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할 때 더 잘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도 되는 일을 회사가 왜 하겠는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혼자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줄 알고 그 속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직장 생활의 대부분이 조직 내에서 팀을 이루어 일을 나누고 다시 조합해 성과물을 만들어나가는 협업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잘해도 큰 문제없는 학창 시절과는 엄연히 다른 세계다.

좋은 대학, 좋은 점수를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혼자 노력하고 앞서나가는 데 익숙했던 소위 공부 잘하고 똑똑한 학생들은 팀 프로젝트에서 까칠하다거나 독불장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지 못하거나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안절부절못하며 결국 다른 사람이 맡았던 업무까지 자신이 다 해버리고 만다.

이렇게 하면 당장 성과는 더 나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미지로 굳어지기 쉽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할 때 더 잘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도 되는 일을 회사가 왜 하겠는가. 개인적 성과는 작지만 조직적인 성과는 산술적 합산이 아닌 그보다 몇 배의 결과를 낼 수 있다. 회사는 아무리 일을 잘한다 하더라도 팀워크를 해치고 개인플레이를 일삼는 직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이란 각자 수행한 업무를 합쳐서 하나의 성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상대도 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전체 속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해야 하며,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하는지 잘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

축구 경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선수들은 사전에 정해진 본인의 포지션대로 철저히 방어나 공격을 하면서 경기를 진행하다가 어느 한 선수가 부상을 당해 자리가 비었거나 집중 공격을 받으면 바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내가 맡은 일을 하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취약점이 생기지 않도록 동료의 일을 보완하는 것이다.

내 일만 하면 끝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부서의 일이 잘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료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속도가 늦는다든지 개인적인 일로 회사를 나오지 못하게 됐을 때 빨리 서로 도와줘서 전체적으로 납기나 품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을 잘 못하는 동료가 있을지라도 그걸 겉으로 드러내서 문제 삼기보다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잘하게 할 것인가,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내가 도와줄 부분은 무엇인가 생각하고 지원하는 배려심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축구 경기에서 ‘골은 꼭 내가 넣는다’는 생각을 선수 모두가 한다면 아무도 골을 넣을 수 없다. 누군가는 수비를 하고 어시스트를 하는 상황에서 골이 나오게 된다. 골을 넣은 선수도 칭찬을 받지만 수비에 힘쓴 선수도, 어시스트를 한 선수도 칭찬과 박수를 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번 런던올림픽 축구만 보더라도 골을 넣은 선수만이 아닌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에게 동메달을 수여하지 않았던가. 한 명 한 명이 조화를 이루어 큰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도 몇십 명의 연주자가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악기를 가지고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멋진 화음을 내며 곡을 아름답게 완성하지 않는가.
Businesspeople shoulder carrying
Businesspeople shoulder carrying
회사는 이처럼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는 곳이다 보니 실제로 공부만 잘하는 학생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많은 구직자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입사 시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해도 축구나 농구같이 함께하는 운동을 취미로 가진 사람은 자신의 위치와 팀워크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회사에 잘 적응하며 역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업무 수행을 위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면서 인간관계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지식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일을 습득하고 응용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기본 지식과 함께할 줄 아는 덕목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현재 취업 준비를 하는 4학년이라면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겠지만, 의도적으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도 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싫은 사람과도 어울릴 줄 알고, 본인보다 조금 부족한 사람이 있더라도 무시하지 않으며, 나보다 출중한 사람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한 수 배우려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면 조직에서 사람들과 융화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이다. 취업할 때 ‘나는 남들과 함께할 때 시너지를 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면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박천웅 스탭스 대표이사
삼성그룹 임원을 역임하고 인재서비스기업 ‘스탭스’ 대표를 맡고 있다.
숙명여대·한국장학재단 취업 멘토, 한국경제신문 필진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