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off the record 시대, 스타트업의 대처는?
[한경잡앤조이=태윤정 선을 만나다 대표] 장면 1_ 모레 오전 8시 30분 투자 보도자료를 배포를 앞둔 B AI스타트업 , 갑자가 투자사로부터 기사 초안 컨펌 요청을 받는다. 당황한 AI 스타트업 홍보대행사에서 기사 초안을 전달해준다. 기사의 내용은 기사화로는 부적절한 투자 이면의 후기까지 미주알고주알 나타나있다. 더욱이 만일 이 기사가 먼저 나간다면 다른 기자들은 물먹은 셈이 되고 투자 보도자료 배포의 컨벤션 효과는 사라지고, 그동안 투자 보도자료 릴리즈를 기다려온 기자들에게 심한 항의를 받을 것이 뻔하다. 홍보대행사는 즉시 기사 초안을 작성한 기자에게 확인전화를 걸어서 기사 업로드 시점을 확인한다. 기자와의 전화를 마치자마자 일반적인 관행과는 다르게 무려 낮2시 30분에 보도자료를 전격 배포해버린다.장면 2_ 물류센터 건설 등 두 번째 스테이지의 성장을 앞둔 A플랫폼 스타트업, FI 투자 지분을 비즈니스와 전략적 시너지가 날 수 있는 SI 투자 유치로 전환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그런데 갑자기 창업자의 지분을 털어버리는 엑시트 플랜을 염두에 둔 헤드라인으로 기사화됐다. 홍보대행사는 우선 팩트를 확인한 후 A사와 함께 메시지 원칙을 전하고 수정 요청에 들어갔다. 창업자의 엑시트 플랜이 아닌 전략적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고 모든 것이 열려있다고 메시지를 중심으로 수정요청을 했다. 하지만 기사를 쓴 자본시장 매체는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 이틀 동안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정요청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는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창업 투자 열기가 더해지면서 ‘제 2의 벤처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스타트업 투자 유치액이 9조 403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탈은 물론이고 신기술사업금융회사 (일명 신기사)와 CVC, PE와 글로벌 자본까지 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시리즈A에서 100억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심지어 우리 회사의 고객사는 시리즈A에서 3백억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피투자사가 투자사를 골라 투자를 받으면서 갑과 을이 바뀌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유망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하면 투자해주겠다는 투자사들이 줄을 서고, 심지어 우리 같은 홍보대행사를 통해서도 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일도 종종 있다.
우리 회사의 제일 오래된 고객사인 C사는 육성 투자했던 180여개 스타트업 중에서 올 가을 처음 IPO를 했는데, 심지어 따상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 첫번째 IPO 사례가 나오면서 내년에는 7-8개사가 IPO를 밝혔고 후년에도 10여개사가 IPO를 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사 중 이미 3개사가 IPO를 발표하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고 내년과 후년 사이에 7-8개사가 IPO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쯤되면 시장의 모든 자본이 스타트업에 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투자가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투자사들의 투자 경쟁도 심화되고 있고, 스타트업의 IPO가 줄을 잇고 심지어 따상 IPO를 하는 일도 생겨나면서 상장주관사들도 경쟁에 심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홍보대행사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더 이상 off the record가 없는 No off the record 즉 on the record만 있을 뿐이다. 장면 1의 경우, B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레퍼런스가 필요했던 투자사가 공개와 비공개에 대한 원칙도 없이 기자에게 있는 대로 모든 것을 다 얘기하면서 사달이 난 셈이다. 장면 2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 주관사 경쟁에서 탈락한 주관사들에서 소문을 내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상장주관사에서도 상장 경쟁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레퍼런스를 만들기 위해서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나가기 전에 소문을 퍼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기사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자본시장(IB) 취재 기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off the record는 사라지고 있다.
기사 하나가 무슨 문제가 될까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온라인은 잘못된 사실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 기사를 사실처럼 인용해 쓰는 기사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오보는 반드시 수정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에는 ‘카더라 기사’가 양산되기도 하는데 업계에서는 소설을 쓴다고들 자조적으로 얘기하곤 한다. Off the record가 없는 시대가 되면서 최대한 민첩하게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객사에 권유하고 있다. 잘못된 사실과 정보가 온라인에 남아있고 만일 수정이 되지 않는다면 오보는 사실로 굳어지고 다시 확대 재생산이 되고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팩트만 살아있는 아주 건조한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오보와 카더라식의 소설 기사를 차단하는 선제공격을 하기 위함이다. 아마도 더 많은 스타트업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전에 미리 오보가 섞인 기사를 맞닥뜨리는 경우가 잦아질 것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보도자료 배포까지 너무 좌고우면하기보다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뜨거워진 스타트업 투자 유치 열기는 너무도 반갑지만 스타트업 홍보대행사에게는 24시간 스위치를 켜고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고객사의 투자 유치 같은 대형 이슈를 앞두고는 안테나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 열기의 이면에는 홍보대행사의 애환의 골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태윤정 대표는 15년 간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2008년 홍보대행사 ‘선을만나다’를 설립해 정책홍보 프로젝트 등을 맡았다. 2015년 스타트업 전문 홍보대행사로 전환, 현재는 스타트업을 비롯해 AC, VC 등 스타트업 전문 홍보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저서 - <홍보의마법, 스타트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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