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군부 탄압에 대한 학습과 투쟁의 시작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강민지 대학생 기자] 고려대 생활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이 아닌 ‘자치 도서관’이다. 학생회, 동아리, 선거 등 다양한 학생 자치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록물을 보관한다. 다양한 시선을 가진 운영위원들이 회의를 통해 선정한 도서를 매달 구매해 누구에게나 대여해 주는 도서관인 고려대 생활도서관을 찾아갔다.
생활도서관 전경. (사진=강민지 대학생 기자)
생활도서관 전경. (사진=강민지 대학생 기자)
고려대 생활도서관은 1990년 5월 7일에 건립됐다. 1980년대 당시 군부의 도서출판 사전 심의, 판매금지 도서 지정, 도서 압수 등에 맞서 학습하고 투쟁하고자 시작한 것이 건립의 계기다. 현재는 고려대 서울 인문계 캠퍼스 내 학생회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2만여 권의 도서와 신문, 잡지 등의 간행물 및 학내 자치 자료를 열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영 시간 외에는 공간을 대관하거나 생활도서관 주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생활도서관 내부 모습.
생활도서관 내부 모습.
직접 방문한 생활도서관은 따뜻하면서도 특색 있는 공간이었다. 일반적인 도서 분류와 달리, 생활도서관 운영위원들이 직접 만든 분류 기준으로 서가가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생태·환경 △여성·퀴어 △학생 분류가 특히 인상 깊었다. 이러한 도서 분류체계는 생활도서관이 추구하는 ‘진보’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 결과다.
생활도서관 도서 분류.
생활도서관 도서 분류.
실제로 서가에 붙어있는 ‘폐가 분류 안내문’에는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성과를 이어받는다는 개관 선언문으로 시작된 이 공간은 존립의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항상 시류를 읽어내고 따라가려 합니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생활도서관 별관(자료보관실)에는 절판된 도서들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고서들이 정리돼 있다. 생활도서관 본관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는 또 다른 고즈넉한 느낌과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하다.
생활도서관 별관.
생활도서관 별관.
학습권에 대한 투쟁의 시작이자, 현재는 진보와 소통의 상징이 되는 특별한 공간인 생활도서관의 운영위원 임현서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활도서관 본관 앞.
생활도서관 본관 앞.
생활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나
“다양한 시선을 함께 논의해 도서를 구매하고 대여해 주는 도서 업무와 학내 단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학생 자치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기록물 보관 업무, 그리고 다양한 문화 행사 및 연대 활동을 한다.”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생활도서관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면
“고려대 생활도서관은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학생자치도서관’이자 학적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민중도서관’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생활도서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학생들이 결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생활도서관은 총학생회가 지정한 학생 자치기록물을 보관할 의무가 있는 특별기구다. 학내 자치기록을 보존하고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학생사회가 지난 학생사회의 변화를 통찰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생활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행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여성의 날을 맞아 장미꽃 나눔 행사를 진행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한 운영위원의 아이디어로 안암 상인들과 함께해, 안암동에 있는 몇몇 가게에서도 꽃을 찾아갈 수 있게 해보자는 기획을 했고, 총 5곳의 사장님들이 함께해 주셨다. 사장님들께 장미꽃 나눔 행사를 제안했을 때 “좋은 일을 한다”, “함께 하게 해줘서 고맙다”라며 응원해 주셨다. 또 도서관 여성 분류 쪽에 장미꽃을 숨겨뒀는데 어떤 학우분께서 꽃을 찾았다는 인증과 함께 기분 좋았다는 글을 SNS에 올려줘서 많은 운영위원이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19로 인해 캠퍼스에 학생들이 많지 않다. ‘자치’ 운영에 어려운 점은 없나
“집합금지 명령이 시행되면서 직접 모여서 해야만 하는 작업들이 오랜 기간 지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서를 구매한 후 도서관 라벨을 붙이는 도서 등록 작업이나 자치 자료와 오래된 책을 보관하는 폐가실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이용자가 줄어들어 속상하지만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생활도서관이 이용자분들께 다가갈 방법을 모색 중이다.(웃음)”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