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의미 부여 하지 마!

면접 탈락 통보를 받은 뒤 밤잠을 설치거나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린 적 있다면 ‘면접 탈락 증후군’을 의심해볼 만하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이 면접 탈락 이후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정신분석의에게 면접 탈락 증후군을 이겨내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뽑히는 면접의 기술] 탈락은 인생 실패? 면접 탈락 후유증 극복하기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4월 취업준비생 3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면접 탈락자 중 89.1%가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6%가 ‘면접에서 한 실수가 계속 떠오른다’고 답했고 56.8%는 ‘일상생활에 무기력해진다’고 했다. 다른 생각 때문에 ‘취업 준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답변도 55.1%에 달했다. 그 밖에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외부 활동을 기피하게 된다’ ‘식욕이 떨어진다’는 대답도 20% 이상을 차지해 탈락자들이 여러 가지 후유증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기력, 식욕 저하, 대인 기피, 불면 등 설문 결과로 나타난 면접 탈락 증후군의 증상들은 사고로 큰 외상이나 충격을 입었을 때 생기는 트라우마(trauma) 증후군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취업을 위한 무한 경쟁이 필수가 된 요즘 세대들에게 ‘면접’이라는 사건 자체가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현철 ‘공감과 성장’ 정신과학과의원 원장은 “면접 성패를 자신의 정체성과 바로 연결시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면접에서의 실패를 ‘나’라는 사람 전체의 실패로 여기는 사고의 오류를 낳게 된다”는 것.

완벽주의 성향이 있거나 가족 간의 유대관계가 깊은 이들에게 면접 탈락 증후군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원장은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면접에 대한 의미 부여가 커지면 이런 문제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뽑히는 면접의 기술] 탈락은 인생 실패? 면접 탈락 후유증 극복하기
너무 많은 의미 부여 ‘면접 트라우마’ 가져온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는 면접 탈락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김 원장은 크게 세 가지 ‘사고의 전환’을 꾀할 것을 충고한다.

첫째, 면접 실패를 인생 전체의 실패로 확장하지 말 것. 면접 탈락 후 무기력증에 쉽게 빠지는 이들은 한두 번의 실패를 확대 해석해 ‘어차피 해봤자 안 될 것’이라며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탈락 이후 대인기피증이 오는 이유도 ‘나는 실패자’라고 단정 짓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그렇게 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이번 실패를 ‘작전상 후퇴’로 간주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둘째, 면접장에서 한 실수가 계속 떠올라 괴롭더라도 그것을 발전적인 우울로 받아들일 것. 정상적인 우울 감정은 삶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해준다. 큰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은 사고 장면을 계속 떠올리게 되는데 그것은 사건을 정복해 이겨내려는 의지가 내면에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면접 후 겪게 되는 우울증 역시 자신이 부딪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자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으로 이해하라는 조언이다.

셋째, 자신의 현재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 진로 고민에 빠져 있는 이들은 대부분 모든 상황이 자기 통제 아래 놓이지 못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하지만 미래는 원래 불확실한 것.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되, 가지치기되어 나오는 불안한 생각들은 경계할 것.

면접 탈락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1~2주 정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증상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름에서 한 달 이상 같은 증세가 이어진다면 상담소나 병원을 찾아 자세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면접 실패 후 나타나는 문제들이 사실은 피상적인 증상이며 과거의 상처가 면접 후유증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