벌 핵심 인재로 양성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운영 중인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은 현재 그 수만 16개에 달한다. 이 중 전문대 학생 및 대학원생 지원 사업, 대학 지원 사업을 제외하면 4년제 대학생이 도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12개.

시행 기관에 따라 선발 방식, 운영 규모 및 기간이 다르므로 모집 요강과 운영 방식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중에서는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사와 연계한 ‘현대카드 글로벌 인턴십’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스펙의 모든 것] 해외인턴십 - 공인된 해외 일자리에서 실무 역량 쌓는 ‘절호의 기회’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은 해외탐방, 해외봉사 등 다른 해외 체험 활동에 비해 체류 기간이 긴 편이다. 프로그램별로 짧게는 두 달, 길게는 1년 이상 해외에 머물기 때문에 보다 깊이 있게 관심 산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인턴십이 진행되는 곳은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 또는 국내 기업과 연관된 사업을 진행하는 현지 기업. 참가자들은 파견된 기업에서 국내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실무 역량을 높이는 기회를 얻는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무역 인턴십’은 무역 관련 전공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지역 20여 개국에 진출한 국내외 기업으로 참가자를 파견한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에서 6개월간 시장조사, 바이어 발굴, 현지 마케팅 등의 무역 실무를 경험하게 된다.

한미대학생 연수취업(이하 WEST)의 경우 미국 내 NGO단체, IT 기업, 금융 기업, 연구소, 공공기관 등의 인턴십 기회를 알선한다. 국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인턴십 기회가 아니라 미국 내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인턴십 기회를 다양하게 열어놓았다는 것이 특징.

그 밖에도 아시아·중동·유럽 등의 국가에서 해외 산업박람회의 기획 및 운영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전시회 해외인턴, 미국·싱가포르·호주·일본 등에서 항공사·여행사·의료관광병원에 취업해 관광산업의 이모저모를 알아볼 수 있는 해외 관광인턴, 싱가포르·홍콩·UAE 등 아시아 국가의 외식 산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외식기업 해외인턴, 네덜란드·인도네시아·일본·호주 등의 농장에서 농업 기술을 연수받을 수 있는 해외 농업인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편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인턴십 중 ‘현대카드 글로벌 인턴십’은 GE, 뉴욕현대미술관(MoMA), 크리스티, 겐슬러 등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사와 해외인턴십을 연계해 주목받고 있다. 기업별로 6주~10주간 인턴십에 참여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다.
[글로벌 스펙의 모든 것] 해외인턴십 - 공인된 해외 일자리에서 실무 역량 쌓는 ‘절호의 기회’
[글로벌 스펙의 모든 것] 해외인턴십 - 공인된 해외 일자리에서 실무 역량 쌓는 ‘절호의 기회’
지원 전 자격 요건 꼼꼼히 살펴야

해외인턴십의 대표적인 특징은 실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인턴십 시행 목적 자체가 단순한 해외 경험이 아니라 해외에서의 실무 경험에 맞춰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 기준을 두고 참가자를 선발한다.

일반적으로 토익 700점 이상, 토익스피킹 5등급, OPIC IM 등급 이상의 영어 점수를 지원 자격으로 두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의 국가에서 11주간 인턴십을 수행하는 유럽 글로벌 기업 해외인턴 프로그램은 프랑스어·독일어 등 제2외국어 점수와 영어 점수를 동시에 보유한 지원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특정 전공 및 자격증을 요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국내 건설 기업들이 주로 진출한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플랜트 산업 현장을 경험하는 플랜트 해외인턴 프로그램은 기계·전기·토목·화공 등 관련 전공자를 위주로 선발한다.

해외 중등학교에서 교육 실습을 지원하는 ‘예비교사 해외진출’ 프로그램은 정교사 2급 이상 자격증 보유자 중 임용되지 않은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지원 자격과 선발 과정이 상이하므로 지원 전 각 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좋다.

파견 이후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출국 전 단기 교육과정을 마련해둔 곳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글로벌 무역 인턴십’은 출국 전 국내 무역아카데미에서 5주간 무역 실무, 국제 마케팅, 비즈니스 외국어 등 기본 소양 교육을 받는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중소기업 해외인턴십도 출국 전 국내에서 한 달간의 인턴십 과정을 별도로 거친다. 전시회 해외인턴 프로그램 역시 3개월간의 인턴십에 앞서 1주간 국내에서 전시 산업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글로벌 스펙의 모든 것] 해외인턴십 - 공인된 해외 일자리에서 실무 역량 쌓는 ‘절호의 기회’
무급 인턴 많지만 경비 지원 케이스도 많아

기업을 선택하는 구직 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일반적으로 정부 지원 인턴십 프로그램은 시행 기관이 따로 있어 담당 기관이 해외 생활의 정착 및 구직 활동을 지원한다. WEST의 경우 미국 국무부에서 인증한 3곳의 스폰서 업체가 취업 알선을 돕는다. 글로벌 무역 인턴십과 중소기업 해외인턴십은 한국무역협회 및 중소기업진흥청과 연계된 유수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워킹홀리데이가 일정 금액 이상의 시급을 받는 것과 달리 해외인턴십은 무급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참가자들이 해외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체재비가 일부 지원된다. 저소득층, 장기 실업자 등에게는 체재비 지원 비중이 높아진다.

