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 정책이 극에 달했던 시기다. 그때 우연히 이곳에 흘러들어온 미국의 앨범, 로드리게즈라는 가수 이름만 달랑 쓰인 ‘Cold Fact’ 앨범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침묵을 뒤흔드는 도화선이 된다.

젊은이들은 로드리게즈의 노래 ‘I Wonder’를 자신들의 송가로 삼으며 개혁을 외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로드리게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비틀즈나 엘비스 프레슬리보다도 더 유명하고 사랑받는 가수가 됐다.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로드리게즈’를 위하여 서칭 포 슈가맨
그러나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단 두 장의 앨범만 남기고 자취를 감춘 로드리게즈가 무대 위에서 자살했다는 소문만 분분할 뿐. 그리고 1990년대 말, 로드리게즈의 음악을 듣고 성장한 음악 평론가와 레코드가게 주인은 그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놀라운 사실과 마주한다. ‘서칭 포 슈가맨’은 아주 기이하고 아름다운 다큐멘터리다.

이런 종류의 인물 다큐멘터리에서는 실화의 파급력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드리게즈는 기적 같지 않은 기적의 주인공이자 모든 종류의 고독한 창작자를 대변하는 믿을 수 없는 아이콘이다.
THIS HANDOUT FILE HAS RESTRICTIONS!!! Rodriguez, the mysterious 1970s rock 'n' roller, in "Searching for Sugar Man", a 2012 documentary film directed by Malik Bendjelloul.        NYTCREDIT: Sony Pictures Classics
THIS HANDOUT FILE HAS RESTRICTIONS!!! Rodriguez, the mysterious 1970s rock 'n' roller, in "Searching for Sugar Man", a 2012 documentary film directed by Malik Bendjelloul. NYTCREDIT: Sony Pictures Classics
미국 레코드사 사장의 과장된 발언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토박이 무명 가수 로드리게즈는 미국 내에서 단 6장의 앨범만 팔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머나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음악계를 형성하게 했고 외부와 차단된 젊은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북돋았던 우상이었다.

두 열성 팬이 로드리게즈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갈 때 드러나는 것은 어떤 굉장한 비밀이 아니다. 로드리게즈가 멕시코 이주민 2세로서 쇠락해가는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청춘기를 보내며 음악에 꿈을 품었던 것, 미국 내 히스패닉계가 감히 그런 꿈을 품었던 것부터가 어쩌면 비극이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명백하게 자신의 혈통을 드러내는 이름을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다만 자신이 직접 쓴 가사와 멜로디, 타고난 목소리만으로 청춘의 조급함과 열정과 분노를 투명하게 담아냈던 어떤 젊은이의 꺾인 꿈은 “평생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다녔다가 마침내 그곳을 찾아냈을 때”의 감동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아마 당신도 영화 클라이맥스에 울려퍼지는 노래 ‘I Wonder’ 앞에서 전율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루퍼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로드리게즈’를 위하여 서칭 포 슈가맨
2074년, 시간여행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거대한 범죄조직들 사이에선 비밀리에 이용된다. 완벽한 증거 소멸과 시체 처리를 위해 범죄 조직들은 제거 대상을 2044년으로 보낸다. 그리고 그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기다리는 킬러들이 그들을 처치한다. 일명 루퍼라 불리는 이 킬러들 중에서도 조(조셉 고든 레빗)는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그러던 어느 날 조 앞에 나타난 제거 대상은 바로 30년 후의 자기 자신(브루스 윌리스)이다.



용의자X
감독 방은진
출연 류승범, 이요원, 조진웅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로드리게즈’를 위하여 서칭 포 슈가맨
석고(류승범)는 뛰어난 수학 천재로 이름을 떨쳤지만 현재는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로 살아간다. 어느 날 그의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요원)에게서 생애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지만 감히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다가 화선이 우발적으로 전 남편을 죽인 사실을 알게 된 석고는 그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한다. 담당형사 민범(조진웅)은 화선이 범인임을 확신하지만 물증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운다.



회사원
감독 임상윤
출연 소지섭, 이미연, 곽도원, 김동준
[화제의 영화 미리보기] ‘로드리게즈’를 위하여 서칭 포 슈가맨
지형도(소지섭)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금속제조 회사의 영업2부 과장이다. 실상 이 회사는 살인청부 회사이며, 형도는 10년 동안 그곳에서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일을 처리해온 유능한 사원이다. 아르바이트생 훈(김동준)과 파트너를 이룬 형도는 훈에게서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느끼며 순간적인 망설임을 느끼고 회사의 뜻을 처음으로 거스르게 된다. 기획이사 종태(곽도원)는 형도의 변화를 눈치 챈다.


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