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의 위로하는 책, 위로 가는 책
‘나 의 운명 사용설명서’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띕니다.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을 활용해서 나의 운명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데요, 포부도 대단하거니와 과연 가당한 일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저자를 보니 저명한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이군요. 이분이 허튼소리 했을까 싶어 최소한의 믿음을 가지고 책을 펴봅니다.동양철학, 사주 등의 단어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열의 아홉은 ‘운명’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 운명이란 단어가 대중에게 사주명리학에 대한 편견을 야기하는 경향이 있죠. 사주명리학을 운명을 ‘미리 보는’ 신비의 영역쯤으로 치부하는 거지요.
그런데 대중의 이런 인식으로 인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사주명리학이 합리적인 일상의 영역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공공연하게 거론될 수 없고 일종의 사적 가십거리로만 언급되는 거죠. 다른 한 가지는 운명론적으로 사람을 옥죈다는 점입니다. 사주팔자가 이미 정해졌으므로 자신의 운명에는 개선의 여지도, 변화의 여지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고미숙 선생은 세간의 인식에 대해 명확하게 반기를 듭니다. 먼저 사주명리학이 신비의 영역이 아니라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인문학이라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이론적 학문이 아닌 실용적 학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조금만 공부하면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데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대중은 마치 사주명리학이 최신 3D 내비게이션처럼 인생의 앞길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운명론에 빠지게 되는 이유죠.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주명리학이 제시하는 길은 지형지물이 구체적이지 않은 고지도에 가깝습니다. 적극적으로 지도를 펴보고 연구해야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이 서게 된다는 거죠. 다시 말하자면 운명 결정론이라기보다 운명 개척론의 입장입니다.
생각해보면 꼭 사주명리학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인문학이 엇비슷한 이유로 대중과 괴리돼 있거든요. 모든 인문학은 결국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공부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인문학에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측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이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인생을 통해 내가 살아갈 방향이나 길이라 치면 역시 운명을 좌우하는 궁극적인 스펙은 인문학 공부가 제공해주는 것 아닐까요?
![[Book] 운명을 좌우하는 궁극적 스펙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6895.1.jpg)
고미숙 | 북드라망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전작 ‘동의보감’과 짝을 이루는 책. 사주명리학을 인문학적으로 풀이하며 ‘운명’에 대해 살펴본다. 사주명리학은 타고난 명을 말하고 몸을 말하고 길을 말하는 학문. 책은 초보적인 명리학 지식을 통해 ‘운명의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명리학을 통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자며 독자들을 초대한다.
![[Book] 운명을 좌우하는 궁극적 스펙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6896.1.jpg)
윌리엄 B. 어빈 | 토네이도
미국 라이트 주립대학의 윌리엄 B. 어빈 교수가 제시하는 인생의 기술.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된 인생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삶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생생한 인생의 기술은 다름 아닌 스토아 철학이다. 저자는 삶의 포장을 벗겨내고 ‘진짜’에 다가설 수 있는 힘으로 ‘스토아 철학’에 주목한다.
눈에 띄는 책
[과학] 깨어남
올리버 색스 | 알마
![[Book] 운명을 좌우하는 궁극적 스펙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AD.25676897.1.jpg)
[만화]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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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당신은 정직한가
낸 드마스 | 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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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교보문고 북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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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북뉴스(news.kyobobook.co.kr)에서 책을 소개하고 추천하고 있는 북 리포터.
삶을 위로(慰勞)하고, 삶의 위(高)로 갈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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