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브이로그] 많은 걸 받은 바다에게 조금이라도 돌려주기
[한경잡앤조이=김슬기 그렙 매니저]올 4월부터 비치클린(beach cleaning)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해변가를 깨끗하게 만드는 활동, 즉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활동이다.처음 캠페인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이런 환경 보호 활동이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뭔가 아주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들, 일상의 대부분을 그러한 활동으로 보내는 사람들의 일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니 주말을 활용해 이런 캠페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꽤나 많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의 경우 페셰를 통해 캠페인을 알고 참여할 수 있었고, 매 월 3회 정도 열리는 캠페인 일정을 확인한 뒤 적당한 때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가보려고 노력한다.
왜 하필 해변가의 쓰레기를 줍는가
사실 쓰레기 줍는 행위 자체는 그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당장 그냥 집 앞에 나가보자. 땅 파서 돈은 안 나오지만, 땅 안 파도 쓰레기는 천지에 널렸다. 그럼에도 굳이 해변가를 찾아가 그곳의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은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바로 바다가 가진 이산화탄소(CO2) 흡수 능력 때문이다. 바다는 참 감사한 존재다. 바다로부터 받는 것들을 대충이라도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바다가 고향인 생물들을 먹는다. 여름엔 바다에 몸을 맡기고 온갖 물놀이를 즐긴다.
최근 몇 년간 인기가 급부상한 서핑은 파도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가르쳐준다. 바다가 없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다양한 풍경을 보고 충만함을 느끼거나, 그 풍경과 함께 뜻 깊은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먹는 것부터 즐기는 것 모두 바다는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내어주고 있다. 심지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까지 해주고 있었다니, 너무나도 감사한 존재가 아닌가. 그렇다면 마땅히 나도 무언가 바다를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와, 그래도 다행이네. 바다가 흡수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안도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결코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 내가 과학자는 아닌지라 이글에서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와 방출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순 없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언급할 수 있다. 바다에게도 한계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바다가 소화해야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과해졌다.
바다야, 넌 쓰레기 같은 거 먹지 마라
그렇다면 해변의 쓰레기를 줍는 일과, 바다를 돕는 것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쓰레기를 줄여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일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표현을 조금 더 살펴보자. 바다에는 수많은 해양생물이 산다.
얼마 전 횟감이나 초밥으로 만난 녀석들, 온갖 산호와 해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플랑크톤 등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함께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몸집의 크기에 따라 흡수량은 달라지는데, 가장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생명체로는 고래가 잘 알려져 있다.
무려 고래 한 마리가 살면서 약 33톤을 흡수하며, 그 수명을 다하면 자연히 해저로 가라앉으며 탄소를 심해에 매장해 버리는 효과까지 있다. 이렇게 존재 자체로 자연의 순환 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산화탄소까지 흡수해주는 녀석들이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 뒤 죽고 마는 소식은 이제 특별한 소식이 아닌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바다의 일상’이 되었다.
해안가에 떠밀려 온 죽은 고래를 부검 해보니, 오만가지 쓰레기가 뱃속에 있었더라, 하는 소식은 ‘그 고래의 안타까운 이야기'이지 우리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일면임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뿐일까. 통발이나 그물 같은 어업쓰레기에 몸을 다쳐 고통 받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결국 죽는 것 역시 아주 흔한 ‘바다의 일상’이 되고 말았다. 비치클린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여기에 있다.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도와, 해양생물의 터전에 침투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떤 쓰레기는 성인남성 여럿이 달라붙어도 쉽게 제거할 수가 없다. 따라서 삽이나 가위, 칼 같은 도구는 비치클린에 꼭 필요하다.
누구나 쓰레기를 주울 수 있다
비치클린에는 대단한 경험, 환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허리를 굽히거나 가끔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집어 올릴 수 있는 신체 능력이 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루 종일 하는 것이 아닌 1~2시간 정도 활동하기 때문에, 건강하기만 하다면 그야말로 남녀노소 가능이다.
아주 작은 단위로 생각해보면, 해변가에 놀러가서 쓰레기를 만들고 오지 않는 행위도 넓은 의미에서 비치클린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면, ‘비치클린’ 을 검색해 어떤 캠페인이 열리고 있는지 가볍게 살펴보자. 꼭 비치클린이 아니어도 ‘줍깅', ‘플로깅’ 등을 검색해서 바닷가까지 나가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활동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근시일내에 열리는 캠페인 모집을 알리는 글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볼 수 있을테니,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보자.
개인적으로는 비치클린에 참여하기 이전에 내가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과, 그 후의 세상이 너무나도 달라졌음을 느낀다. 우리가 평생을 살다 가는 이 지구 환경의 문제는 더 이상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획기적인 방법을 언젠가 고안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합심해야하며, 확산해야 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모두 무력하다. 우리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이 터전이 없다면, 그동안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커리어적인 목표나 각종 인간관계, 나의 꿈, 소망 역시 무력하게 쓰러질 것이다.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는 생각에 빠지지 말자.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가며, 그동안 우리에게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자신의 것을 모두 내어주었던 자연에게 조금이나마 베풀어보자. 이런 힘이 모인다면, 분명히 인류의 손으로 조금씩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비치클린 활동 후 서핑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색다른 의미로 자연과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치운 해변가에 다시 서핑보드를 들고 맨발로 걸을 때 느껴지는 감동을 여러분도 느껴볼 수 있다면 좋겠다. 김슬기 씨는 피아노 전공이지만 컴퓨터를 좋아해 직업을 IT분야로 선택했다. 현재 프로그래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그렙의 교육사업부에서 일하는 그녀는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영원히 원격 근무를 지향하는 그렙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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