일례로 지난해 WEST 프로그램에 지원한 한 참가자는 왕복 항공권과 인턴십 중 체재비 110만 원, 어학연수 중 체재비 일부를 지원받았다. 1년 이상 미국에 머무는 동안 그가 부담한 비용은 연수비용 200여만 원과 여행비용 정도. 단순 계산으로 1000여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해외인턴십이 취업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플랜트 해외인턴의 경우 2009~2010년 인턴십 수료자 중 취업활동 대상자 776명 중 691명이 취업(89%)에 성공했다. WEST 등 일부 프로그램은 인턴십을 마치고 돌아온 참가자들에게 멘토링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취업 지원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글로벌 인턴지원단은 11월 14일부터 22일까지 전국 권역별 주요대학을 돌며 정부해외인턴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정부해외인턴사업 통합 홈페이지(ggi.go.kr)에서 얻을 수 있다. 현대카드 글로벌 인턴십에 대한 정보는 현대카드 홈페이지(hyundaicard.com)를 참고할 것.
[글로벌 스펙의 모든 것] 해외인턴십 - 공인된 해외 일자리에서 실무 역량 쌓는 ‘절호의 기회’
해외인턴십 참가자 인터뷰
서울에서 하와이로, 샌프란시스코로! 세계를 종횡무진, 꿈을 찾았다

한미대학생 연수취업(WEST) 6기 권민혁 씨
- 성균관대 러시아어문·정치외교 4
- 2011년 3월~2012년 4월 WEST 6기 프로그램 참가
- 하와이 국제영화제(HIFF) 인턴십
- 샌프란시스코 링크TV 아시아뉴스국 인턴십


“취업하기가 왠지 두려웠을 때 생각난 게 ‘WEST’였어요.”

한미대학생 연수취업(이하 WEST) 6기 모집 공고가 떴던 지난 2010년 12월, 권민혁 씨는 오랫동안 해오던 고시 공부를 접고 학교로 돌아온 4학년 2학기 복학생이었다. 목표는 사라지고 취업 결심은 아직 서지 않은 상태.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빠져 있던 그에게 WEST 프로그램이 다가왔다.

2011년 봄, 권 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서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외국 생활과 인턴십. 도전을 시작하며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이상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가자. 이곳에서 꿈을 다시 찾아보자.’ 그리고 두 가지 방침을 세웠다. ‘첫째, 한국 기업보다는 미국 기업에서 인턴십을 한다. 둘째, 다양한 지역을 돌며 생활한다.’

WEST 프로그램은 4~5개월 어학연수와 6~12개월의 인턴십, 1개월의 여행으로 구성된다. 인턴십이 중심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어학연수를 시작하는 동시에 인턴십 구직을 시작한다. 미국 국무부의 공인을 받은 스폰서 업체에서 구직을 알선하지만 미국인 지원자들과 경쟁해 좋은 자리를 얻어내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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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의 어학연수가 끝나갈 무렵 친구들과 하와이에 놀러갔던 그는 우연히 ‘하와이 국제영화제’의 인턴십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미국 본토를 떠나 하와이에서 영화 축제의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당시 스폰서 업체는 주로 샌프란시스코 거점 지역의 인턴십을 알선해주고 있었다.

그는 스폰서 도움 없이 직접 일을 구해보기로 했다. 정성껏 작성한 이력서와 지원서를 ‘하와이 국제영화제’ 사무국으로 보냈다. 연락이 왔다. 2차 면접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터넷 전화로 해결했다. 결과는 합격. 그의 첫 번째 ‘글로벌 스펙’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2011년 하와이 국제영화제에서 그는 유일한 한국인 스태프였다. 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특별대우를 받는 일은 없었다. 다른 인턴들처럼 CD 복사부터 데이터 정리, 공항 픽업, 영화 필름 배송 스케줄 관리 등 다양한 축제 업무를 배워나갔다.

다국적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재미도 알게 됐다. “하와이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3개월간 지냈던 집엔 10명의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출신 국가만 8곳이었죠. 서로의 문화를 알아나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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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턴십은 샌프란시스코 방송국에서 시작했다. 그의 업무는 한국의 뉴스 보도를 국제 뉴스로 번역하는 것. “매일 뉴스를 읽고 번역하는 일을 하다 보니 영어 공부가 저절로 됐어요.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오는 것을 보고 ‘늘었구나’ 싶더라고요.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게 영어를 배우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권 씨는 ‘WEST’는 미국의 문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학생으로서 부담이 됐던 비자 문제와 체재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스폰서 업체의 도움만을 원하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스폰서가 다 해주겠지 기대하다가 실망하는 이들도 있어요. WEST의 진정한 매력은 스스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13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2년 전과는 다른 기분으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해외인턴십이라는 도전을 통해 ‘해외 영업’이라는 새로운 꿈을 만나게 된 까닭이다.

“떠나기 전엔 삶의 방향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된 느낌이에요. 자신감도 생겼고 삶의 비전도 얻었으니 WEST를 통해서 정말 많은 선물을 받은 셈이죠.”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제공 글로벌인턴지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