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63.1% 대면 수업 원치 않아”... “코로나 학번, 우리는 학교 가고 싶다”

[한경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김봉주 대학생 기자] 세 학기째 텅텅 비어있던 캠퍼스에 새로운 조짐이 보인다. 지난 6일, 서울대학교는 ‘2학기 수업 운영안’에서 2학기부터는 전면 대면 수업을 재개할 것을 선언했다. 코로나 19로 대학들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이래, 대면 수업 전면 재개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많은 대학들도 2학기 학사 운영 계획에서 대면 수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 서울 소재 대학생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3.1%가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숭실대학교 등의 여러 대학에서도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모두 비대면 수업을 원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서울대가 대면 수업 결정을 발표한 뒤 각 대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
2학기 대면파 vs 비대면파, 대학생들의 현실 반응은?
대면 수업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코로나 19 집단 감염 우려’라고 응답한 비율이 47.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측에서는 전면 등교에 대비해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하며, 학내 인원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일 아침과 저녁으로 학사 운영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에도 수업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들은 여전히 우려를 표했다. 대학생 장영은 씨(20)는 “대면 수업을 원하지만,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된 것도 아닌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인 것 같다”며 “집단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더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통학 및 거주 문제 해결’(26.7%), ‘유연한 시간 관리’(19.9%)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비대면 수업을 원하는 의견이 많았다. 왕복 세 시간 거리에서 통학을 했던 김준성 씨(24)는 “통학을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비대면 수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김 씨는 또한 “비대면 강의 특성상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서 아르바이트 등 타 활동을 병행하기에도 편리했다”고 말했다.

특히, 타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방을 계약해도 되지 않아 주거 비용이 상당히 절감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이지훈 씨(23)는 “우선 매 학기 주거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인데 큰 짐을 덜 수 있었다”며 “다음 학기가 대면 수업으로 전환된다면 당장 방부터 구해야 할 텐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 학기만 더 비대면으로 진행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학기 대면파 vs 비대면파, 대학생들의 현실 반응은?
학번별로도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면 수업 확대 희망 응답자 중 73.2%를 코로나 학번(21학번, 20학번)이 차지했다. 대면 수업 확대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대학 생활 정상화 희망’이 67.6%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사회적 교류 기회 증가’가 60.6%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한번도 캠퍼스 생활을 해보지 못한 코로나 학번의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21학번 황언수 씨(20)는 2학기 학사 운영 희망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 이전 대학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해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던 이번 학기는 학업이나 교우관계 모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2학기에는 가능하면 대면 수업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직 서울대처럼 전면 대면 수업 방침을 밝힌 학교는 없지만, 많은 대학에서 대면 수업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수강 정원 50명 이내의 교과목의 경우 주 1회 대면 강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한양대도 수강 제한 인원을 20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또한, 지난 학기에는 수강 제한 인원 이하의 강의에 대해 대면 수업을 권고하는 단계에 그쳤지만, 2학기부터는 대면 수업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타 대학들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대면 수업 확대 논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대학가 정상화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학교 운영이 정상화되더라도 비대면 강의의 장점을 살려 일부는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김준성 씨는 “비대면 강의 방식을 겪다보니 비대면 강의도 충분히 유용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특히, 녹화된 강의들을 다시 돌려보면서 복습을 할 수 있어 학습 효과는 더 좋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지훈 씨는 “개인적으로 이론 강의들에서는 대면 수업이 비대면 수업보다 크게 나은 점을 찾지 못했다”며 “앞으로 있을 대면 수업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수업과의 차별점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