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이어지는 ‘친환경’ 물결, 불편함 속 가치를 찾다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서진 대학생기자] 비건,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행위), 다회용기 사용까지…. ‘친환경 운동’은 어느덧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일상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의식적으로 친환경 제품, 비건 식재료 등을 소비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친환경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친환경 운동이 확산되면서 20대들 사이에서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알바천국에서 올 4월 MZ세대(2005년~1980년 출생) 2,5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4.1%의 응답자가 ‘환경 문제에 관심 있다’고 답했다. ‘일상에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전체의 70.0%에 달했다.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에 친환경을 끌어들였다.
대학에서도 환경 보호가 대세… 동아리, 학생회 활동 잇따라
“사용하지 않는 이면지를 아래 상자에 자유롭게 넣어주세요!” 20대의 환경 보호 활동은 특히 대학가에서 활발하다. 10년 이상 활동을 이어 온 서울대학교 ‘씨알’과 이화여자대학교 ‘E-Cube’(이큐브), 환경 연합 동아리 ‘에코로드’를 비롯해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대학교 ‘방과후 그린사업’(방그사)까지 환경을 주제로 활동하는 동아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교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들만의 새로운 환경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대 방그사는 ‘자원 순환’을 주제로 책 프리존(Free Zone) 기부 이벤트, 이면지 순환 사업 등을 진행했다. 이면지 순환 사업은 교내 수거함을 설치해 다 쓴 교재나 이면지처럼 버려지기 쉬운 물건을 학생들로부터 자유롭게 기부 받고, 이를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2021년에는 마스크 및 학과 점퍼의 새활용(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디자인해 예술적·환경적 가치가 높은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재활용 방식) 캠페인도 진행됐다. 이미 사용한 일회용 마스크를 머리끈, 탈취제 등의 새 물건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작 키트를 공유하고,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학과 점퍼를 노트북 파우치로 재탄생시킨 활동에서 환경 보호에 대한 대학생들만의 독특한 접근 방식이 돋보였다. 친환경 캠페인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방그사는 서울대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 지속가능발전연구소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화여대 이큐브 역시 올 8월 말부터 서울시가 주관하는 ‘제로캠퍼스’ 프로젝트에 대학생 서포터즈로 참여해 쓰레기 없는 캠퍼스 조성에 나섰다. 이큐브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내 설치될 다회용 컵 반납기와 다회용 배달 용기 반납기 홍보, 교내 분리배출 시스템 마련 및 실천 모니터링 활동 등을 계획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참여 대학 중 한 곳인 이화여대는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큐브를 비롯한 교내 환경 동아리의 활동을 전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환경 연합 동아리 ‘에코로드’는 ‘한 끼 비건 챌린지’를 통해 동아리 부원과 일반 대중이 함께 하루 한 끼 비건식 섭취를 인증하고, 레시피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에 방문하고 도장을 모으면 할인권을 지급하는 ‘제로 웨이스트를 찾아가는 길’도 에코로드가 진행한 캠페인 중 하나다. 이처럼 대학가의 환경 동아리들은 기발하면서도 간단한 아이디어로 더욱 많은 이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동아리와 더불어 대학 학생회에서도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텀블러를 굿즈로 제작하고, 간식 배부 시 비건 옵션을 추가하는 등 학내 친환경 사업을 통해 대학생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은지(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3)씨는 “환경 보호는 작은 일이라도 집단적으로 실천할 때 효과가 크다”며 “대학에서의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서우(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3)씨 역시 “일상에서 환경 보호를 접할 계기를 마련하는 만큼, 캠페인이 끝나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실천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식은 만연하지만 실천 어려워… ‘불편한’ 친환경
동아리와 학생회 등 대학에서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친환경 운동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김보희 방그사 대표는 ‘참여 부진’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동아리에서 환경 보호 캠페인을 기획해도 학생들의 실천이 미진하다는 것이다.
이민경 에코로드 대표 역시 “이전과 비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기는 하나 행동을 끌어내는 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캠페인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상품을 걸기도 하지만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대학 동아리 특성상 한계가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으나 개인들의 지속적인 실천은 풀어야할 숙제다. 개인 차원의 환경 보호 동참에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불편함은 분명히 존재한다.
친환경 운동에 동참 중인 문유빈(이화여대 철학과·4)씨도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데 세탁 과정이 복잡하다. 우선 찬물에 비누로 빨고, 2시간 동안 물에 두었다가 세탁해야 하고, 월경 컵을 삶아서 살균하는 일도 번거롭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일상 속 친환경 활동을 실천해 온 문 씨에겐 식재료 하나를 구매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문 씨는 “두부 한 모를 산다고 가정했을 때 두부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두부를 사는 일은 끝도 없이 어려워진다”며 “마트나 편의점 어딜 가도 두부는 비닐과 플라스틱에 포장된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유정(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1) 씨 역시 환경 보호에 동참하면서 경험한 어려움을 공유했다. 임 씨는 “용기를 가져가 포장하려고 할 때 용기 크기를 가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가게와 거리가 멀 땐 용기를 챙겨가는 것부터 일”이라고 토로했다. 문 씨와 임 씨의 말처럼, 일상 속 친환경은 ‘귀찮음’, ‘불편함’의 연속이다.
친환경 운동,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누구나 가능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20대들의 친환경 운동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우리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친환경을 실천하는 대학생들이 ‘환경 위기의 당사자가 '나'라는 당사자성’을 지니고 있다”며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의 미래를 위한 행보인 만큼, 유행처럼 잠시 반짝했다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운동이 꼭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를 뽑는 것부터 장바구니를 챙기기, 육류 적게 먹기 등 조금만 신경 쓴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팀장은 “‘불편해도 괜찮아’하는 마음으로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친환경 운동을 적극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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