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아직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걸 기대하는 건 아니겠죠?”  [스타트업 5년 차의 생존일지]
[한경잡앤조이=심민경 그립컴퍼니 매니저] 사업개발 업무는 현재 내가 하는 업무다. 사업개발이라는 명칭 자체가 마케팅, 개발, 디자인처럼 명료하게 보이는 직무가 아니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늘 물어보는 말이 있다.

‘사업개발’이 정확히 뭐예요?’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 굉장히 당황했지만 이제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회사에 이익이 되는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고민하고, 다양한 부서 그리고 파트너사와 협업해 회사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고 말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단어는 ‘협업’이다.

협업이 사업개발 업무를 하는 이들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유관부서와 파트너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업개발 업무의 가치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협업을 해내는 역량,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사업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때문에 사업개발 담당은 매일 하루의 커뮤니케이션 기록들을 회고한다. 잘 한 건 무엇이고, 못한 건 무엇이며, 다음에 보완할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이렇게 회고해도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무서운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책임이 청자가 아닌 화자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의 맥락을 기민하게 파악하는 자세를 직장인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고, 나 또한 동료 사이의 형용할 수 없는 케미와 센스를 더 높게 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론적으로 이기적인 자세라는 것을 몇 번의 프로젝트를 거쳐 알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나의 마음과 같을 수 없고, 두루뭉술한 화법과 문장은 동료들의 리소스를, 나아가 회사 전체의 리소스를 갉아먹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어마어마한 비용 낭비가 되기에 커뮤니케이션은 무섭고 또한 어렵다.

대관절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그간 내가 경험한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늘 화자의 배려에서 출발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전달받은 메시지를 헤매지 않고,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화자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받았을 때가 참 좋았다. 더불어 내가 더 쉽게 요청하거나 질문할 수 있도록 화자가 친절한 표현을 썼을 때 마음을 열어 적극 협조한 기억이 있다. ‘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협업은 참 좋았어’를 떠올리게 하는 것. 메시지는 분명하고, 메신저는 친절할 때가 아니었나 싶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작자 미상의 한 구절을 마주한 적이 있다.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battle you know nothing about. Be kind. Always. (당신이 만나고 있는 모든 이는 당신이 전혀 모르는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니 언제나 친절하라.)”

매일이 전쟁터와 같은 직장 생활에서 배려를 먼저 떠올리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제일 급하고, 바쁘고, 힘들다고 생각할 땐 말이다. 하지만 동료도 나보다 더 한 전투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친절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어렵지만 매일 조금씩 연습해본다. 어찌 됐든 일이 되게 하려면, 우린 협업이 필요하고 좋은 협업은 좋은 커뮤니케이션, 결국 배려에서 시작되니까.

심민경 씨는 어쩌다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을 선택하게 되어 스타트업 문화에 빠진 5년차 직장인. 현재 라이브커머스 회사 그립컴퍼니에서 사업개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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