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 커뮤니티 아이디 사고파는 문제 지속 발생
젠더갈등 부추기는 원인 될 수도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 김민영 대학생 기자] “팡팡이들아 하늘색 과잠 어느 과냐?”

2021년 서울여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난데없이 ‘팡팡’이가 등장했다. 팡팡이는 광운대생들끼리 사용하는 호칭으로 서울여대생들만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에 광운대생이 침입한 것이다.

서울여대생 A씨는 “이전에도 외부인이 작성한 것 같은 글을 봤었는데 심증이기에 넘어갔다. 이번에 ‘팡팡’이 글을 보며 타 대학 학생이 서울여대 에브리타임에 들어와 있다는 게 추측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또 “서울여대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타학생이 있다는 건 감시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에브리타임은 현재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로 대학생들이 자신의 학교의 이슈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같은 학교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에브리타임의 가입 절차에는 ‘학교 인증’이 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에브리타임에만 가입할 수 있다는 게 에브리타임의 이용 규칙인 것이다. 하지만 재학생 원칙의 이용 규칙은 생각보다 쉽게 깨지고 있다. 아이디를 구매한 외부인들은 같은 학교의 재학생이라는 신뢰감을 이용해 중고 거래 사기를 치기도 하고, 여대 에브리타임 같은 경우 남성으로 추측되는 외부인이 여성 혐오적 글을 작성해 불쾌감을 주고 있다.
광운대생 ‘팡팡이’의 유입 이후 해당 학교 학생이 에브리타임에 문의를 했다.
광운대생 ‘팡팡이’의 유입 이후 해당 학교 학생이 에브리타임에 문의를 했다.
계정 거래 문제는 꽤나 오래 전부터 거론됐던 문제였음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 에브리타임 앱 자체의 제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에브리타임도 지속적인 계정 거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방책으로 이용자들에게 ‘본인 인증’을 재차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본인 인증을 한 적이 없다며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에브리타임 아이디 거래가 SNS에서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에브리타임 아이디 거래가 SNS에서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에브리타임 아이디를 구입하는 과정이 간단하다는 것도 문제이다. 중고거래 사이트나 에브리타임 연동 커뮤니티인 캠퍼스픽, 심지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도 ‘에타 아이디’만 검색하면 충분히 거래 현장을 발견할 수 있다. 거래를 목적으로 작성한 글을 신고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전에 에브리타임 측의 강력한 제재와 해결책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에브리타임에 문의를 시도했으나 AI 운영 방침으로 인해 직접적인 연락은 불가능했다.

계정을 거래하는 행위는 엄연한 단속 대상이다. 서울 모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sns계정 거래가 많이 일어나고 있고, 불법적인 일에 많이 쓰이고 있으므로 신고시 단속 대상이 된다. 운영진 측에서도 사법기관에 많이 의뢰를 하는 상황이다”라며 계정 거래의 증가와 더불어 범죄 연관성을 언급했다.
여대 에타에서 발견된 혐오적 댓글과 쪽지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많을 정도로 욕설이 난무하다.
여대 에타에서 발견된 혐오적 댓글과 쪽지이다. 모자이크 처리가 많을 정도로 욕설이 난무하다.
계정 거래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문제는 여대 에브리타임 거래다. 여대는 특히 지속적인 외부인의 유입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주로 남성으로 추정되는 외부인들은 페미니즘 담론이 활발한 여대 에브리타임에 여성 혐오적인 글을 작성하거나, 특정 이용자에게 무차별적인 혐오성 쪽지를 보낸다.

여대 에브리타임의 상황을 타 커뮤니티에 유출시키는 등 여대 재학생에게는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만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2018년에는 이런 상황이 극으로 달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에브리타임 내에서 자유롭게 이용했던 자유게시판 사용을 중단하고, 외부인의 유입으로부터 비교적 보안이 되는 비밀게시판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2021년 현재도 “응응 멧돼지X아 실화야”, “보XX끼리 열심히 싸워라” 등의 외부 유입자들의 일방적인 여성 혐오적 언어폭력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익명 커뮤니티의 특성상 혐오적 표현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타대학, 그중에서도 여대 커뮤니티에 규칙을 어기고 들어와 에브리타임 상황을 염탐, 평가하고 심하게는 불쾌감을 조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대 에브리타임은 페미니즘 담론이 활성화 돼 있다는 자체가 외부인의 유입이 어떤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다.

이 문제를 페미니스트인 여성과 반페미니스트인 남성의 ‘젠더갈등’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모 대학에서 젠더를 가르치고 있는 B교수는 이런 상황을 단순히 페미니즘과 일부 남성들 사이의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 의문을 남겼다.

B교수는 코넬의 헤게모니적 남성성 개념을 토대로 “현재의 시대를 젠더갈등의 시대로 규정하기 이전에 과연 '젠더 갈등'이라고 부르는 문제들이 젠더의 문제인지, 젠더 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사회적 모순을 젠더로 치환하려는 사회적 권력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잘 분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여대 에브리타임 염탐과 정보 유출의 이유에 대해 A교수는 “남성성을 확인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에 따르면 가부장적 남성성의 핵심은 여성에 대한 지배를 매개로 남성을 통해 남성성을 승인받음으로써 남성성을 확인, 유지, 강화시키는 것이다. 에브리타임 침입 문제 또한 염탐과 공격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타 커뮤니티의 유출로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에게 유용한 커뮤니티로 이제는 이용하지 않으면 불편할 만큼 대학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돼버렸다. 하지만 계속되는 계정 거래와 혐오성 인신 공격은 유용하고 유희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생활에 피로도를 쌓고 있다. 에브리타임 이용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인터넷 윤리 문화를 위해서라도 에브리타임 측의 강력한 제재와 학생들의 자체적인 규칙 준수가 필요해 보인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