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나는 이제 제법 ‘프로 덕후’답다
[한경잡앤조이=조혜원 시나몬 콘텐츠 디렉터] 난 ‘덕질’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무언가에 애정을 가지고 파고들지만 그에 대한 금전적, 직접적 보상은 바라지 않는 덕후 말이다. 물질만능주의시대에, 이렇게 순수하고 숭고한 행동은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제 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쏟는 순수한 애정에 대한 것으로 한정한다.)
내가 그랬듯 콘텐츠 소비의 종착점은 콘텐츠 제작인 것 같다. 최애의 세계관을 파고들다 2차 창작을 시도하거나, 본인이 직접 누군가가 최애로 여기게 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말이다. 마치 ‘트와일라잇’의 팬픽 작가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써 내려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막상 콘텐츠 제작에 몰두하다 보면 콘텐츠를 소비할 때보다 이상하게 지갑이 더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최근 한 증권사에서 K팝 팬덤을 ‘무보수 크리에이터’ 집단이라고 평가하는 분석 자료를 발표했는데, K팝 팬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열정을 담아 만든 콘텐츠들이 전 세계로 퍼지며 케이팝 시장도 커지고 아티스트의 위상도 높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팬덤이 제작한 2차, 3차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바이럴이 되어도 1차 콘텐츠 수익은 엔터사, 아티스트가 가져가고, 2~3차 콘텐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광고 등의 이익은 플랫폼이 대부분 가져가는 게 현실이다. K팝 팬덤 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 혹은 집단 창작자들이 생산한 유무형의 결과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웹툰이나 웹소설도 작가가 정식 연재를 하기 전까지는 정기적 수입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만, 한 증권사의 보고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이 ‘Canvas’라는 북미판 도전 만화가 서비스에 수익 분배 정책을 적용하면서 연재 작품 수가 연평균 108%씩 증가하고 있으며, 사용자 수도 2018년 10월 500만 MAU에서 1년 반 만에 1천만 MAU로 올라가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