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욱 더플랜잇 식물성 대체식품 연구원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식품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세계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규모는 2016년 42억 1,860만 달러에서 2020년 60억 710만 달러로 43.9% 증가했고, 2025년 110억 3,300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이후 가장 많이 부각된 시장 중 하나가 바로 ‘비건’이다. 채식주의자(Vegan)와 경제(Economics)를 합쳐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한 경제란 뜻의 신조어인 ‘비거노믹스(Veganomics)’가 탄생하면서 전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된 비건 열풍은 국내에서도 불고 있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비건주의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식품업계에서도 비건 제품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김밥,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 간편식 비건 제품을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건 산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직업군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대체식품연구원’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인간의 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세상에 없던 식물성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김하욱(37) 더플랜잇 제품개발팀장을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김하욱 더플랜잇 제품개발팀장.
△김하욱 더플랜잇 제품개발팀장.
최근 ‘대체식품’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식물성 대체식품이 뭔지 설명해 주세요.
“대체식품은 식물이나 곤충, 배양육, 미생물 단백질 등을 이용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을 말합니다. 더플랜잇에서는 귀리, 쌀, 콩 등 식물성 원료를 가지고 동물성 제품의 형태와 맛을 구현하는 우유, 닭가슴살, 쿠키, 조미료 등의 대체식품을 개발 및 유통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식품이 왜 필요한 건가요.
“선진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과잉영양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영양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육류 과잉 생산을 꼽습니다. 육류 과잉 생산은 공장식 축산의 방법도 문제가 되고, 대량 사료 생산이나 환경적(온실가스배출, 땅의 소실 등)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고, 저희도 마찬가지로 식물성 대체식품을 개발해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이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위생법 등을 기준으로 대체식품 개발 및 연구···미국, 일본 등 각 나라마다 법규 달라, 연구원은 관련 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대체식품이 일반 식품을 만드는 것과 차이점이 있나요.
“식품을 생산한다는 자체가 그 나라의 법규에 준수해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대체식품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식품위생법 등을 기준해 만들게 돼 있습니다.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우리나라는 가능하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대체식품도 마찬가지예요. 사용되는 원료의 기능이 검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기준에 따라 사용범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대체식품 연구원은 법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규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사용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원료가 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제가 막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연구원들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했는데, 몇 해 전부턴 영어가 더 중요해졌죠.”

연구원은 식품제조 관련 법 이외에 어떤 것들을 알아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건 식품의 특성이죠. 정확히 말하면 원료의 특성입니다. 예를 들어, 우유는 소젖에서 짠 우유를 멸균작업을 거쳐 생산하는데, 식물성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우유가 가진 원료의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지방, 단백질, 유당 등 어떤 원료가 들어가 있고, 어떤 비율로 배합이 돼 있는지를 파악해야합니다. 그래서 유기화학부터 식품화학, 생화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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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식품 개발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대체식품을 개발하는 회사마다 고유의 개발 프로세스가 있는데요. 더플랜잇의 경우엔 독자 개발 시스템인 PAMS(Plant-based Alternatives Making System)를 통해 식물성 원료 파악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의 토대는 NPD(New Product strategy Development)프로세스를 기반으로 마케팅, 영업, R&D파트가 모여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제품 스케치 단계를 거칩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스케치한 제품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게 되죠. 기본적으로 제품의 유형 및 원재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식품위생법, 식품공전, 식품 첨가물공전 등에 나오는 법규사항을 확인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규격들을 가상으로 설정합니다. 이 규격은 개발 제품의 보관·섭취·제조·유통·패키지·가격·판매·마케팅 방법 등을 고려해 설정하게 되고요.”

제품 기획단계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야할 것들이 많군요.
“맞아요. 예를 들어, 식물성 쿠키를 개발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유통기한 1년 간 내부 미생물이 없어야 하고, 소비자가 섭취할 때까지 파손방지를 위해 포장지 종류부터 내용량 등등 모든 것들을 기획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식품의 포장지 뒷면에 빼곡히 적힌 내용은 식품연구원이 고민해서 적은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더플랜잇에서 개발한 식물성 크래커 제조 및 보관방법.
△더플랜잇에서 개발한 식물성 크래커 제조 및 보관방법.
“데이터 분석 통해 기존 원료와 매칭되는 식물성 원료 확보···제품 형태 구현 가능한지, 품질·맛 등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개발”



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가상의 규격이 나오면 자사만의 기술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료를 파악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우유라고 가정한다면 우유를 구성하는 영양성분을 분자수준까지 파악하죠. 큰 맥락으로 우유엔 단백질, 지방, 당으로 구분되지만 데이터 기술이 적용되면 단백질에서도 어떠한 아미노산으로 구성됐는지, 지방은 탄소수가 몇 개로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죠. 그 다음엔 분석한 아미노산 혹은 지방산 등이 어떤 식물에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매칭하는데, 외형뿐만 아니라 DNA 구성까지 유사하게 매칭 시키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후 데이터 기술이 추천해준 식물의 맛과 형태를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 공정으로 넘어가게 되죠.”

