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1호 개발자 이동휘 아임웹 CTO

[강홍민의 굿잡] ① 반지하서 아이 셋 키우던 서른 넘은 가장이 구글에 도전한 이유 <바로가기>
[강홍민의 굿잡] ② 구글코리아 1호 개발자가 韓스타트업으로 온 이유
△이동휘 아임웹 CTO가 구글에서 근무하던 모습.
△이동휘 아임웹 CTO가 구글에서 근무하던 모습.



구글 합격 후 바로 실리콘밸리로 가셨나요.
“합격하고 3개월 정도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2년 정도 지사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그리곤 2009년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2021년까지 구글에 있었죠.”

구글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았었나요.
“주로 검색 파트에 있었어요. 여러 프로젝트를 했지만 검색파트의 백엔드 개발을 담당했었죠. 구글은 백엔드 개발에만 수 백 명의 개발자가 근무하는데, 그 중 한 명이었죠. 구글은 직급이 올라가면 직무 체인지가 가능해서 관심 있는 분야로 지원할 수 있어요. 개발자에서 매니저로 그리고 직무를 바꿔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맡았죠.”

처음 실리콘밸리로 갔을 때 적응하기 어렵진 않던가요.
“여러 가지로 어려웠죠. 당연히 음식이 어려웠고요. 음, 일적으로는 누가 뭘 시키지 않았어요. 한국에선 이거해라, 저거해라 지시가 있는데, 구글은 그런 게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오해를 했어요. 남들보다 면접도 많이 보더니 날 잘 못 뽑았구나 하고 말이죠. 당시엔 그것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일기에 적기도 했어요. ‘내가 원래 떨어져야 할 사람인데 잘못 붙여서 얘네들이 나한테 일을 안 주는구나’라고 말이죠.(웃음)”

그 오해는 언제 풀렸나요.
“그리 오래가진 않았어요.(웃음) 일을 안 주니까 찾았죠. 근데 주변을 보니 모두 그렇게 일하고 있더군요. 그때 알았죠. 여기선 알아서 일을 하는 거라는 걸 말이죠. 그 후론 아이디어도 내고, 제안도 하면서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2006년 구글 합격 후 15년 간 구글서 근무···
구글의 기업문화 핵심은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 부여
스스로 일 찾아 하는 시스템과 격 없는 수평적 문화“



몇 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사이에서 구글 문화를 많이 도입하고 있습니다. 구글 문화의 본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말씀하신대로 탄력근무제나 수평적 호칭 등 구글의 대표적 기업문화가 국내 기업에 많이 반영돼 있어요. 사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업무시간이 길어서가 아니거든요. 업무시간이 길다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짧다고 해서 덜 받진 않으니까요. 업무시간만 비교해 보면 구글 직원들이 훨씬 더 길거예요. 구글 직원들은 밤낮없이 주말도 일하는데,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죠. 몇 시에 출·퇴근을 하는지 회사에서 전혀 터치하지 않아요. 일하다가 개인 일정이 있으면 그냥 다녀와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요. 반면 국내 기업에서는 업무시간에 개인 일정을 소화하려면 월차나 반차, 외출증을 끊고 가야하죠. 가장 큰 핵심은 각자의 업무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느냐 입니다. 기업은 시간, 업무 관리를 통제하지 않고 직원 스스로에게 맡기는 셈이죠. 더불어 기업은 직원들의 능력은 물론, 개인의 시간·업무관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글은 본인의 일만 잘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보통 국내기업에서는 회의 때 가장 높은 분이 회의실에 들어와야 회의가 진행되잖아요. 구글은 회의시간을 더 중요시해요. 부사장이 안 들어오더라도 시간이 되면 회의를 진행합니다. 늦게 들어 온 부사장의 자리가 없으면 그냥 바닥에 앉아 회의에 참석하는 게 구글의 문화예요.”

처음엔 놀라셨겠는데요.
“충격이었죠.(웃음)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사장이 참석한 회의였어요. 부사장이 개발에 대해 구체적인 걸 잘 모르고 의견을 말한 적이 있었죠. 그때 개발자 한 명이 전문용어로 막 쏘아 부치더군요. 그 다음 개발자가 부사장에게 ‘당신의 역할이 뭔지 정의해줄게’라고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어요. 한편으론 충격이었고 다른 한편으론 구글 부사장이 되려면 저런 엔지니어들을 관리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원들 간 서로 의견이 안 맞아 충돌하는 경우도 많겠어요.
“실리콘밸리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구글엔 개성과 자기 의견이 강한 개발자들이 꽤 많아요. 그들 사이에서 권위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조직을 이끌어 간다는 게 대단한 거죠. 실력이 없다면 불가능해요.”

구글의 문화 중 단점도 있을까요.
“단점이라기보다 구글은 수평적 문화를 지향하다 보니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디테일하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요. 토론을 많이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것 때문에 매니저로 일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하니까 스스로의 논리가 없으면 힘들어요. 그래서 매니저가 되어서도 공부를 계속 해야 했죠.”

구글의 연봉은 어느 정도인가요.
“실리콘밸리의 연봉이 기본적으로 꽤 높은 편이죠. 페이스북이나 우버와 비해서는 조금 낮지만 결코 적진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연봉이 최우선 조건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한국의 개발자 개인의 실력은 글로벌 수준···엔지니어링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
향후 개발자 수요는 더 늘어날 것
좋은 개발자는 코딩능력보다 커뮤니케이션 잘해야“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간의 차이점이 있나요.
“프로그래밍의 수준으로만 본다면 국내 개발자들의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입니다. 다만 제품과 서비스는 코딩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차이점은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느냐 예요. 엔지니어링은 어떤 제품(서비스)을 만들지를 계획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는 겁니다. 여기에 개발자가 10명, 100명이 되면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이 되죠. 그 팀을 어떻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가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입니다. 실리콘밸리는 그 부분이 아주 잘 짜여있죠.”
[강홍민의 굿잡] ② 구글코리아 1호 개발자가 韓스타트업으로 온 이유
엔지니어링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투자죠. 물론 국내에도 실력이 좋은 개발자들이 많지만 한 두 명이 잘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오랜 경험이 쌓여야 가능합니다. 물적투자는 물론, 인적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에서의 수요 폭증으로 개발자 몸값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엔지니어링의 경험을 쌓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반을 마련할 순 있겠죠. 현재 국내 개발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기업에서 개발자 수요가 늘어나면 개발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한국으로 오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구글에서 15년 간 근무하면서 웹에서 성장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경험을 했습니다. 수직상승으로 성장했다가 지금은 한 풀 꺾여 성숙단계로 접어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그 다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세 가지로 추려졌습니다. ‘모빌리티’, ‘콘텐츠’, 그리고 한 가지는 ‘모름’이에요.(웃음) 국내 스타트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이제는 한국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돌아왔습니다.”

최근 수요에 맞춰 개발자를 꿈꾸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하실 말씀이시다면.
“앞으로 개발자 직군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해지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직업적 비전으로 본다면 가능성이 아주 많은 직업이 되겠죠. 앞으로는 100명, 200명의 엔지니어가 모여 함께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올 거예요. 그럼 코딩 능력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될 겁니다. 코딩학원보다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무엇에 관심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 본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