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동-연남동-망원동-도화동 서점 산책
계속되는 적자에도 문을 여는 이유
‘책을 향한 순수한 사랑’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잠잠하던 도서계에 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한 ‘집콕’을 이겨내기 위해 독서를 취미로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규모 있기로 손꼽히는 교보문고와 온라인서점 예스24는 각각 2020년 판매량이 전년도에 비해 7.3%, 23%가 증가했다. 온·오프라인의 판매량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시대 여러 하락세들 사이에서 상승세는 반가울 따름이다.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에겐 ‘책방(혹은 독립서점)’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 됐다. 사실 책방의 인기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각각의 책방만이 가지고 있는 장르의 전문성과 낭독회, 독서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이유다. 또 한적하고, 분위기 있는 골목에 자리 잡아 느껴지는 책방 특유의 감성도 한 몫 한다.

하지만 감성과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책방에도 재정적 어려움이란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공릉동 경춘선숲길에서 책방 ‘책인감’을 운영하는 이철재(49) 대표는 “동네책방은 2년 정도 운영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책방 유지의 어려운 실정을 밝혔다. 실제로 이철재 대표의 책방도 도서 판매와 함께 카페를 운영해 책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이철재 대표 외에 다른 책방의 관계자들도 공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낭만적으로 보이는 책방 이면에 ‘적자’가 도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도 책방의 문을 연다. 어쩌면 책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직접 만나 본 책방 관계자들은 그래 보였다. 그 원동력은 또 다시 개별 책방만의 분위기와 특화된 장점을 만들어낸다. 4월의 어느 날 다양한 지역의 동네책방을 다녀와 각 책방만의 고유한 개성을 느끼고 왔다.

편안한 지적 안식처 ‘책인감’
감성과 개성이 가득한 동네책방 나들이 가보실래요?

공릉동 경춘선숲길에 위치한 책인감은 다채로운 도서 관련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책방이다. 책인감에는 ‘동네책방 운영 강좌’와 ‘타로카드와 함께 하는 문학상담실’, ‘1인 출판 과정 배우기’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부터 책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이 있는 독서모임까지 있다. 책인감 대표 이철재(49) 씨는 책방을 시작하기 전 회사생활을 할 때 후임들을 교육했던 경험을 살려 여러 강좌를 기획한다.

책인감은 동네책방으로서 공릉동 주민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한다.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책방 주인의 영향으로 관련 도서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독립 출판물의 비율이 전체 도서의 20%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이철재 대표는 독립 출판물에 대해 “기성 출판물엔 안 나와 있는 내용이 많아 독특하고, 내 주변 사람이 책을 낸 듯한 친근감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책인감에서 직접 읽어 본 독립 출판물은 기성 출판물에 비해 다소 정교함은 부족하나 신선하고, 친근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일상에서 문학으로 한 발자국, 시와 그림책의 매력이 가득한 ‘아침달 북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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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 북스토어는 연남동에 위치한 문학서점이다. 문학을 중점으로 운영되는 서점으로, 대형서점 책꽂이에선 찾기 힘든 ‘아침달 출판사’만의 문학 서적이 있다. 특히 시집과 더불어 그림책은 아침달만이 줄 수 있는 묘미이다. 아침달 서점지기 송승언 씨는 “문학에 대해 어렵고, 닫혀 있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문학의 문턱을 낮추고 일상에서 편하게 스며들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며 아침달의 지향점을 밝혔다.

아침달은 공식 SNS에 ‘글자 낭독회’라는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글자 낭독회란 따뜻하고, 일상에 감명을 주는 시나 그림책의 구절을 직접 써가며 글자로 읊는 것이다. 송승언 서점지기의 말대로 문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아침달만의 취지가 돋보인다.

감성 있는 낭독의 자리를 공유하는 ‘진부책방 스튜디오’
감성과 개성이 가득한 동네책방 나들이 가보실래요?
진부책방 스튜디오는 순수문학과 문학예술 관련한 책이 98%를 차지하고 있는 망원동의 책방이다. 진부책방의 ‘진부’는 지명으로, 박정대 시인의 시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특히 진부책방은 문학에 대한 열정이 돋보였다. 비치된 서적들뿐만 아니라 서점의 구조 역시 널찍한 간격의 테이블과 낮게 깔리는 음악으로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진부책방 스튜디오’는 다양한 시, 소설 낭독회로 스튜디오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진부책방의 낭독회는 마니아 층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책방 매니저 이설빈(33) 씨는 진부책방 낭독회에 대해 “작품성과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시인 소설가 번역가 평론가 등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노력한다”며 진부책방만의 선한 책방 철학을 드러냈다.

도시생활자와 동네 주민이 함께 하는 공간, 데어이즈북스
감성과 개성이 가득한 동네책방 나들이 가보실래요?
데어이즈북스는 도화동의 회사와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다. ‘도시생활자를 위한 큐레이션 서점’이라는 자체적인 설명처럼, 데어이즈북스의 매니저 정한글(35) 씨는 “직장인들이 일에 관한 영감을 받을 수 있을만한 책을 소개하고, 업무 중에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데어이즈북스의 특징을 소개했다. 여기서 도시생활자란 도화동 회사원을 포함한 바쁜 현대인을 뜻한다. 특히 데어이즈북스는 자세하고 친절한 서평과 큐레이션을 통해 바쁜 직장인들에게 책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책이 주는 영감을 공유하고 있다.

데어이즈북스의 또 다른 포인트는 주민들과의 상생이다. 도화동 주민들이 어린 아이들과 함께 독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시시소소 클래스’ 운영하고 있다. 시시소소 클래스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 큐레이션 서점으로, 책과 관련한 놀이 프로그램과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정한글 매니저는 “곧 1년이 되는 신생 책방이니만큼 데어이즈북스만의 색깔을 정립해가고 있다. 도화동에는 직장인도 많지만, 거주지로서 도화동 주민들도 있어 마냥 도시생활자만을 위한 서점 보단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도 함께 독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서점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그렇게 그림책과 아동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되었다”며 데어이즈북스가 도시생활자 말고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서점으로 발전시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