일반 식품과 달리 대체식품의 공정 작업에서 특징은 무엇인가요.
“대체식품 공정 과정에서는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는데요. 먼저 우리가 원하는 제품의 형태를 구현 가능한 설비가 무엇인지, 다음으로 이 공정을 통해 제품의 안정성(품질, 맛 등)을 구현하고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죠. 그 준비가 끝나면 살균, 멸균 조건 등을 최종 설정해 시제품 제작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제품 개발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개발하는 제품마다 다른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기존에 출시돼 있는 제품의 경우엔 아무래도 개발시간이 단축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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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원료로 쓰느냐에 따라, 배합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져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일반인들은 설탕을 떠올리면 단맛만 생각하는데, 연구원들은 설탕의 맛이 매우 다양합니다. 인도네시아, 유럽 등 각 나라의 사탕수수가 어떤 토양과 환경에서 컸는지에 따라 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그 맛을 다 간파하고 있어야 하죠. 설탕이야 일반적 원료이지만 특정 원료의 경우 더 찾기가 어려워 연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그래서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원하는 원료를 찾는 것이 절반의 성공이라 부르기도 해요.(웃음)”

대체식품 연구원들은 기존 식품원료뿐만 아니라 대체될 수 있는 원료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군요.
“그렇죠. 식품으로 쓰일 수 있는 원료는 기본이고 식품 외적으로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대체식품 개발의 노하우 대부분이 ‘응용화’라 생각해요. 연구자의 경험을 어떻게 응용해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거든요. 개인적으론 요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서 제가 몰랐던 정보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 놀라곤 하죠.”



“연구과정의 99%는 실패, 대체식품 연구원은 인내심이 필수···요리의 개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 가리는 음식도 없어야”



대체식품 개발자가 꼭 갖춰야할 부분이 있다면요.
“가장 큰 부분은 인내라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실험의 99%는 실패입니다. 실패를 통해 완성품을 찾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많은 좌절과 고민이 동반되는 직업이에요.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면 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죠. 그리고 연구원마다 제품 개발의 목적이 있을 텐데요. 개인적으로 식품 개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다는 영역은 아직 컴퓨터나 기기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다양한 경험이 아주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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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중요하다면 연구원들은 평소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야겠어요.
“요리 센스는 있어야 하죠. 어떤 음식이든 어떻게 맛을 낼 건지에 대한 조리법이나 요리의 개념은 알고 있어야 해요. 요리를 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죠. 저도 집에서 요리를 주로 하는데, 아이가 어렸을 땐 이유식을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구원들은 경험을 위해서라도 못 먹는 음식도 없어야 하겠어요.
“사실 대체식품연구원이라면 못 먹는 음식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소위 혐오스러운 음식도 경험을 위해 먹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가선 웬만하면 경험해보려고 하죠.”

이것까지 먹어봤다라고 하는 게 있을까요.
“바퀴벌레나 귀뚜라미 같은 곤충류 튀김이나 전갈꼬치, 심지어 뱀요리도 먹어봤어요.(웃음) 사실 먹을 땐 심리적 부담은 있지만 직업상 이런 경험은 필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저희 직업은 가장 맛이 없는 상태를 경험하고 맛이 적응되면 안 먹게 되는 직업이랄까요.(웃음)”

연구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면요.
“아직 대체식품 연구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학과는 없지만 식품연구원으로 본다면 화학, 생물학, 식품공학,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 도움이 됩니다. 전체 공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식품기사 등의 자격증이나 제빵사, 한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 되고요.”



“프로젝트 단위로 연구·개발하는 직무라 자율근무제 실시···회사의 기밀을 다루는 직무 특성상 입사 시 보안서약서 작성은 필수”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 개발직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술과 원료는 항상 새롭게 나오고 그걸 응용하거나 사용해 완성품을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꾸준한 공부는 필수거든요. 특징이라면 연구실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혼잣말을 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직업 위해서라면 혐오음식도…비위(脾胃) 좋아야 할 수 있는 新미래 직업 [강홍민의 JOB IN]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더플랜잇의 연구원은 자율근무제입니다. 연구원의 업무가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구가 시작되면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일합니다. 통상 연구원의 특징이라고 하면 입사할 때 보안서약서를 씁니다. 아무래도 회사의 기밀을 다루는 직군이라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보안단계가 있을 만큼 철저하게 이뤄지죠. 아무래도 다른 직군에 비해 처우가 좋은 면도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향후 대체식품이 더욱 각광받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의식주 중 인간에게 가장 빠르게 다가가는 것이 ‘식(食)’이라 생각해요. 그 중 대체식품의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의 먹거리가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 분야는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