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반에 합격해 자취방을 구했는데 무기한으로 기다리고 있다.’
‘마음 놓고 공부에 집중할 환경이 필요하다.’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 김민주 대학생 기자] ‘향후 코로나 문제가 안정되고 고시실이 개방되면 개인 열람석을 제공하도록 합니다’. 성신여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공지사항이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등록금심의위원회는 ‘한동안’, ‘추후’ 등의 단어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한 성신여대 학생 최 모씨(경영학과 4학년)와 정 모씨(영어영문학과 4학년)를 만나 고시반 운영 재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신여대 에브리타임에 공유된 서명운동 게시물. 사진 제공=김민주 대학생 기자
성신여대 에브리타임에 공유된 서명운동 게시물. 사진 제공=김민주 대학생 기자
다른 학교는 다 하는 고시반 운영, 성신여대는 왜 멈췄나
성신여대 최 모씨와 정 모씨는 실제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규칙한 이용 시간으로 인해 겪었던 불편함을 개선하려던 중 고시반 운영 중단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 성신여대 고시반은 코로나19 확산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운영이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화여대, 성균관대에서는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고시반 운영을 이어왔다. 가천대에서는 시험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다소 대조적인 고시반 지원 현황에 두 학생은 학생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기획했다.

최 모씨와 정 모씨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은 학생이 비슷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약 5일간 진행된 서명 운동에는 약 1400명이 응답했다. 최 모씨는 “학우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정 모씨는 공식 창구를 통한 공지 전달 및 의견 수렴이 불가능했던 점을 아쉬움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익명 커뮤니티를 통했음에도 구체적인 응답이 많이 작성됐다고 덧붙였다.
총장에게 전달된 편지 내용. 사진 제공=김민주 대학생 기자
총장에게 전달된 편지 내용. 사진 제공=김민주 대학생 기자
최 모씨도 정 모씨가 얘기한 아쉬움에 공감하며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학우들에게 내용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모씨는 추가 의견을 살피는 과정에서, 개개인이 고시반 재개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각자 학교에 항의 전화나 문의를 했으나 다들 책임을 회피할 뿐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 무력감을 느껴 포기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정 모씨는 “조금 더 빨리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학교가 훌륭한 동문을 배출하고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투입’ 없이 ‘산출’만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고시반에 합격해 자취방을 구했으나 무기한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 금전적 부담으로 마음 놓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견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솔직하게 응답으로 작성됐다. 또한 대책 없는 지침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 답변 없는 건의에 지쳐간다는 의견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응답으로 작성됐다.
1차 사전 면담 보고 내용. 사진 제공=김민주 대학생 기자
1차 사전 면담 보고 내용. 사진 제공=김민주 대학생 기자
총장실에 전해진 서명운동,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인 학교
최 모씨와 정 모씨는 99.7%가 ‘찬성’한 서명운동 결과와 약 190개의 추가 의견을 편지와 함께 총장실에 전달했다. 불이익에 대비해 추가 문항은 모두 무기명 처리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없었다. 이후 최 모씨와 정 모씨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구성한 등록금심의위원회 TF 면담 보고 카드뉴스를 통해 고시반 재개는 한동안 불가하다고 답변한 것을 확인했다.

최 모씨와 정 모씨의 이야기를 듣고, 등록금심의위원회 TF에 학생대표로 참여한 학생위원 박 모씨를 만나보았다. 박 모씨는 학생대표로서 등록금심의위원회 TF 대응의 방식 중 하나인 기획정보처장과의 면담을 통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면담에서 박 모씨는 “코로나19 발생한 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고시반 관련 사항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존재하는 고시반의 수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고시반 설립도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고시반 활성화는 정책적인 변화와 더불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어야 하므로 당분간은 고시반 관련 사항의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 말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후 학교에 해당사항을 건의할 예정이다.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