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기업들, 해외기업 성공사례 벤치마킹해 글로벌 시장 노린다

K-콘텐츠·푸드·팝···다음은 K-OOO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K-드라마, K-푸드 등 K 시리즈의 바람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K-핀테크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삼정KPMG의 '2020 한국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5개국(호주·홍콩·일본·싱가포르·한국) 가운데 투자 규모 면에서 현재 호주가 최대 수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연간 성장률 측면에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267%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2012년 76개에 불과했던 국내 핀테크 기업 수가 2019년 기준 345개로 크게 증가했고, 해가 거듭할수록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는 등 산업의 성장 틀이 갖춰지고 있는 시점에 기업들은 시장을 어떻게 키워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고 있다. 그 중 해외 우수사례를 참고해 국내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하며 시장 활성화는 물론,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핀테크 기업들이 있다.

한국판 펀딩소사이어티스 '윙크스톤파트너스', 연체율 0% SME 금융상품 통해 중금리시대 연다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서비스 '윙크스톤'을 운영 중인 윙크스톤파트너스는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상공인(SME) 대출자에 대한 중금리 상품 개발에 나서면서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사업자들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실제 윙크스톤파트너스가 내놓는 사업자 대상의 중금리 투자상품들은 출시되는 족족 완판되며, 대기 투자자 수요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윙크스톤은 2019년 첫 금융상품을 선보인 이후 10월 기준 누적상환액 615억원을 달성하기까지 단 한 건의 원금 손실 없이 모두 상환해 '연체율 제로(0%)'를 기록했다. 사업 초기부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자에 집중한 윙크스톤은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구축해 맞춤형 중금리 상품을 선보이며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투자자들에겐 승인율 10%의 엄격한 절차를 거친 우량 투자상품만을 공급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윙크스톤파트너스가 벤치마킹하는 회사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SME 디지털금융 및 P2P플랫폼을 제공하는 펀딩소사이어티스. 펀딩소사이어티스는 핀테크 불모지나 다름없던 동남아시아 대출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며 핀테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수많은 중소사업자들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누적상환액이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펀딩소사이어티스는 1.27%의 낮은 연체율을 유지하며 추산되는 기업가치만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중소상공인분들은 충분한 상환능력이 있어도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신용평가를 받지 못해 고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거나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며, "금융과 비금융 정보를 넘나드는 폭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중소상공인들에게 다양한 조건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자금 유동성을 확대해 금융절벽을 해소하는 동시에 그들의 성장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 품은 토스, ‘2000만 토스 + 900만 타다’ 금융과 모빌리티 결합해 한국판 ‘그랩’ 노린다
토스는 최근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를 전격 인수하며 각 서비스의 특색을 살리면서 금융과 모빌리티가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토스는 본격 시장 공략에 앞서 동남아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그랩'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랩은 2012년 콜택시 앱으로 시작해 2014년 우버와 같이 개인 차량을 공유하는 모델을 선보인 이후 몸집을 키우면서 페이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동남아를 대표하는 슈퍼 앱으로 성장했다. 그랩은 2022년 초 인터넷 은행 정식 출범을 목표로 현재 결제와 송금, 대출, 보험, 투자에 이르기까지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금융 서비스 거래액이 무려 9조 9500억원에 이른다.

토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연간 매출액이 약 12조원에 이르는 국내 택시시장에서 간편결제 이용자를 늘리고 복합 금융 앱으로서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2000만 토스 고객과 900만 타다 고객을 대상으로 확장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판 ‘인튜이트’ 자비스앤빌런즈, 국민 세금환급 플랫폼 ‘삼쩜삼’ 업고 사업영역 확장
자비스앤빌런즈는 종합소득세 신고 서비스 '삼쩜삼'을 주축으로 세무시장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며 한국판 인튜이트로 떠올랐다. 삼쩜삼은 700만에 달하는 국내 사업소득자 시장에 주목해 N잡러,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등 소액의 세금신고 대상자들에게 보다 간편한 세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무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국내 개인 세금신고 시장의 파이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10월 기준 66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삼쩜삼이 머지않아 국민 세금환급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의 금융 핀테크 종합 서비스 업체 인튜이트(Intuit)는 한화 기준 자산 연매출 9조, 자산 12조를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국민들의 세금 신고 및 환급 플랫폼인 터보택스로 알려져 있다. 인튜이트는 지난해 핀테크 스타트업 크레딧 카르마를 인수하며 이를 발판삼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개인과 기업 대상의 통합 금융 솔루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 역시 연내 삼쩜삼 연말정산 기능을 새롭게 선보이며 세금 서비스의 대중화는 물론, 추산되는 규모만 1800만 명에 이르는 근로소득자 시장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파이낸셜, 중국 ‘앤트그룹’ 성공 사례 적용해 중소상공인 자금 융통 확보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 네이버파이낸셜은 해외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 업계 탑 티어로 불리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세계 디지털금융 기업 중에서도 앤트그룹이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내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성공 사례를 적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앞세워 대출, 보험, 은행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대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특히 AI 기술에 기반해 신용 평점을 산출 및 평가하는 '즈마 신용'을 활용해 재무제표에서 신뢰도가 낮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에 관한 결제, 판매, 재료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용 능력 평가의 확장성을 가져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알리바바의 앤트그룹처럼 플랫폼 내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을 토대로 금융 서비스 모델을 고도화하고 중소상공인들의 자금 융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쇼핑·결제·송금·증권·보험까지 다양한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고객들의 금융 생활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다.

쿠팡페이, ‘아마존페이’ 따라 종합 핀테크 플랫폼으로 승부수
쿠팡은 지난해 8월 쿠팡페이를 분사시키면서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페이(쿠팡페이)는 비밀번호 입력이나 지문인식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원터치 결제 시스템으로, 쿠팡이 자체 개발한 부정거래 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2015년 만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쿠팡페이의 누적 결제 금액은 11조 1266억 원으로 네이버페이(12조 8288억 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고, 가입자 수도 2145만 명을 넘어선다.

현재 쿠팡과 쿠팡이츠 내에서만 서비스가 이뤄지는 쿠팡페이는 온·오프라인 쇼핑 사이트 등 외부로 사용처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지난해 7월 쿠팡이 특허청에 '나중 결제'라는 상표를 등록하면서 후불 결제시스템 진출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모델로 삼고 있는 아마존이 아마존페이를 앞세워 종합 핀테크 서비스에 뛰어든 것처럼 쿠팡페이 역시 간편결제를 넘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페이는 대출중개, 신용평가, 온라인 펀드, 보험 등 금융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빅테크 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